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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대자연의 보물 미래 희망을 키워온 울진 금강 소나무 숲

admin 기자 입력 2023.04.04 19:29 수정 2023.04.04 07:29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이 숨 쉬는 울창한 푸른 숲속 연찬회를 다녀와서…권춘수 원장
끈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울진군의 모습에 감탄
“울진 엑스포공원서 망향정까지 왕피천 케이블카
하루 관광객 5~6백명씩 찾아들게 한다”

↑↑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지난 3년은 악몽 같은 시간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온 세상이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의료진들의 악전고투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늘어나고 우왕좌왕한다. 자식들은 부모가 죽어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길에도 얼굴 한 번 뵙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망연자실한다.

생명은 윤회일까 고래 심줄보다 더 질길 걸까? 코로나19로 제한되었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일상생활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지긋지긋한 침묵을 깨고 나들이를 시작한다.

공항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거리는 기쁨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넘쳐흐른다. 우리 수의사회도 움츠렸던 나래를 펴고 비상할 준비를 한다.

경북·대구 수의사회는 일 년에 한 번씩 합동 연찬회를 개최하면서 우의와 친목을 돈독히 하며 학술교류 등을 통하여 수의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동안 대마도 해외 탐방 등을 비롯하여 국 내외에서 행사를 개최하였다. 지난해와 저 지난해는 코로나19로 개최하지 못했다. 올해는 2022년 6월 21~22일 양일간 지난 3월 산불이 발생해 온 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울진에서 개최한다는 연락이 왔다.

연락을 받고 한 편으론 반갑고 다른 한 편으론 망설여진다. 여태까지 별생각 없이 참석했는데 왠지 어색해진다. 어떡할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가보고 싶은 생각에 마음을 내키다가도 공연히 불필요한 나이 탓을 끄집어낸다. 좌불안석이다.
ⓒ N군위신문

나이가 들면 때와 장소를 가려 앉을 자리 설 자리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어서다.

초청한다고 염치도 없이 아무 때나 얼굴을 불쑥불쑥 내미는 것도 꼴불견 같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창한 숲이 불에 시커멓게 타 버린 울진이라 하기에 이것저것 잡다한 신경을 다 끊어버리고 서둘러 신청했다. 곧바로 사무국에서 6월 21일 아침 10시까지 대구 삼성 홈플러스 앞에 기다리라는 문자가 왔다. 잊어버릴까 봐 달력에 빨간 매직으로 커다랗게 표시해 두었다.

갓 산수를 넘긴 나임에도 마음은 아직 젊은 청춘이다. 마음이 들뜨고 싱숭생숭해진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 날짜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데도 희한한 게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걱정되고 긴장이 된다.
차를 몰고 가는 거도 그렇고 대구에 가서 1박 2일 동안 차를 세워 놓을 곳이 마땅찮아서다.

딸에게 물어보니 자기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 두면 된다고 하기에 마음이 놓인다. 출발하는 날 아침 9시 30분에 아파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당일날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밤잠 설치고 긴장되어 밥도 먹는 둥 만 둥 갈 준비를 한다.

시내 도로 갓길에 차를 오랫동안 세워 두면 교통 단속원에게 적발되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바짝 긴장해서 차를 몰고 서서히 시내로 들어간다.
ⓒ N군위신문

두리번거리며 차를 세워둘 곳을 찾는다. 마침 삼성 홈플러스 맞은편에 거무스레한 색으로 페인트칠한 버스 한 대가 덩그러니 서 있다.

걱정하던 참 잘 됐다며 버스 뒤에 차를 세워놓고 약속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다행스럽게 버스도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어 마음 편했다. 얼마 뒤에 그 버스가 떠난다.

하는 수 없어 나는 약속한 시각에 맞춰 아파트 앞으로 간다. 9시 30분에 딸이 바쁜 걸음으로 걸어온다. 같이 차를 타고 삼성 홈플러스 정문으로 간다. 관광버스가 사무실에서 홈플러스로 출발했는지 혹시나 하고 사무국장에 전화를 걸어 본다.

버스가 홈플러스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10시 되려면 아직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벌써 출발하다니? 곡예 운전하며 버스 뒤를 쫓아간다. 몇 미터 앞에서 버스 한 대가 깜빡이를 켜고 서 있다. 조금 전 내 앞에 서 있던 그 버스였다.

패러다임은 노인들만 가지는 특권인지 좀처럼 깨어지지 않는다. 그 버스가 내가 타고 갈 관광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으면 어땠을까. 으레 버스가 삼성 홈플러스 정문 앞에 10시까지 기다리는 줄 알았다.
ⓒ N군위신문

산수 나이면 남들이 노인이라 하는 데 아니라고 고집하던 나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스러웠다. 생각을 접었지만,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한고비를 겨우 넘기려나 했더니 또 한 가지 걱정이 고개를 쳐든다. 선배 회원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단체에는 노소가 없다지만 그럼에도 갑자기 씁쓸하고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회원들이 버스 타려고 기다리는 마지막 장소까지 가서 보이지 않으면 내리려고 마음먹었다. 마지막 장소에 전임 회장 얼굴이 설핏 보인다. 가뭄에 소낙비 한줄기보다 더 반가웠다.

회원을 다 태운 버스는 울진을 향해 힘차게 달린다. 경북 회장이 간단한 인사와 행사 일정을 안내한다. 이어서 대구 회장이 인사한다. 참신한 젊음의 패기와 열정으로 수의사회를 이끌어 가는 두 회장의 늠름한 모습에 마음 든든하다.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점심나절이 되어 간다. 버스는 포항 도심을 끼고 돌아가는 아늑한 어느 식당에 우리를 안내한다. 두부찌개로 맛있게 점심을 먹으면서 그간 쌓였던 이야기로 식당은 시끌벅적하다. 식당 옆에는 한국 추상 철 용접 조각의 선구자 송영수(1930-1970) 조망전《송영수:영원한 인간》을 마련한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다.

