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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새로운 출발

admin 기자 입력 2023.03.03 11:11 수정 2023.03.03 11:11

↑↑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올해는 집 나간 토끼가 60년 만에 돌아온 해다.
세상은 춤을 추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다. 해맑은 모습으로 토끼는 새로운 세상에 넙죽 절한다.

세상은 네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렸건만, 몹쓸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정중히 마중하지 못해 마음이 걸린단다. 섭섭해하지 말거라.

그동안 세상은 경제가 휘청거리고 민심이 흉흉하고 모든 행사가 취소되었다. 만나 보고 싶어도, 부모 형제가 먼 여행길을 떠나도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학생들도 입학해서 친구들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졸업했다. 암흑 같은 3여 년이란 긴 터널을 빠져나와 이제 와 겨우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다.

세상이 어수선한 이때, 네가 찾아와 따뜻한 봄소식을 전해 줘 우리에게 더없는 위로가 된다.
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가 조금씩 생겨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고 지자체 단체에서는 여태까지 열리지 못했던 행사 준비에 분주하다.

군위 문화원(원장 박승근)에서도 새로운 출발 새로운 도약 캐치 아래 이사회 개최 준비에 바쁜 시간을 보낸다는 소식이 들린다.

포수에 쫓기던 노루가 산꼭대기에 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포수가 어디 있는지 뒤돌아본다. 살기 위한 동물의 본능일 거다.
사람도 지나온 과거를 뒤돌아보며 살아간다. 내가 처음 문화원에 발을 디뎌 놓을 때 생각이 난다.

장구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군위문화원을 전국에서 으뜸가는 문화원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요사한 세상이 내 생각을 허황한 꿈으로 날려 보냈다.

이를 당연한 거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아닌지 고민하며 지냈다. 이런 세상에서 십여 년이란 세월을 무심히 흘려보냈다.

계묘년은 나에게 뜻깊은 새로운 출발이다.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는데 천연스럽게 세월만 탓하고 그냥 죽치고 앉아 있을 수 없다.

어느 날 문화원장을 만나려 찾아간다. 원장님께서 반가이 맞아 주시며 자리를 권한다. 일언지하하고 찾아온 연유를 말씀드린다.

이야기를 들으시고 고민해 보겠다며 서류를 접수해 보라고 한다. 뜻밖의 대답에 의아했다. 며칠 후 서류 들고 사무실에 들렀다.

사무국장이 서류를 접수하면서 눈인사한다. 역시나 문화원은 문화원답게 달랐다. 고풍스럽고 해맑은 웃음에 상냥하고 정감이 묻어난다. 며칠이 지났다.

임인년 마지막 날에 원장님한테서 전화가 온다. 스물여덟 명의 이사님한테 전화로 나의 이사 가입 승인에 관하여 물어보았다.

이사님 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하며 다음 이사회 때 참석하라고 한다. 고민과 번뇌에 쌓인 나는 마음 한가운데 잔잔한 기쁨과 설렘이 일어난다.

2023년 2월 24일 군위 문화원 첫 이사회를 개최한다며 회의 자료가 집으로 배달된다.
흐뭇한 기분으로 회의 자료를 넘겨 보니 단체마다 차례를 쓰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내 생각으로는『2. 심의 안건』 밑에 제1호 의안, 제2호 의안을 넣고 『3. 2023년 사업계획』 등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으로 받아 보는 회의자료라서 어색했다. 천신제, 장군 단오제 재현 등 사업이 낯설다.

이사회 개최하는 날 아침. 나는 괜스레 마음이 바빠 허둥댄다.
아침은 먹는 둥 만 둥, 있는 거 없는 거 차려입고 멋을 부리며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던 거울을 닳도록 쳐다본다. 차도 윤나게 반질반질하게 닦는다.

회의 시작 한 시간 전에 문화원에 도착한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사무국장과 팀장이 반갑게 마중해 준다. 처음 보다 분위가 덜 서먹하다.

팀장의 안내로 원장실에 들어가니 원장과 부원장이 회의 준비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시각에 맞춰 이사님들이 한 분 두 분 들어온다. 낯익은 분도 있고 안 익은 분도 있다.

교사들이 선망하는 직으로 계시다 정년퇴직하신 한 분이 친절하게 대해 주신다. 긴장이 풀리고 마음에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교직 생활에 묻어나는 예도 있거니와 문화원의 사상 仁, 義, 禮, 智 정신이 몸에 밴 듯하다. 2층 회의장에 올라가면서 제 스승님의 형제분도 만난다.
회의장 분위기는 압도적이다. 정면에 인쇄체 글씨로 “군위문화원이사회”라고 쓴 커다란 현수막이 성큼 눈앞에 들어온다.

정면 좌측에 태극기, 우측에 문화원 기가 가지런히 세워 놓여 있다. 그 앞에 회장 자리가 있고, 옆에 연대가 있다.
이사님들의 자리 앞에는 명패가 놓여 있다. 영락없는 국제 회의장 분위기다. 두리번거리며 혹시나 하고 내 명패도 찾아보았다.

엊그제 가입했기 때문에 신경 쓰인다. 빈틈없는 준비에 사무국의 부단한 노력과 정성이 가득 담겨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11시 정각에 회의가 시작된다. 의장의 개회 선언 후 식순 따라 회의가 진행된다.
의장이 2023년 이사회 의안 및 심의안을 상정하기 전에 감사 보고가 있다. 보고가 매우 인상적이다.

공공기관에서 감사하는 것을 본 적 있다. 그대로 하는 거 같아 보여 옆에 있는 이사님한테 감사하신 분의 전직이 뭐냐고 물어본다.

공직에서 근무하시다 정년퇴직하신 분이라 한다. 마음속으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이어서 의장이 제1호 의안 2022년도 사업실적 및 결산의 건을 상정한다.

사업 내용 중 천신제, 장군 단오제, 군위 향가, 사업비 반납 등에 관한 질의와 답변으로 시간이 길어진다.

의장은 천신제는 국가 평안을 기원하는 기원제다. 일 년에 2월 8월 10월 세 번 지낸다.라고 답한다. 샤머니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장군 단오제는 지금까지 문화관광과에서 주관해왔는데 앞으로는 문화원에서 주관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한 이사님께서 단오제에서 지출이 과다한 것 같아 한 번 재고해 주시면 좋겠다고 건의한다. 군위 향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업을 못 해 반납했다고 하자 이사님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온다.

질의응답이 거의 끝날 무렵 의장이 문화원 회원 문화유적답사는 5월경 1박2일 국내로 할 계획이다. 장소는 집행부에 의뢰해 주시면 좋겠다고 한다. 결산, 사업, 행사 등을 집행부에서 부의하기가 힘이 든다고 하시며 재무, 사업, 행사 위원 등을 두면 좋겠다고 한다.

모든 의문 난 점은 전화로 해주시면 답해 드리겠다고 하면서 폐회 동의를 받고 폐회했다.
나이에 불문하고 식사보다 더 즐거운 거 없다.

식사하며 주고받는 이야기에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른다. 쏟아져 나오는 재치와 끼 있는 말에 어느새 하늘에 떠 있는 해가 고개를 숙인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부족한 저를 이사로 가입시켜 주신 원장님, 열렬히 지지해 주신 이사님들께 마음속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

군위문화원의 위상을 전국에 떨쳐 보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다. 새로운 출발로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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