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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시더”

admin 기자 입력 2023.06.18 17:04 수정 2023.06.18 05:04

↑↑ 대구일보 배철한 부국장
ⓒ N군위신문
1990연대부터 산업화 물결이 밀려오면서 농촌의 젊은 이들이 도시로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농촌의 인구소멸과 고령화는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지 오래 된 농촌·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군위군은 전국에서도 지자체 소멸 1위에 손꼽히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다.
다행히도 7월1일 대구편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신공항 건설 또한 많은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다행인 것은 농촌 행복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귀농·귀촌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희망적이다.

그렇지만 당장 인구증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더욱 피팍해 질 수 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농촌지역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굴러들어온 돌이 박인 돌’을 뺀다는 옛말이 있다. 요즘 같아서는 틀린 말인것 같다.
군위지역에는 최근 몇년 새 효령·부계 등 군위의 관문을 중심으로 귀농·귀촌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객지로 나갔다가 은퇴 후 고향으로 유-턴 해 온 사람은 귀향했기 때문에 귀농·귀촌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조용한 농촌에서 살기위해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군위가 좋아 정착을 결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군위군에 귀농·귀촌 인구는 300여 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들과 원주민 즉 말해서 기존의 마을주민들과 소통과 화합이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문화적 차이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마을에 행사나 의논할 사안이 있으면 귀농·귀촌인은 외계인 취급을 받기 일쑤다. 꼽사리(꼽사리는 비속어 같지만 표준어다) 낄려고 하면 귀엣말로 “들어온 놈이 뭘 안다고 어디다가 꼽사리 낄라꼬 카노”라며 수군거린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촌놈이 텃세 하는 꼴이다. 텃세가 장난이 아니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좀 끼어든다고 수식어 처럼, 들어온 놈이, 버르장머리 없고, 싸가지 없고, 못배워쳐먹은 티 내고, 생긴건 어떻고, 싸이코패스니 뭐니 뒷담화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웃에 담 하나를 두고 서로 살갑게 살아가면 좋을텐데 대놓고 무시하는 통에 떠나고 싶다는 이들도 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문화적 차이인 것이 분명하다.
도시에서는 동네에 일이 생기면 돈만내면 만사형통인 반면 농촌마을에서는 멀리 조상때부터 더불어 살아오면서 잔치나 초상이 나면 계·두례 형식으로 온 동네 주민이 나서 큰일을 치뤄준다. 동네 부역도 마찮가지다. 잘나고 못난것도 없이 필요한 연장을 들고 동참해 협동 하는 것이다.

소위 말해서 들어온 사람은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알고 할 일 다 했다는 듯이 나몰라라 하기 때문에 ‘들어온 놈’소리를 듣는 것이고 원주민이 귀농·귀촌한 사람을 무조건 니가 뭔데 들어온 놈이 하면서 밀어낼려고 하면 할 수 없는 ‘촌놈’인 것이다.

서로가 살아온 과정은 틀린다 해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이해하고 살갑게 대하려고 노력하면 농촌의 행복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점차 인구가 늘어나 좀 더 잘사는 군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든다.


대구일보 배철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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