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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admin 기자 입력 2023.03.03 11:23 수정 2023.03.03 11:23

↑↑ 이윤기 작가
ⓒ N군위신문
저서로는 중단편 소설집 『하얀 헬리콥터』 『나비넥타이 장편소설 『하늘의 문』 『사랑의 종자』 『햇빛과 달빛』 『뿌리와 날개』 등이 있다.
역서로는 『장미의 이름』 『리스인 조르바』 『변신이야기』 등이 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미시건 주립대학교 국제대학 연구원(종교사)으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같은 대학교 사회과학대학(문화인류학)을 지냈다.
1998년 중편소설 숨은 그림찾기 1- 직선과 곡선으로 동인문학상, 2000년에는 한국번역가상, 대산문힉상(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그리스인들은 이 세계와 우주를 어떤 것으로 여기고 있었을까?
그리스인들의 황당한, 그러나 나름대로 이치를 꿰뚫고 있는 세계관과 우주관을 엿보기로 하자.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처음에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온 우주와 온 땅은 그냥 막막하게 퍼진 듯한 펑퍼짐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막막하게 퍼진 것을 ‘카오스(chios)’라고 한다. ‘혼돈’이라는 뜻이다. 카오스는 형상도 질서도 없는 하나의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이 없는 퇴적물, 사물로 굳어지지 못한 모든 요소가 구획도 없이 밀치락달치락하고 있는 하나의 생태일 뿐이다. 이와 반대되는 상태를 ‘코스모스(cosmos)라고 한다. 질서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 ’자연’이라는 신이 출현한다. 자연은 카오스를 정리한다. 혼돈 상태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오스가 아주 죽은 것은 아니다. 카오수에게서 그윽한 어둠의 신 에레보스, 밤의 여신 뉙스가 한 어둠이라는 뜻이다.

뉙스(Nyx)는 밤의 여신이기도 하지만 ‘그 말 자체가 범’이라는 뜻이다. 밤을 뜻하는 라틴어‘녹스(nox)는 여기에서 나왔다. 야상곡을 뜻하는 ‘녹턴(noctum)’, 밤을 뜻하는 프랑스어 ‘뉘(nuit)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에레보스와 닉스는 엄밀하게 말하면 남매간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남매라는 말이 없었다.
이 둘은 혼인하여 낮에 신 헤메라와 대기의 여신 아이테르를 낳았다. 대기 혹은 푸른 하늘을 뜻하는 ‘이테르(Ether)’ 이 아이테르에서 나온 말이다.

자연은 하늘에서 땅을 때놓았고, 땅에서는 물을 때어 놓았다. 무주륵한 대지에서 맑은 하늘을 떼어 낼 수 없는 것을 모두 떼어 놓고는 이들에게 각기 자리를 주어 평화와 조화를 누리게 했다.

자연이 이렇게 하자 무게라는 것이 조금도 없는 하늘의 불과, 사물을 태우는 기운은 가장 높은 하늘로 올라가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가변 기로 말하자면 불 다음인 공기는 그 밑에 자리잡았다.

불과 물보다 밀도가 놓은 땅은 단단한 물질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무게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땅은 아래로 내려왔다. 사방으로 퍼져 있던 물은 맨 나중에 자리를 잡았다. 물은 땅을 감싸않았다.

그리스인들은 거대한 강인 태양이 땅을 둘러싸고 있다고 믿었다.
가슴이 넓은 대지는 땅이 원래 그렇듯이 스스로 생명을 얻어 여신이 되었는데, 이 여신이 바로 가이아(Gaea)다.

이 말은 지금도 ‘지구’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하늘은 곧 하늘의 신 우라노스(Uranus)가 되었다, 스스로 우라노스가 되었다고 믿는 이들도 있고,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하늘을 하늘의 신으로 만들었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자, 위에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있고, 아래에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있다. 그윽한 어둠의 신 에레보스가 있고 밤의 여신 뉙스가 있다.

