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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참, 힘들었던 한 해가 저문다

admin 기자 입력 2021.12.19 15:12 수정 2021.12.19 03:12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어느덧 12월, 2021년 달력도 달랑 한 장 남았다. 세모(歲暮)가 다가오면 지나간 한 해 동안 쌓인 삶의 흔적을 뒤척거리기 마련이다.

매번 그렇듯 올해도 혹여 가까운 친구에게 괜한 오해를 사거나 마음의 상처라도 줄 수 있는 알쏭달쏭한 말은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것은 마음에 묻은 얼룩을 말끔히 닦기 위해서다.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사람이나 행복에 겨워 세월가는 줄 모르던 호사한 사람들도 12월 마지막 달력을 보면 후딱 지나가버린 세월에 깜짝 놀란다. 아~하 금년도 며칠 남지 않았구나! 하는 탄식을 절로 뱉어 낸다.

신축년 들면서 첫 소망이 어떻게든 코로나 사태에서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졌다. 간절한 소망이 없으면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아 강열한 의지의 표현으로 신축년 흰 소처럼 뚜벅 뚜벅 걸어가며 코로나로 고통받는 모든 이에게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고대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소망은 허망하게 파편처럼 산산조각 나 버렸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그릇에 채울 수 없듯이 암묵한 현실은 동굴에 갇힌 채 기대했던 소망은 되돌릴 수 없었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특집판 ‘2021년 세계’는 비정상적 비확실성의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로 국가 간 백신 쟁탈 외교전이 벌어질 것이고, 고르지 못한 경제 회복으로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팬데믹 현상은 화상회의와 온라인 쇼핑, 재택근무와 원격 교육 등의 변화가 고착될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예시했던 몇 가지 동향들이 지나고보니 귀신같이 맞췄다. 요즘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변이 ‘오미크론’ 때문에 방역당국은 허둥대고, 엄동설한에 국민들은 안절부절하고 있으니 불안한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타래처럼 얼킨 사태들을 우리 손으로 풀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풀 일은 나라에 맡기고 설마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얼마 남지 않은 12월을 마무리를 잘 하면서 보내야겠다.

살아보니 제대로 굴러가는 인생이 있던가. 며칠만 지나면 다사다난했던 2021년은 되돌아올 수 없는 우주의 블랙홀로 빠져들 것이고, 희망을 실은 2022년 새해는 붉게 타오르는 태양으로 또다시 용솟음 칠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나가는 세월은 과거로 쌓일 것이고, 누구에게든 다가오는 새해에는 새로운 희망베틀을 짜야 할 것이다. 꿈은 항상 좌절과 실현이라는 이중성을 갖게 마련이지만.

지금은 차가운 세밑, 센바람에 갈피를 못 잡은 낙엽들도 침묵에 잠긴 계곡에 외로이 뒹굴며 황량한 겨울의 길목에 따습게 쌓여 있다.

이렇듯 힘든 겨울에는 누군가의 부축과 온기가 필요한 계절이다. 말하지 않거나 아닌 척 할 뿐, 12월의 끝자락을 밟고 선 우리 모두 지쳐 있는 사람들이다.

니체는 “삶이란 것은 심연(深淵)위에 걸쳐 있는 밧줄과 같다. 건너가는 사람도 힘들고 멈춰서는 것도 힘들다”라고 했다.

쉬운 삶은 어디에도 없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가슴에 하얀 눈꽃처럼 포근하게 감싸주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지친 삶이라 할지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꺼지지 않는 잉걸불처럼 피우자.

올해 기대했던 수확은 별반이나 다가오는 새해가 또 있지 않는가. 세상에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시간만이 하루의 전부가 아니듯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황홀(恍惚)한 찰나의 노을빛도 얼마나 아름답고 장하던가.

신축년을 맞은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세밑이 코앞에 다가왔다. 철학자이자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가 말했다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은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면, 우물쭈물하지 말고 자신을 만족시키는 일에 집중하라는 교훈으로 생각하고 내일을 위해 의미있게 새겨두자. 올 한 해는 어느 해에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참 힘들었던 한 해가 서서히 저문다.


황성창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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