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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검수완박

admin 기자 입력 2022.04.15 17:26 수정 2022.04.15 05:26

↑↑ 김상민 지청장
ⓒ N군위신문
검사로 임관되었다는 소식을 받던 십여년 전 같은 날, 아들이 태어났다. 고된 공직생활을 핑계로 아내가 혼자 키우다시피한 아들이 어느새 중학생이 되었다.

주말 아침, 어느 새 훌쩍 커버린 아들이 물었다. “아빠, 검수완박이 도대체 뭐에요”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중학생인 아들조차도 검수완박이라는 말을 듣고 있구나.

검수완박이 뭐길래, 이렇게 뉴스에 계속 나올까? 얼마나 계속 언론에 나왔으면 아들까지 질문을 할까?

검수완박은 말 그대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줄임말이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누구든지 수사를 하면 되는 것인데, 왜 문제가 되는걸까?

맞는 말이다. 경찰도 수사를 잘한다. 살인사건 수사성공율은 세계 최고이다. 조직폭력배도 잘 잡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면 경찰에서 수사를 다 해도 되는 거 아닌가?

모든 일을 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모든 수사를 다 잘 할 수는 없다. 회사의 복잡한 회계자료에 범죄가 숨어 있는 경우, 검찰에 있는 회계분석 전문가들이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정리해 줘야 범죄가 드러난다. 민사와 형사가 얽혀서 법원을 먼저 가야될지, 검찰청을 먼저 가야될지 헷갈리는 상황에서도 민사 판례를 더 잘 아는 검사들이 사건을 빨리 처리할 수 있다.

범죄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점점 발전한다. 옛날만큼 쉽게 부당이득을 취할 수 없는 범죄자들은 어떻게 하면 약자들의 돈을 뺏을까 매일 연구하며 성장한다. 이렇게 범죄 분야는 넓어지고 특성은 교묘해진다. 이에 대응해 검찰과 경찰도 그 전문분야를 넓히고 발전시켜야 한다.

소위 부패범죄 수사 총량도 가히 체급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세력은 검찰이 미우니 아무 수사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그런 범죄 몇 건 안 되니 검찰에서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모든 일을 다 잘하는 사람이 없듯이 모든 일을 매번 완벽하게만 처리하는 사람도 없다. 그럴 때는 옆에 사람이 봐줘야 된다. 한 사람이 더 보면 안 보이는 것도 보인다. 그런데 검수완박은 경찰에서 수사한 사건을 검찰에서는 보지도 말라고 한다. 경찰이 범죄 장소를 제대로 적었는지, 범죄자 전과는 빠진 게 없는지, 다른 공범들과 다른 범죄는 안 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법원에 넘기라고 한다.

역사는 진보하고, 사회는 발전한다고 아들에게 가르쳐 왔다. 검수완박이 입법화된다면 그 말이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지는 요즘이다.

대구지방검찰청 의성지청장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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