그윽한 어둠과 밤사이에는 이들이 낳은 낮의 신 헤메라 와 대기의 여신 아이테르가 있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있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따라서 신들은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낳아 이 세상을 가득 채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밤의 여신 뉙스는 검은 날개를 퍼득거려 바람을 일으키고 이 바람의 정기를 받아 거대한 알 하나를 낳았다.

이 알에서 또 한 신이 태어났는데, 이 신이 바로 나른한 그리움의 신 에로스(Eros)다. 하지만 이 에로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의 신 에로스는 아니다. 나른한 그리움의 신 에로스는 상생하는 신이다.

이 땅에 살아갈 온갖 것들을 낳게 될 에로스가 밤의 여신 뉙스의 자식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교합할 때, 밤의 여신 뉙스가 밤의 장막으로 이들을 가려주었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가 낳은 12남매가 바로 ‘티탄(Tian) 족’, 즉 거대한 신들의 족속(거신족)이다. 천하장사를 뜻하는 “타이탄(Titan)이 여기에서 나왔으며, 빙하에 부딪혀 침몰한 거대한 배 ‘타이타닉(Titanic)’의 이름도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땅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여섯 아들 중 맏이는 거대한 바다(대양)의 신인 오케아노스(Oceanos)다.

바다를 뜻하는 영어 ‘오션(Ocean)’은 여기서 유래한 말이다. 둘째 아들은 ‘하늘 덮개’라는 뜻의 코이오스, 셋째 휘페리온(Hyperion)이다. 휘페리온이라는 말은 ‘높은 곳을 달리는 자에게서 아들딸이 태어난다면 그것은 누구이겠는가? 해와 달이 아니겠는가?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달의 여신셀레네는 휘페리온의 자식들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자. 넷째 아들은 크리오스, 다섯째 아들은 이아페토스다. 뒷날의 일이지만 이아페토스에게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두 아들이 태어난다.

즉, ‘먼저 아는 자’라는 뜻을 지닌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와 ‘나중 아는자’라는 뜻을 지닌 에피메테우스(Epimetheus)가 바로 이들이다. 이 두 단어의 접두사 ‘프로(Pro)와 ‘에피(epi)’는 머리말을 뜻하는 ‘프롤로그(Prologue)’와 끝말을 뜻하는 ‘에필로그(epilogue)’ 라는 말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로그(Logue)는 말이라는 뜻이다.

여섯째 아들의 이름은 크로노스(Coaros), 즉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 12신으로 유명한 올림포스 신들은 모두 이 크로노스의 자손들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낳은 여섯 딸 중에 첫째는 테이이다.
별로 중요한 여신이 아니었던지, 신화는 이 테이아에 대해 별로 기록하고 있지 않다. 둘째는 레아, 즉 ‘동물의 안 주인’이라는 뜻이다.

셋째는 므네모시네(Mnemossyne) 즉 기억(remembrance)라는 뜻이다. 역시 뒷날의 일이지만, 이 므네모쉬네에게서 우리가 뮤즈(Muse)라고 부르는 예술의 여신들인 무사이(Mousai) 9남매가 태어났다.

이어서 포이베, 테튀스 그리고 테미스가 태어났는데, 이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여신이 바로 테미스이다.

테미스는 ‘이치’라는 뜻이다.
이 여신은 어떤 사물이나 사태를 접할 때마다 그것이 이치에 합당한 것인지 따지고 재판하는 일을 하는 것읻.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는 거대한 신들인 티탄 12남매만 낳은 것은 아니다. 거대한 외눈박이들인 퀴클롭스 3형재, 팔이 100개나 달린 거인들인 헤가톤케이레스를 낳은 것도 바로 이들이다.

