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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의 대나무

admin 기자 입력 2023.05.02 16:27 수정 2023.05.02 04:27

↑↑ 서영배 씨
ⓒ N군위신문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대나무를 한 번도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적 없다.
대나무는 그저 빗자루, 복조리, 죽부인, 대, 삿갓, 대평상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재료로, 또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대나무 표구용, 방패용, 낚싯대 만드는 도구로만 생각했다.

이런 대나무를 아름다운 대상으로 180도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어느 봄날 휴양림의 산 속에서 아름다운 벚꽃 속에 숨어있는 대나무를 보게 되었다.
하얀 안개 속에 댓잎에 맺힌 이슬은 은구슬이 되어 땅에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대나무가 그렇게 청량한 나무일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이렇게 대나무의 아름다움에 개안한 후 드디어 깊은 묵죽도의 멋도 알게 되었다.
대나무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자 대나무의 마디마디, 곧게 선채로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까지도 눈부셨다.

등산로 옆 나무는 이제 대밭이다. 대나무 사이로 너무 비좁아 틈새로 넘나 들 수는 없지만 그 곳에 대나무가 아닌 다른 것이 존재하는 것은 이제 상상할 수 없다.

휴양림을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대나무가 신비스럽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산다는 것은 부단한 싸움 속에 사는 것도 아니고 순탄한 길로만 가는 것도 아니다. 대나무 속이 텅 비어 있지만 그 속이 비어 있어서 바람에도 꺾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사는 동안 꼭 무언가를 가득 채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대밭의 죽순처럼 살아도 좋지 않을까.

휴양림에 봄이 찾아왔다. 온갖 꽃들과 나무가 저마다 향기를 품어내고 우뚝 솟은 대나무도 향기를 전해준다.


삼국유사면 장곡휴양림 서영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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