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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변함없는 식물원

admin 기자 입력 2023.01.17 15:44 수정 2023.01.17 03:44

↑↑ 서영배 씨
ⓒ N군위신문
내가 근무하는 곳 항상 꽃이 있고 물이 흐르는 장곡 휴양지.
그 오솔길 길 따라서 개나리, 진달래, 소나무, 참나무가 어우러져서 있어 누가 봐도 아름다운 곳이다.

또 그 옆의 산야에는 항상 온갖 새 소리 등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해 식물원 옆 동물원 같다.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오면 온 산야는 연초록색의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하다. 땅 위로 올라온 푸른 어린 싹을 베어서 된장이며 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향긋한 봄 냄새가 입안을 가득 채우니 등산객의 한 끼 입맛을 돋운다.

먼 산에 아지랑이가 아른거리고 뻐꾸기, 종달새, 울음소리가 높아질 때면 휴양림의 식물원은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놀이터가 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물을 찾는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조용하기만 하던 식물원과 바깥 풍경은 아름다운 새색시처럼 더욱 더 아름답게 보일 뿐이다.

불과 며칠 동안, 몇 달 동안 울음소리를 위해 수년을 어두운 땅속에서 번데기로 살아야 하는 매미처럼 한때의 붉은 빛을 위해 기나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 휴양림의 식물원.

겨울을 견디고 드디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만난다. 우리들의 운명이 자연의 순리와 다르지 않다.

“아 나는 춥다. 춥다” 하면서 몸부림치다가 “아, 나는 따뜻하다. 외롭지 않다”고 할 때 훌쩍 떠나가야만 하는 인생살이처럼 우리는 이 땅에 잠깐 동안의 붉은 빛을 남기고 사라져 가는 것일까.

식물원 관리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다. 들판의 꽃처럼 피고 지고 감각 없이 한해 두해 피고 지는 돌보지 않는 버려진 들판처럼 가꾸면 가꿀수록 힘이 든다.

관리자가 바뀌고 해 마다 오는 계절.
겨울, 봄, 여름, 가을 그 속에서 내가 근무하는 식물원은 계절의 관계없이 늘 푸르다. 나는 이곳을 항상 많은 사람들이 꽃향기에 취하는 식물의 들판으로 가꾸고 싶다.

삼국유사면 장곡휴양지 서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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