‘귀클롭스(Cyclops)’라는 말은 ‘퀴클(cycle)’과 ‘옵스(ops) 라는 말로 이루어져 있다. 퀴클은 ’둥글다‘는 뜻으로 영어의 ‘서클(circle)’과 같은 말이다. 옵스는 ‘눈’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오늘날에도 눈 및 시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옵티컬(optical)’ 따위의 영어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퀴클롭스는 무슨 뜻이겠는가? ‘둥그런 눈’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이마 한복판에 둥그런 외눈알이 하나 박혀 있어서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퀴클롭스 3현제 중 맏이의 이름은 브론테스, 즉 ‘천둥’ 이라는 뜻이다. 둘째의 이름은 스테로페스, 즉 번개라는 뜻이다.

셋째는 아르게스, 즉 벼락이라는 뜻이다. 뒷날 이 3형제가 힘을 합해서 제우스에게 무시무시한 무기를 만들어주는데, 그것이 바로 제우스의 불벼락이다.

헤가톤 제이레스 3형제는 각각 팔이 100개의 팔이 달려 있어서 헤가톤케이레스, 즉 ‘백수 거인(白手巨人)’이라고 불렀다.

맏이의 이름은 코토스, 즉 ‘돌진하는 자’라는 뜻이다. 둘째의 이름은 브리아레오스, 즉 ‘강한 자’ 라는 뜻이다. 그리고 막내의 이름은 기에스, 즉 ‘손을 함부러 놀리는 자’ 라는 뜻이다.

거신 12 남매는 그렇지 않은데, 이 외눈박이 거인 3형제와 백수 거인 3형제는 이름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듯이, 걸핏하면 행패를 부리는 망나니 들이었다.

이들은 저희들끼리 싸우는 것은 물론이고 형들과 누나들인 거신 12남매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자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이들의 행패와 망나니 짓을 보다못해 이들 여섯울 대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타르타로스’에 가두어 버렸다.
타르타로스는 ‘무한지옥(無限地獄)’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들은 바로 무한 지옥에 갖힌 셈이다.

그렇다면 대지의 가장 깊은 곳은 어디일까? 바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뱃속이다. 가이아는 이들이 무한 지옥 안에서 벌이는 소동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
‘…… 외눈박이 3형제와 백수 거인 3형제는 내기 바라지 않던 자식들이다. 내가 바라지 않던 자식을 낳게 한 것이 누구인가? 바로 하늘의 신 우라노스다.


우라노스를 그대로 두면 또 나에게 이런 자식의 씨를 뿌릴지도 모르는 일……. 후한을 없애자면 근본부터 잘라 버리는 수밖에 없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몸 속을 흐르는 무쇠의 맥에서 무쇠덩어리를 하나 꺼내어 낫 한 자루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거신 12남매를 불러들었다.
가시아 여신 아들딸에게 말했다.

“너희들의 아버지는 나로 하여금 내가 바라지도 않던 자식들을 낳게 했다. 너희들에게도 종종 행패를 부리는 외눈박이 거인 3형제와 백수 거인 3형제가 바로 이들이다.

아들은 지금 내 뱃속애 갖혀 있다. 이들이 소동울 부리는 통에 내가 견디지 못하겠다. 나는 지금 너희들 아버지 우라노스에게 한 가지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 너희들 아버지를 죽일 수는 없다. 하늘의 신이 죽으면 하늘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어찌하였으면 좋겠누냐?”
막내 아들인 크로노스가 대답했다.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 낫을 저에게 주십시오.”

크로노스는 어머니 가이아와 은밀하게 말을 맞춘 다음 낫을 품고서 낮의 신 헤메라가 떠나고 밤의 여신 뇌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말하자면 낮이 저물고 밤이 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이윽고 밤이 되자 하늘의 우라노스가 자기 몸으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몸을 덮었다. 그런 지 오래지 않아 우라노스가 자식의 씨를 뿌리는 ‘거시기’가 팽팽하게 부풀었다.

