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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사유원(思惟園)

admin 기자 입력 2023.06.18 17:05 수정 2023.06.18 05:05

↑↑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수령 백 년이 넘는 모과나무와 세계적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이 함께 공유하는 사색의 공간이다.

우리 지역에는 삼국유사의 인각사와 김수환 추기경의 생가, 의흥 삼국유사 테마파크 등 유적지가 많지만,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군위에서 약 40km 떨어진 부계면 치산효령로 1150에 20만 평 넘는 사색의 공간 사유원이 개방했다는 소식에 가뭄에 한줄기 소낙비와 같이 느꼈다.

사유원이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의 애정의 손길이 묻어 있다.
그는 300년 된 모과나무 4그루가 일본으로 밀반출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 나무들을 사들어 가꾸어 왔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30여 년간 수집한 백 년 넘은 모과나무가 약 108그루 넘는다고 한다. 규모가 점차 커지자, 나무를 옮겨 심을 장소를 찾던 중 이곳을 찾았다. 이후 배롱나무 소나무 모과나무 등 정성을 다하여 오늘날 사색의 공간으로 이르게 되었다.

여기에서 2023년 5월 3일 오후 5시 KBS 대구방송총국 주최로 KBS 교향악단이 ‘찾아가는 음악회’를 갖는다고 한다.

2023년 7월 1일 군위가 대구로 편입되는 것을 축하하려고 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렇다고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것이 아니다. 솔직히 사유원에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서다.

사유원에는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샤워장 허유와 소부의 공간, 새둥지 전망대라고 불리는 소대가 있다. 그리고 백 년 넘은 모과나무 108그루를 모아놓은 풍설기천년과 새들의 집으로 만든 조사 등이 있다.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소요헌 등 볼거리가 많다. 특색있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사색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유원은 특이한 점 많다. 일반 수목원과 달리 하루 입장객이 200명으로 정해 놓았다는 것이다. 사전 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다는 것과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입장료가 비싼 것도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평일에는 5만 원, 주말에는 6만 9천 원이다. 여러 가지 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날로 늘어나는 것을 보면 특이한 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음악회가 열리는 날이다. 음악회가 시작하기 전 사유원을 구경하려고 일찍 출발한다. 사유원 정문에 들어선다.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치허문이 있다. 치허문은 도덕경 제16장 치허극 수정독에서 나온 말로 ‘극도의 비움에 이르러 지극한 평온을 두터이 지키다’는 뜻이다. 길 따라 산을 오른다.

이마에 맞닿는 가파른 산길이 사람의 숨을 턱턱 막는다. 이마에 땀이 얼굴 타고 흐른다. 이런 줄도 모르고 정장 차림에 구두까지 반들반들하게 닦고 했다. 내 딴에 음악회 간다고 예의를 갖춘다고 갖췄는데, 바깥세상을 한 번도 구경해 보지 못한 나에게는 그럴 수밖에.

치허문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 따라 올라간다. 울창한 숲 사이로 잠망경처럼 불쑥 솟아 나온 콘크리트 건물이 보인다.

전망대라는 뜻을 가진 소대이다.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20.5m 높이로, 15도쯤 기울어져 있다. ‘피사의 탑’을 보는 듯하다. 90도 깎아놓은 90여 개 계단을 낑낑대며 오른다.

땀이 비오 듯한다. 정상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땀을 씻어준다. 광활한 사유원의 전경을 내려다본다. 세상이 숨을 멈춘 듯한 고요 속에 새들의 울음소리만 바람에 스친다. 텅 빈 무소유의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나는 무아의 세계로 빠져든다.

삼백 년 된 모과나무 4그루와 백여 년 넘은 108그루의 모과나무를 심어놓은 풍설기천년으로 간다. 아직 일찍 인지 모과 꽃망울이 보이지 않는다. 모과가 열리면 모과 향이 천지를 진동할 것 같다. 새콤달콤한 모과 향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돈다.

가을에 다시 한번 더 올려고 마음먹었다. 풍설기천년이란 바람과 눈비를 맞으며 풍진 세월을 이겨낸 모과나무의 강인함을 표현하고 천년 가는 모과 정원 되라는 의미로 명명하였다고 한다.

음악회 시각에 쫓겨 배롱나무 정원이라고 부르는 별유동천으로 간다.
배롱나무 이름은 꽃이 100일 간다고 하여 백일홍이라고 하고, 줄기를 만지면 모든 가지가 흔들린다고 하여 간지런나무라고도 한다. 배롱나무는 귀신을 쫓는다고 하여 묘소 주변에 심는 사람이 많다. 7~9월이면 빨간 배롱나무 꽃구경하려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담과 조사는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것이다. 사담은 생각하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가두어 조성한 연못으로 사유원에 사는 꿩 등 날 짐승들이 물을 마시러 온다. 국악, 성악, 무용 등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진다.

긴 대나무로 엮어 만든 조사는 새들의 보금자리다. 작은 새들은 아래층 큰 새들은 위층에서 잠자도록 만들어 놓았다. 최욱 건축가가 설계한 가가빈빈 카페에서 냉커피 한잔하고 음악회에 참석한다.

오후 5시 정각에 음악회가 열린다. 사회자의 안내로 김진열 군수가 상기된 얼굴로 단상 앞으로 나온다. 인사말 중에 군위가 대구로 편입된다고 해서 군위가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더욱더 전진하여 아름다운 변화 행복한 군위를 추구하기 위하여 알차고 보람된 군위로 거듭날 것입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500여 명 관중을 압도하는 당당한 모습에 믿음이 간다.

KBS 교향악단의 봄은 봄이다. 등 순서로 연주가 시작된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넓은 공간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으로 구성된 단원들이 음률에 따라 몸을 움직인다. 현란한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음악회가 끝나고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는다. 사람들은 공연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오면서 봄에 교향악단이 왔으니, 가을에는 사물놀이패가 오면 좋겠다고 한마디씩 한다. 세상의 눈이 집중된 사색의 공간 사유원이 우리의 소중한 군위 문화 유적으로 길이 빛내 주기를 바란다.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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