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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계묘년 새해, 나의 소망

admin 기자 입력 2023.01.17 16:26 수정 2023.01.17 04:26

↑↑ 황성창 작가
ⓒ N군위신문
해는 ’토끼의 해‘ 계묘년이다. 웅크렸던 토끼가 뒷발로 발돋움하며 도약한다는 계묘년이 시작된 지 한 보름 지났다. 옛날부터 토끼는 생기가 넘치고 지혜로우며,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되어왔다.

고대소설인 별주부전에도 토끼의 간을 요구하는 용왕에게 토끼는 “간을 볕에 말리려고 육지에 두고 왔다”라는 말로 은근슬쩍 위기에 대응하는 토끼의 영특함을 엿볼 수 있다. 토끼는 유사시를 대비해 굴을 3개나 파서 둔다는 ’교토삼굴(狡免三窟)‘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그만큼 토끼가 영민하고 지혜롭다는 뜻이다.

그런 새해를 맞으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낫게, 다르게 살아보리라‘고 결심했다. 그런 만큼 올해 운세도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 지난 삶이 실패했다고 해서 다시 삶을 시작해 보겠다는 건 할 수도 없지만, 될 수도 없는 가당찮은 변명일 뿐이다.

다 지난 일을 가슴 치며 후회한 들 결과를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이다. 필자의 경험상 예감이 불길한 해는 무엇을 해도 되는 게 없었다. 부정적인 예감 뒤끝은 매사가 틀어질 확률이 높았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사고를 바꾸니 하고자 했던 일들이 매듭 풀리듯 술술 풀어졌다.

기묘년에 태어난 ’토끼띠‘인 필자도 연약한 토끼가 천적이 무서워 몸을 피하듯이 내가 운세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불시에 나타날 천적을 피해 삼십육계 줄행랑이 옳은 건지 좋은 예언을 듣고 싶어서다. 혹여라도 내 팔자에 복권에 당첨돼 횡재라도 취할지 요행을 바라서 운세를 보는 건 아니다.

어떻든 새해를 출발하는 마음은 정말 쾌청하다. 그 이유는, 지난해 12월 8일 민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 법이 시행되는 올 6월부터 나이를 셈하는 셈법이 만 나이로 사용한다고 한다.

필자도 덕지덕지 쌓였던 나이가 한두 살 줄어든다고 생각하니까 괜스레 젊어질 느낌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기분이 가뿐해지는 걸 느끼니 단지 숫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런 걸 보고 사람 마음 요사스럽다고 흉볼 일인가? 특히 올드보이들은 마치 회춘이라도 될 듯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진작에 시행했어야 할 법이다.

이렇듯 기분 좋은 계묘년에 소망을 이루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을 좋은 말들을 간추려봤다. 지금 내가 숨을 쉬면서 서 있는 땅을 ’지상 최대의 낙원‘이라 여기며 살아보자.

내 앞에는 ’지난해 두고 온 것보다 훨씬 나은 꿈‘들이 신년 벽두부터 펼쳐질 것이라고 희망적인 생각도 가져보자. 흔히들 ’인생은 짧다‘고 말한다. 그 말은 목표를 세워 어정거리지 말고 빨리빨리 일하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나 싶다.

대체로 인생 ’낙관론자는 새해가 오는 걸 보려고 잠을 자지 않고, 비관론자는 지난해가 무사히 가는 걸 확인하려고 잠을 자지 않는다‘ 는 말이 있다. 계묘년 첫 열차는 원단(元旦) 영시(零時)에 출발했고, 낙관론자든 비관론자든 새해 소망을 잔뜩 싣고 새벽 열차에 너도나도 어금니 꽉 물고 탑승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술인들에게 지원하는 문학창작지원금을 신청, 문학창작 대상자로 선정되어 소정의 국가지원금을 지난 연말에 받았다. 그 지원금으로 새에 세운 소망 중 가장 으뜸인 문학창작집을 세 번째로 발간할 작정이다.

등단 이후 첫 번째 출간한 시집 ’가을이 물든 바람‘에 이어 2018년에 두 번째로 ’주목처럼 천년을‘ 이란 제목의 수필집도 발간하였다. 4년의 긴 공백 기간에 비워둔 하얀 여백에는 세 번째로 출간할 장르는 제2 시집으로 채울 생각이다.

심혈을 기울여 내놓을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벌써 설레고 두근거린다. 반대로 내려칠지도 모를 죽비를 상상만 해도 두려워 오금이 저린다. 작가는 오로지 작품을 통해서 혹독한 검증과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요즘은 매일같이 뜨고 지는 해이건만 해를 바라보는 마음은 사뭇 다르다. 새해에도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라고, 복도 일한 만큼 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새해 해맞이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엄숙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몄다. 지금은 가보지 않던 낯선 여행길로 가고 있다.

여행길에 오른 길손을 반가이 맞아줄지 냉대할지 알 순 없다. 어떤 길이 기다려줄지도 더더욱 알 수가 없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화사한 꽃길이라 장담할 수도 없다. 그래도 새해 소망을 이룩하기 위해 선 반드시 떠나야 한다.

미지의 길에서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 토끼가 두 발 모아 힘차게 발돋움하듯이 함께 뛰어보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 절벽을 타는 담쟁이처럼 얼기설기 얽히며 올 한해를 동행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으리라.

황성창 시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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