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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인류 최고(最古)의 반려동물, 개(犬)

admin 기자 입력 2021.12.06 11:01 수정 2021.12.06 11:01

↑↑ 황성창 작가
ⓒ N군위신문
공원이나 산책길에 들면 조금 뻥쳐서 사람 반 개 반이다.
개들은 바깥바람을 쐬고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녀야 하루의 발동이 걸리는 건지 한결 같이 신바람이 나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사람이 개를 끌고 나왔는지 개에 끌려 가는 건지 뒤서거니 앞서거니 분간하기 어렵다.

목줄을 매고 나온 개들은 대개가 충성심이 강하다는 푸들과 맵시 우아한 비숑, 그들의 세상이다. 간혹 치와와란 놈이 보일 정도다. 어떤 종이든 앙증 맞은 모습을 보면 ‘아이구 예쁘네! 참 귀엽네’ 정도로 추어주면서 지나친다.

어떤 개들은 짐짓 사나운 체하며 으르렁거리다 송곳니를 들이미는 건 낯선 개를 기 죽이려는 한낱 개수작 떠는 것 같다. 어떤 놈은 앙살 부리면서 땅을 박박 글거대기도 한다. 그렇게 오두방정 떠는 개들은 주인이 얼른 끌고가가시피 자리를 벗어난다.

그러나 나이 들어 보이는 개들은 품위도 지켜가며 여유롭게 저벅저벅 걸으면서 곁눈질로 슬쩍 쓸쩍 보고 못 본 척 지나간다. 기력이 약해진 탓도 있겠지만, 하찮은 일에 신경 쓰는 걸 싫어하는 눈치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늙으면 뒤로 슬슬 물러나는 게 땡이다.

근간에 선거철이 다가오니 정치인들이 개들을 안고 찍은 사진을 앞다퉈 자랑하고 있다. 예전에는 아이를 치켜들거나 덥석 안고들 찍었는데,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은 품에 안기는 것을 싫어하니까 울거나 칭얼대기 십상이다.

그러니까 이젠 개를 안고 찍은 표정이 정치적 웃음끼로 포장은 된 듯하나 개들은 몸짓으로 꼬리를 짧게 흔들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며 경계 상태에서 어정쩡한 포즈를 취해 줄 뿐이다.
그럼, 개는 언제부터 인간과 죽고 못 사는 사이로 친하게 변했을까? 인간은 늑대와 사슴, 쪽제비 등을 사냥감으로 경쟁을 벌이던 적대적 관계였다.

다행히도 육식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인간은 남는 고기를 늑대들에게 던져주기 시작했다.

특히 혹독한 겨울철 눈이 쌓이면 먹이를 구하지 못한 늑대들이 인간 주변을 기웃거리다 던져주는 고기를 얻어 먹는 재미로 밀착하면서 인간에게 길들여져 개로 진화한 것으로 고고학자들은 추론하고 그 시기를 만 오천 년 전 후, 빙하기 말기쯤으로 보고 있다.

인간들이 야성을 잃어버린 늑대를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개로 진화되어 동거가 시작되었고, 그때부터 사냥을 할 때 개들은 달아나는 짐승들의 길목을 막거나 외곬으로 몰이하는 등 한 몫을 거뜬히 해냈다.

이후 잘 훈련된 개들은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인간 능력의 한계를 벗어난 고난도 과학의 영역이나 첨단의학에까지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가끔 공격성이 강한 맹견들은 견주(犬主)들의 관리 소홀을 틈타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비록 소수의 사고라 할지라도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굶주린 개를 데려다 살려 놓으면 그 개는 절대 물지 않는다. 그것이 개와 인간의 주요한 차이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개는 주인에게 충성스럽게 따른다는 뜻이다.

이번에 치러진 야당 측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탈락한 어느 중진 정치인은 한 때의 주군을 배신했다는 괘씸죄로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라면, 개보다는 더 낫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속이지 않으면서 조건없는 사랑을 주는 반려동물은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다. 일찍이 나이팅게일도 “반려동물은 환자들의 훌륭한 동반자가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에게도 새심한 돌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산책할 때 어느 길을 좋아했는지, 토닥거려 줄 상처 받은 마음은 없는지, 휑한 눈망울을 자주 드려다 봐야만 할 것 같다.

1978년 10월에 선포된 세계동물권리선언 제1조는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생명권과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의 평등은 개체와 종의 차이를 가리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내에도 1991년에 동물보호법이 제정되고, 또 개나 고양이를 물건으로 취급하던 민법을 고쳐 반려동물을 법원이 압류할 수 없게 법을 개정한다고 한다. 개나 고양이를 가족으로 여긴다니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 속 같다.

운전을 하다 보면 건널목 신호등에서 주인 옆에 앉아 얌전히 신호를 기다리다 푸른 신호등따라 지나가는 개를 쉽게 볼 수 있다. 주인이 건너자고 신호를 보낼 때까지 그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면서도 짖지 않고 기다리는 개, 휴대폰만 뚫어지게 보면서 아무렇게나 무단횡단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지킬 것은 지키는 그것이 개와 사람이 태고적부터 공존하던 방식 아닌가?


황성창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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