크라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가 어머니 가이아의 몸에 또 한 생명의 씨를 뿌리기 직전에 아버지의 ‘거시기’를 왼손으로 거머쥐었다. 그러고는 품 속에서 낫을 꺼내어 ‘거시기’를 싹둑 잘라 등뒤로 던졌다.

우라노스는 비명을 지르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 거시기에서 피가 솟게 했으니, 이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과연 우라노스의 피는 예사 피가 아니었다. 그것은 피의 정기와 사랑의 정기가 함께 서려 있는 피였다.

피가운데 피의 정기는 가이아의 몸 위로 떨어졌고 사라으이 정기는 가이아의 몸을 감싸고 있던 바다에 떨어졌다.

우아노스의 피 중에서도 피의 정기만 온몸에 뒤집어쓴 가이아는 그 정기로 뜻하지 않던 자식들을 줄줄이 얻었다. 에리뉘에스 자매들과 기간테스 형제들이 이때 얻은 정기러 가이아 여신이 낳은 자식들이다.

기간테스(Gigantes)는 외눈박이 거인이나 백수 거인과 다를 바가 없는 괴상한 짓만 골라서 하는 거인들이다.
단수는 기가스(Giges) 즉 ‘가이아(Gaca)의 자식’이라는 뜻이다. 복수일 경우는 기간테스(Gigantes)다.

거인을 뜻하는 영어의 자이언트(giant)는 기간테스에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우라노스의 피에 서려 있던 시랑의 정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피의 정기는 바다에 떨어져 거품이 되어 떠돌다가 퀴프로스 섬에서 한 아름다운 여신을 빚어 낸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바로 이 여신이다.

아프로디테(Aphrodite)라는 말은 거품(Apros)에서 태어난 여신이라는 뜻이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거품에서 탄생한 사건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사랑은 거품처럼 덧없는 것이라는

뜻일까? 하지만 아프로디테가 크로노스가 낫을 들고 설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세상을 사랑으로 가득채운다. 크로노스가 무엇인가? 시간의 신, 즉 세월의 신이다.
아프로디테가 크로노스를 비웃으며 인간들에게 육체적인 사랑의 기쁨을 가르쳤다는 것은, 사랑은 세월을 초월해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 안닐까?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한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동안, 그윽한 어둠의 신 에라보스의 밤의 여신 뉙슨는 줄기차게 자식 둘을 낳아 세상에 퍼뜨렸다.

어둠의 신과 밤의 여신 사이에서는 어떤 자식들이 태어났을까? ‘노쇠’의 신 게라스, ‘비난’의 신 모모스, ‘고뇌’의 신 오이튀스, ‘애욕’의 신 필로테스, 불화의 여신 에리스, 거짓말의 신 아바테가 이때 태어난 신들이다. 타나토스라는 이름의 신도 이들의 형제다.

모르페우스라는 말은 ‘모양을 빚은 자’라는 뜻이다. 휘프노스와 모르페우스는 형제간이 아니고 부자간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죽음의 신, 잠의 신, 꿈의 신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들이라는 점이다.

운명의 여신 3자매도 어둠과 신과 밤의 여신이 낳은 자식들이다. 운명의 여신 3자매 중맏이의 이름은 클로토, 즉 ‘베를 짜는 여신’이라는 뜻이다. 둘째의 이름은 라케시스, 즉 나누어 주는 여신‘이라는 뜻이다.

둘째의 이름은 라케시스, 즉 ‘나누어 주는 여신’이라는 뜻이다. 맏이가 운명의 베를 짜면 둘째는 미래의 실 마리를 풀어 신들과 인간에게 은혜를 나누어 준다는 뜻이다.

셋째의 이름은 아트로포스, 즉 ‘거역할 수 없는 여신’ 이라는 뜻이다.
이 여신은 맏이 클로토가 짠 운명의 베를 자르고, 라케시스가 나누어 준 것을 거두어들이는 직분을 맡는다. 이 아프로포스의 뜻은 제우스 신조차도 거역할 수 없다.

<자료제공 : 김성규 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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