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칼럼>가끔 죽음을 생각한다

admin 기자 입력 2022.07.03 23:08 수정 2022.07.03 11:08

↑↑ 이수만 원장
ⓒ N군위신문
얼마 전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보고 놀랐다.
6년 전 이맘때 고향 친구들과 관광버스 한 대로 40여명이 여수로 야유회를 가서 찍은 사진인데, 자세히 보니 그 사진속에 여섯 명이 저 세상으로 가고 없었던 것이다. 평균 1년에 한 명씩 죽은 것이다.

고향 친구들이 남들보다 두 배로 많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한해 더 7학년을 한 후 중학교에 들어갔기 때문에 원래 초등학교 한 해 후배도 동기생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사진은 중학교동기생과 초등학교 한 해 후배들이 합동으로 관광을 한 것이다.
초등학교 동기생들도 대충 30여 명이 이미 저 세상으로 갔으니 6.25때 엄마 등에 업혀 있다가 대포소리에 놀라서 그런지 70세도 못 넘기고 많이 죽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엔 특히 죽음을 많이 생각하는데, 6월 8일엔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송 해 선생(95세)이, 23일엔 조순 전 경제부총리(95세)가 별세했고, 나의 고교동기생 박인표(74세)도 19일에 죽었다는 부음을 받아서 안타까웠다.

특히 지난해 죽은 이경만과 금년 2월에 죽은 박기용 친구의 사별(死別)은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간만큼 큰 충격을 주었다. 두 사람은 나와함께 화수회와 동기회 일을 도맡아 했던 절친 이기 때문이다.

죽는데 순서는 없다. 아버지는 할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실까봐 걱정을 하셨으나 할머니 삼년상을 다 치루시고 별세하셨다. 일반적으로 아내보다 남편이 먼저 죽기를 바란다.
아내도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모를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얼마나 더 오래 사느냐, 언제 죽느냐의 문제이다.
지난 2월부터 사단법인 춘추회(春秋會) 상임부회장으로 일을 보고 있는데, 내가 나이가 제일 적다. 회장은 84세, 자문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두 분 다 93세이고, 자문위원은 대부분 85세가 넘고, 회원들 대부분 80세가 넘는다.

몸이 불편한 분이 많고, 만나면 이야기 거의 전부가 건강문제이다. 선배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춘추회 회의실에서 대학, 논어, 맹자와 더불어 사서(四書)인 중용(中庸)을 공부한다. 강의를 듣는 사람은 93세 자문위원장을 비롯, 80세가 넘는 분이 많고 80세 이하는 많지 않다. 90%가 남자고 나머지는 여자이다.

제사 지낼 때 학생부군(學生府君)이라고 쓰는 것을 보면 연세가 많아도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가보다.

103세 철학자 김형석 박사(연세대 명예교수)는 지금도 신문에 칼럼을 쓰시고 강연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고, 영화배우 신영균 선생도 예술문화재단 이사장과 국민의힘 상임고문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100세 시대라고 말들 많이 하지만 건강하게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오래 산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닌 것이다. 90세가 넘어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죽는 날만 기다리는 노인들은 결코 장수(長壽)가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임종을 앞둔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1년만 한 달만 며칠만 더 살아계시라고 간절한 기도를 한 적이 있다. 아버지는 내가 대학 2학년일 때 46세로 일찍 돌아가셨다.

어머니와 7남매의 어린 자식을 놔두고, 눈을 감을 수 없어 뜨시고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30대에 아버지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다.

그래서 50대가 되었을 때부터 가끔씩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올해 안에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다. 속기학원과 여러 가지 단체 활동으로 늘 바쁘게 살고 있다. 할 일이 많으면 죽지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고서.

나이가 많으면 잠이 잘 안 온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죽으면 영면(永眠) 하니까.
시골에서 어렸을 때 냇가 모래밭에서 친구들과 재미나게 가족놀이 소꿉장난을 하다가 해가지면 모두 놔두고 각자 집으로 간다.
어느 날 우리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모든 것을 남겨두고 빈손으로 멀리 떠나갈 것이다.

한국컴퓨터속기학원 이수만 원장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