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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휴양지의 눈

admin 기자 입력 2023.02.19 22:43 수정 2023.02.19 10:43

↑↑ 서영배 씨
ⓒ N군위신문
작년에도 올해도 겨울 눈 속에 묻혔다.
계절마다 그 계절에 맞는 자연의 아름다운 섭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섭리는 신화처럼 신비롭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연의 아름다운 사계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다.
봄엔 꽃이 피고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엔 낙엽이 지고 겨울에 눈이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이 섭리가 조금씩, 아니 많이 벗어나고 있다. 한겨울에도 봄인줄 알고 빼꼼히 내민 꽃봉오리가 안쓰럽다.

겨울의 강풍 속에 춥다는 생각보다는 눈썰매를 타고, 개울 얼음 위에서 팽이치기하며 철없이 뛰어놀던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모든 것이 새하얗게 덮인 산속을 걷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터질 것 같고 그 터진 마음속에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지만 그 바람을 가슴에 채우고 싶어진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부는 이 시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가슴에 묻어둔 낡은 생각들을 저 하얀 눈 속에 묻고 싶은 충동이 가슴 한쪽에서 일렁인다. 모질게 내뱉은 말, 냉정하게 뿌리쳤던 행동들 모두를 묻어버리고 싶다.

휴양지의 오솔길 따라 하얗게 쌓인 눈 속에 낡은 생각들을 버리고 나의 추한 모습들도 계곡에 흘러버리면 쌓인 눈이 햇볕에 녹아내리듯 새봄을 맞을 수 있을까.

휴양지에 눈이 내린다. 눈 때문에 주변은 새하얗게 변해 간다. 보고 싶지 않은 사물들이 덮어지고 그 위를 새, 고양이, 다람쥐의 발자국만이 있다.

동물들이 남긴 발자국에 나의 발자국을 남긴다. 발자국에 희망을 담아서 걷고 걷다 보면 눈 내리는 겨울 휴양지의 오솔길 끝에 내가 바라는 목적지가 나올것만 같다.


삼국유사면 장곡휴양지 서영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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