전시실 안에는 부채와 나무(1957, 철) 효(1957, 철) 핵의 공포(1959, 철) 십자고상(1963, 철) 등을 전시해 놓았다.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하늘 한가운데 있던 해가 고개를 서쪽으로 돌린다. 버스는 울진에 있는 왕피천 케이블카 있는 데로 무서운 속도로 달린다. 왕피천(王避川)은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오기리에서 발원해 울진군을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길이 60.95km의 하천이다. 울진은 천혜의 비경과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살기 좋고 인심 좋은 곳으로 이름이 나 있다.
ⓒ N군위신문

성류굴을 비롯하여 왕피천 계곡, 진동 계곡, 조경동 계곡 등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더하여 유명한 금강송 숲길이 있어 울진은 말 그대로 관동팔경이다. 여기에 끝난 것이 아니다.

울진군은 엑스포공원에서 망양정까지 왕피천 케이블카 등으로 하늘길을 열어놓고 관광객을 하루에 5, 6백 명씩 찾아들게 한다. 군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피땀 흘리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울진군의 모습에 감탄한다.

엑스포공원에서 망양정까지 왕복 1,430m 노선의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른다. 관동 8경 이야기 적힌 푯말 따라 걸어 올라간다. 청간정(淸澗亭)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푸른 동해를 바라본다. 관동팔경(關東八景)은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청간정과 삼일포,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망양정과 월송정이다.

망양정과 월송정 매력에 빠져 햇볕이 서서히 힘을 잃어가도 모르고 쳐다보고 있다. 망양정에서 공원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는데 한 회원이 핸드폰을 펼쳐 들고 우리나라 최초로 독자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인공위성을 싣고 우주로 날아 올렸다며 야단법석이다.

이 소리를 듣고 관광객 모두 박수치며 환호한다.
우리의 실력을 세계에 보여주는 이 순간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흥분된 가슴 안고 공원에 내려간다. 버스는 울진 바닷가에 있는 한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녁을 먹으면서 학기별로 짧은 멘트로 자기소개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가진다. 바닷가 기후 변화는 알 수 없다. 안개로 둘러싸인 바닷가에는 금방 어둠이 내리고 캄캄해진다.

밤은 젊음의 정열을 불태운다. 밤이 깊어 숨소리마저 끊긴 호텔 방 한구석에서 웃음꽃 피는 소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벽시계는 그들 모두를 잠재워놓고 몰래 빠져나온다.

창밖에 여명이 소리 없이 찾아와서 마중하고 있다. 아침은 상다리가 부려질 정도다. 입이 까칠해 밥 한 숟갈 물 한 모금도 넘어가지 않는다. 어영부영하는 사이 버스는 정신이 멍∼ 한 우리를 태우고 세계 제일 금강소나무 숲을 찾아간다.

경북 회장이 오늘 점심은 산불 피해로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진 군민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을 주고자 울진 군민들이 손수 경영하는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고 한다.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금강소나무 숲길을 헤치며 달리든 버스가 소나무에 홀려 정신을 잃고 길을 헤맨다. 억지로 길을 찾아 등산길을 안내하는 안내소에 도착한다.

우리는 안내원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은 남만큼 잘했는데 세월 이기는 장수 없다. 일행 뒤꽁무니를 따라 올라간다. 금강소나무 숲 표지석 앞에서 한 컷 담고 500년 된 금강소나무 앞에서 또 한 컷 담았다.

울창한 금강소나무는 자연번식도 있고 입목 재배한 나무도 있다.
사방공사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어디에서 관리하는지 알 수 없으나 지방 예산으로는 광활한 산림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어 보인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포기해야 한다.
힘없는 발걸음으로 내려오면서 생각한다. 노인이 따로 없다. 남들이 이것을 두고 ‘노인’이라고 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겨우겨우 쉼터까지 내려왔다. 피해지역 한 주민이 점심을 가지고 와서 우리 일행을 기다린다. 반찬은 고기 한 점 없고 모두 산나물이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맛있게 한 그릇 뚝딱한다.

햇볕이 나뭇가지에 걸쳐 길 위에 산그늘을 얇게 깔아 준다. 깊은 산은 일몰이 시작되면 금방 어두워진다. 서서히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내려오는 길에 산불 난 지역을 찾아가 보았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시커먼 숯덩이로 변해 버렸다. 시커멓게 변한 소나무가 서 있는 산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현기증 나고 우울해진다.
재산과 보물을 잃은 울진 군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용기를 내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좋은 날이 돌아올 겁니다』라고. 누구의 탓이라 돌리기 전에 산불은 너네 없이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겠다는 것을 생각하고 산에서 내려온다.

향긋한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신난 얼굴로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진다.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면서 아스콘 도로를 힘겹게 달린다. 버스는 봉화 영주를 거쳐 대구로 향한다. 내 고향이 가까워진다. 정들었던 회원님들과 아쉬운 석별의 시간이 찾아온다.

1박 2일 동안 함께 잘 지냈습니다. 회원 한 분 한 분 따뜻한 손을 잡아 주며 잘 지내시고 내년에 다시 만납시다. 아쉬운 인사를 나눈다. 지난 악몽의 3년을 슬기롭게 지내고 연찬회를 성공리에 마친 경북·대구 회장께 감사드린다.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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