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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제국주의적 오만에 맞선 젤렌스키 대통령의 분노

admin 기자 입력 2022.04.19 22:05 수정 2022.04.19 10:05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있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건 우크라이나에서 방영된 ‘국민의 종’이라는 대하드라마다. 젤렌스키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는 고등학교 교사 역을 맡아 일약 스타가 됐다.

그 여세를 몰아 2018년 ‘국민의 종’을 창당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는 새로운 인물이라는 점을 어필하여 정치 기반은 없었지만, 73% 포인트의 지지를 얻어 2019년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TV드라마에서 대통령역을 맡아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언 젤렌스키가 정계 입문 1년만에 대선에서 승리 드라마가 현실로 이루어졌다. 출신 배경은 다르지만 윤석열 당선인 정치 노정과 흡사하다.

그렇게 탄생한 젤렌스키 정부를 지난해 연말 뉴욕타임스는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옛 동료들을 중용, 측근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많은 실책을 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가 없는 정부, 외교관 없는 외교부, 장군 없는 군 지휘부가 언제 붕괴 할 지 모른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아마추어 대통령이 국가 대사를 그르치고 있다는 요지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취임 초부터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서 서방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나름대로 대책 마련에 애섰다.

작년 8월에 44개국 대표들을 키이푸에 모아 크림 플랫폼이라는 국제회의를 개최한 외교 성과도 있었고, 또 나토와 유럽 연합 가입을 목표로 전방위적인 설득 작업도 해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초청한 유럽 정상으로는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이 두 번째였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푸틴의 제국주의적 망상에 빠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젤렌스키가 취한 결연한 언행에 그간 외국 언론들이 가졌던 태도가 확 바뀌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러시아의 암살 위협에도 젤렌스키가 키이푸에 남아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모습을 두고 ’전쟁 지도자로서 처칠과 동급이다’ ‘샤를 드골보다 용감하다‘고 극찬했다.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고 덧 붙였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그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탈출이 아니라 탄약”이라며 미국 측의 해외 피신 권유를 뿌리치고 항전을 지휘하는 모습에서 그의 지도력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있다.

개전 이후 가진 3월 첫 기자 회견에서 죽는 게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죽는 것을 겁내지 않는 사람은, 또 자식들이 죽는 것을 겁내지 않는 사람은 정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으로서 나는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는 결연한 자세에 전 세계가 감동했다. 재작년 텔레반이 아프카니스탄을 공격해 오자 대통령은 해외로 줄행랑쳤고, 군은 미국이 지원해 준 첨단 장비마져 팽게치고 도망쳐 아프칸 정부는 맥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시민들이 우리의 영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있다”며 “우리가 사랑하고, 지켜야하는 우크라이나는 적 앞에서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들도 침략군에 맞서 싸우겠다며 각자 생업에 종사하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70대 할머니는 시가전에 쓸 화염병을 만들었고, 건설현장 인부들은 대전차 장애물을 세웠다. 목수들은 뚝딱 만든 나무틀에 어망을 씌운 위장망으로 아군의 탱크를 숨기는 일에 힘을 보탰다.

조국을 지키겠다는 청장년 13만명이 자원 입대 했고,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 국경에선 다윗과 골리앗이 맞붙은 싸움에 나설 우크라이나인의 귀국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50일이 넘었다. 전쟁 중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각국의 의회를 상대로 펼친 젤렌스키의 연설 외교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의회 연설에서는 “미국인들의 쓰라린 기억인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과 2001년 알카에다의 9, 11테러 공격을 거론했다. 영국 하원 연설에선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패배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숲에서, 들판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싸울 것“이라며 결사 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또 지난 3월 독일 연방 하원 연설에서는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이 베를린 장벽 앞에서 소련 고르바초프에게 외친 발언을 인용하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 사이에 두꺼운 장벽이 있습니다. 숄츠 총리, 저 벽을 허물어 주십시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의 동맹 우방들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에 가장 소극적인 행보를 취하는 한국을 겨냥해 미 국무부 전 관리는 미국 VOA 방송에서 “한국의 소심하고 미온적인 접근은 부끄럽고 어리석다”는 표현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왜냐하면 한국은 과거 북한 침략의 피해자로서 그런 일이 또다시 벌어지면 또 도움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외교협회 스콧스나이더 한미정책국장도 “과거 한국은 고개만 숙이고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한국의 이기주의를 꼬집었다. 한국이 어쩌다 국제사회로부터 핀잔까지 맞으니 어째야 좋으련가.

더욱이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며, 마치 초짜 대통령의 잘 못으로 전쟁이 난 듯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훼했다. 현 여당 모 의원도 “잠깐 인기 얻어 대통령이 된 코미디언 출신”이라며 비아냥거렸고, 전 법무부 모 장관은 “대통령을 잘 못 뽑은 바람에 전쟁이 일어났다”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자존심을 모독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국제정세의 흐름도 읽지 못하는 구닥다리 같은 정치인들의 행태가 좀스럽고 민망 할 따름이다.

유엔난민기구 고위 인사는 “오갈 데 없는 난민을 위해 지금까지 최소 37개국이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에 나섰다”며 “여러나라가 인간애를 실천하려는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 먼저 폴란드와 루마니아, 헝가리 등이 피란민을 받아들였고,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태리, 캐나다가 뒤를 이었다.
이어 G20국 멤버국들도 동참하고 필리핀과 스리랑카도 난민 수용에 나섰다. 심지어 유럽 내 최빈국으로 꼽히는 인구 260만명의 소국 몰도바도 난민 34만명이나 받아들였다.

북한과 중국은 러시아 침공 규탄과 경제적 제재에 반대했다. 한국을 제외한 다수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의 무차별 학살과 시신 소각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유엔이 긴급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인권이사국 자격을 박탈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천인공노 할 민간인 확살의 증거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20여 일 후 물러날 문재인 정부가 우크라이나인들의 어려움에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몇해 전 러시아 하원 연설에서 “푸틴을 최적의 파트너”라고 한 말에 발목이 잡혀 침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은 70년 전 한국전쟁 때 참전 16개국을 포함한 63개국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룰 수 있었을까?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어떤 방법으로든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선진국이라 자처한다면.

황성창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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