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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휴양림의 칡

admin 기자 입력 2023.04.04 19:18 수정 2023.04.04 07:18

↑↑ 서영배 씨
ⓒ N군위신문
서로가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모습이 저마다 다르니 성격도, 가치관도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파도처럼 일어나는 것이 갈등이다. 조금 심한 파도가 있고 잔잔한 파도가 있듯이 사람 사이의 갈등이 크고 작음이 있고 짧고 긴 길이가 있다.

때때로 갈등은 상처가 되고 상처는 지울 수 없는 흉터로 남아 오래도록 자신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갈등(葛藤)을 풀어보면 칡과 등나무를 뜻하는데,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 하거나 충돌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나는 자연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만 유독 칡만은 싫어한다. 산에서 칡을 보면 눈에 띄는 대로 제거하고 싶은 충동을 느껴 칡넝쿨을 잘라낸다.

칡에게도 훌륭한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나무들을 감고 올라와 무성한 잎사귀로 햇볕을 혼자 차지하면서 나무를 고사시키는 칡의 단점 때문에 장점이 부각되지 못할 뿐이다.

휴양림의 산야에는 온갖 식물들이 서로를 등받이처럼 의지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휴양림의 산책길에서 횡포를 부리고 있는 칡넝쿨을 만나면 잘라내어 나무들의 숨구멍을 다시 틔어준다.

칡의 줄기는 식물을 고사시키지만 칡꽃은 모순되게도 아름답고 향기롭기까지 하다. 그래서 칡꽃을 생각하면 칡을 베는 내 행동이 미안해진다.

그렇지만 휴양림의 다른 많은 식물들의 숨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기에 나는 오늘도 칡과 현재 진행형으로 갈등 한다.


삼국유사면 가암1길 서영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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