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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錢)의 이중성(二衆性), 빛과 그림자(중편)

admin 기자 입력 2021.10.05 10:22 수정 2021.10.05 10:22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지난 호(상편)에 이어 기부(寄附)란 무엇인지 기부금에 초점을 맞춰 보고자 한다.
인간사에서 ‘쩐(錢)’은 영원한 화두다. 사람 팔자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도 역시 돈이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은 천하갑부(天下甲富)를 꿈 꾼다. 돈이 사람의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돈을 위해 하인처럼 따라다니는 존재로 추락하기도 한다.

돈이 세상의 주인공처럼 돈을 더 벌기 위해 사람들을 교묘한 수법으로 이용하고 얄밉게 ‘갑’질까지 서슴치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돈은 용처에 따라 돈의 가치와 색깔이 팔색조처럼 때로는 검은 돈으로 변해 안면을 몰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돈을 아무런 대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순수한 마음으로 온정을 베풀 땐 세상은 밝아지고 더불어 살 맛 나는 사회가 된다.

베푸고 나눠 쓰는 일에 목돈이든, 쌈짓돈이든 푸는 게 기부(寄附)다. 기부란 사전적 의미로는 어떠한 일에 보조의 목적으로 재물을 내어 줌이란 의미다.

‘부불삼대(富不三代)’란 말이 있다. ‘부자 3대를 못 간다’는 사자성어다. 속담과는 달리 조선의 3대 부자로 영남지방을 대표했던 경주 최부잣 집은 무려 12대 300년 넘도록 만석꾼 부를 누려온 명문 집안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온 최부자가 광복 이후 인 1947년 대구대학을 설립하면서 설립자금으로 만석꾼 재산을 기부했다.

이후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이 통합하여 현 영남대학교로 명칭이 변경되고 사학의 명문으로, 인재 육성의 요람으로 발전하는 초석이 되었다. 무조건적 기부에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줘 최부잣 집의 명성은 천고(千古)에 기억 될 것이다.

최부잣 집이 300년 넘도록 부를 이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금과옥조(金科玉條)같은 가훈(家訓) 때문이 아니였을까 싶다.

가훈 육조(六條)에는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우지 마라’ 만석이 넘으면 소작료를 낮춰서라도 소작인에게 돌려줘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흉년에 어려운 사람들이 생활고로 인해 전답(田畓)을 헐값으로도 필시 팔 것이니 그 땅을 절대 사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한 ‘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하라’ 최부잣 집 연간 쌀 수확량이 대략 3천석인데, 천석은 집안 일용 양식으로 쓰고 천석은 과객에게 접대했다. 나머지 천석은 어려운 사람들 도우는데 썼다고 한다.

가훈 6조 중 마지막 가르침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라’는 내용인 즉 이 얼마나 지엄(至嚴)한 가정 규범의 본보기인가. 가진 자가 그 부(富)를 어떻게 사회에 환원하고 절제있게 이웃에 베풀면서 어떻게 살아야 옳은가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태 전에도 서울 청량리에 사는 90대 김영석 어르신은 평생 모은 땅과 건물 등 200억원 상당의 재산을 고려대학교에 기부했다. 그러고도 이른 시일 내에 남은 재산 200억원의 건물과 땅을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영석 어르신은 17살 때 단신 월남한 실향민이다. 월남 이후 경기도 양평에서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는 등 온갖 고생을 다 했다. 1960년대 초 삶의 터전을 서울로 옮겨 종로5가에서 리어커로 과일을 파는 노점 장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평생을 바쳤다.

월남 이후 50년 동안 돈 한 푼 안 쓰고 티끌 모아 태산 같이 일군 재산 모두를 기부한 것이다.

미국에 이민 간 아들도 잘 살아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좋은 일에 쓰고 싶었다는 김영석 어르신은 “기부한 재산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힘이 되고,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데 소중하게 사용되길 바란다”는 기부 소감을 밝혔다.

그 많은 재산을 망설임없이 베푸는 기부 정신을 귀감삼아 내 스스로 실천하기를 다짐한다.
이런 선행(善行)이 있는가 하면 ‘어물전 망신을 꼴뚜기가 다 시킨다’는 격언처럼 풀잎 끝에 매달린 이슬 같은 우리네 인생인데, 더 못 가져서 앙탈부리는 사람, 가지고도 더 가지려 아옹다옹 욕심부리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아왔지 않았던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했거늘 지나고나면 다 부질없는 일들인데 말이다. 그런데 김영석 어르신은 머슴살이에서, 과일 장사해서 번 가슴에 멍든 재산을, 보람있는 일에 쓰고 싶었다는 마음, 천성이 성인(聖人)이 아니고서야 가능한 일이였겠나.

불경에 ‘삼륜청정(三倫淸淨)의 보시’라는 가르침이 있다. 먼저 베푸는 사람이 ‘내가 너에게 베푸니 감사해야 한다’는 맑지 못한 마음으로 보시해서는 안 되고, 보시를 주고 받는 자 사이에 무슨 사연이 개재되어서는 안 되며, 나에게 필요 없는 물품을 남에게 줘서도 안 된다‘고 했다. 기부의 전범(典範)이요, 베품의 교본(敎本)같은 진리다.

1900년대 미국의 철강 왕 카네기는 “부자로 살다 죽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라는 명언을 남겼다.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해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결식아동들에게 십시일반(十匙一飯)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성한 영향력 가게’라는 기부 모임이 지난 9월 1일 기준으로 전국 매장 회원이 2766곳이나 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박수 칠 세상도 있구나 싶어 무척 기쁘다. 이처럼 크든 적든 온정이 가득 담긴 기부가 여기저기서 불길처럼 번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하편은 다음 호에)

황성창 시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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