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역사적 그날

admin 기자 입력 2023.07.20 10:05 수정 2023.07.20 10:05

↑↑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계묘년(癸卯年 2023년) 칠월 초하루. 군위가 대구로 편입되었다.
예로 군위는 물 맑고 공기 좋고 인심 좋아 살기 좋은 곳이라 이름난 곳이다.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각사, 압곡사, 법주사 등 유서 깊은 사찰이 많아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는다.

학교 운동회 할 적에는 운동장이 비좁아 발 디딜 틈 없었다. 담벼락 느티나무에 올라가 구경하기도 했다.

이렇듯 인구가 많았던 군위가 어떻게 된 건지 전국에서 인구 소멸 위험 지역 제1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는다.

군위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농사가 많든 적든 소 한 마리씩 다 키웠다. 밭 갈고 골 타고 하는 힘든 일은 소가 거의 다 했다.

겨울이면 이삼십 리 되는 산에 가서 나무하고, 겨우내 모아 둔 거름을 논밭으로 실어 나르며 봄 준비한다. 가을이면 소등에 질매, 걸채를 얻고 일 년 내 땀 흘려 가꾼 모든 농작물을 거두어들이고 한다.

농촌의 가을 풍경은 아름답다. 볏단을 실어 나르느라 좁은 골목길은 소똥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사람들은 냄새난다고 얼굴 찌푸리거나 짜증 내지 않는다.

소는 땀 흘리며 묵묵히 짐 실어 나르는 데 어린 송아지는 배고프다고 음매~ 고함지르며 어미 궁둥이에 졸졸 따라다닌다.

일하는데 송아지가 걸거친다고(거슬린다고) 집에 매어 둔다. 어머 소는 새끼가 걱정되어 연신 음무~ 하며 찾는다.

새끼 울음소리 들으려고 숨을 죽이고 귀를 쫑긋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사람들은 고약하고 인정머리라곤 하나도 없다. 애달피 우는 어미 소의 간절한 울음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끄럽다고 입에 소머거리(부리망)를 끼운다.

예나 지금이나 빈부의 격차는 여전하다. 손바닥만 한 논 마지기 가지고 있는 집 아이들은 초등 졸업 후 중학교로 진학하지만, 그마저 없는 집 아이들은 진학을 포기하고 앞으로 닥칠 괴로움과 무서움도 모르고 무작정 도시로 떠난다.

배고픔 슬픔을 달래며 밤낮 일에 찌들어 사면서도 명절이면 웃음을 잃지 않고 고향을 찾아온다.

얄궂은 모자를 쓰고 하얀 운동화에 포켓 달린 바지 입고 한껏 멋 부려 온다.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돌아가는 바깥세상을 모르는 친구들은 이야기에 도시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부풀어진다.

삶을 걱정하며 식구들 데리고 도시로 떠난 집도 있다. 우리 집은 명절이면 윗대부터 차례를 지내고 했다.

그러던 일가친척들이 밭뙈기 몇 평 농사짓는 것보다 공장에 취직해 돈 버는 것이 훨씬 더 낫다며 고향을 떠난다.

북적이든 동네가 갑자기 사람 하나 구경할 수 없다. 시대 변천에 산업화가 발달하면서 소는 일자리 잃고 주인 눈치만 보고 덧없는 세월을 보낸다.

논밭 갈고, 무거운 짐 실어 나르고 하던 일을 기계가 알아서 다한다. 할 일 없는 암컷은 마구간에서 거울 보고 빗질하면서 새끼 낳고 기르고 한다.

수컷도 인공 수정으로 쓸모없게 되어 마구간에 들어앉아 먹고 자고 미륵같이 살만 쪄 밥상에 오르고 내리고 한다.

소들이 직장 잃고 생계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꼴, 정부에서 옛날 소 마구간은 정식으로 허가받아 지은 우사가 아니다.

무허가 건물 축사라며 적법화해야 한다고 한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사람들은 먹이든 소를 팔고 한다.

소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농사를 포기하고 늙어 막 도시로 떠난다. 사람도 소도 하나둘 줄어든다. 결국 전국에서 인구 소멸 위험 지역 제1위가 군위라는 불명예를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위험 처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민들은 이해 충돌로 몇 해 전부터 군위가 대구 공항 군부대 통합 이전하는 것을 찬성한다 반대한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관계 기관에서도 대구 공항 군부대 통합 이전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했다.
비행기 소음으로 군민의 일상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축산인들은 잦은 소음으로 소들이 유산을 일으킬 수 있다. 양봉가들은 소음에 민감한 벌들이 소음에 안정을 찾지 못하고 폐사할 수 있다. 등의 의견으로 이해 충돌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구 소멸로 군위라는 이름이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보다 대구로 편입되어 군위라는 이름을 살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이루었다. 험난한 역경을 딛고 2023년 7월 1일 군위 종합 운동장에서 화려한 대구 편입환영식을 가졌다.

유례없는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땅에서는 장윤정 나태주 이찬원 등 유명 가수들의 노래와 연기, 하늘에서는 오색으로 태극 모양을 그리며 공군의 멋있는 축하 비행을 해 주었다.

김진열 군수님의 첫 일성. “군위가 대구로 편입된다고 군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산과 들과 소나무 등 모든 것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내 주소에 경북이란 두 글자가 빠진 것뿐입니다. 그 대신 군위군이 대구광역시로 승격되었다는 것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집시다.

불굴의 정신으로 우리는 해 냈습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군위를 인내와 끈기로 일치단결하여 계묘년(癸卯年 2023년) 칠월 초하루 다시 새롭게 일으켜 세웠습니다. 아름다운 변화, 행복한 군위가 날래를 펴고 하늘 끝까지 비상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대구가축병원 원장 권춘수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