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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삼국유사 시조회’ 2023 전국시조창경영대회 장려상 수상 영예

admin 기자 입력 2023.11.20 16:29 수정 2023.11.20 04:29

군위문화원…시조창 샛별 이야기
지난 6월 1일 동아리 활동시작
시조(여창) 김인숙 선생지도
박영식 회장 외 10명 동아리 참여

↑↑ 권춘수 대구가축병원 원장
ⓒ N군위신문
시조창(時調唱)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시(時調詩)를 가사로 하여 부르는 노래다.
시조창은 남들이 듣기 좋으라고 하는 음악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하는 수양하는 음악이다.

군위문화원(원장 박승근)은 문화교실로 시조창 반을 신설하여 2023년 5월 1일 시조창을 전국으로 보급해야 한다고 주창하신 시조 지정(志亭) 김인숙 선생님과 유헌(遊軒) 박승근 군위문화원장님 두 분의 만남으로 이루어졌다.

처음 김인숙 선생님의 제의를 받고 원장님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하면서도 잠시 머뭇거렸다. 예산 및 여러 가지 제반 사항으로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깊은 고민 끝에 비장한 각오로 원장님은 김인숙 선생님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어렵게 결정하였지만, 인적 물적 자원 부족으로 약간의 어려움이 뒤따랐다. 거기다 시조창이 무엇인지 들어본 적도 없는 군민들에게는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시작이 반이다.’ 원장님과 도명섭 향토연구소장님 등 직원 몇 분이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출범하였다.

원장님은 업무도 바쁜데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동참시키려고 사람들을 만날 적마다 끊임없는 권유로 한 사람 두 사람 동참시켰다. 회원 10여 명이 되었다.
회원의 직업은 다양하다.

교장직을 퇴임하신 분, 조각, 예술, 얼쑤 민요 단원, 자영업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후 군위삼국유사 시조회란 회명(會名)을 가지고 2023년 6월 1일부터 정식으로 동아리 활동하게 되었다.

어느 날 문화원장님이 나보고 동참하자는 제의를 받고 노래에 소질이 없던 나로서는 당황했다.

친구들과 같이 여행하면서 버스 안에서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고 했을 때였다. 세상에 이보다 더 곤욕스러운 일이 없었다.

노래를 못 부르는 것도 억울한데 못 부른다고 벌금까지 했던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 이러한 내가 시조창 하려고 생각한 것이 의아했다. 약속과 신의는 생명이다.

원장님께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수업은 매주 수요일 오후 2~4시 두 시간이다.
첫 수업이 있는 날이다. 낯선 강의실에는 네 분이 앉아있다. 문화원 이사 회의 때 한두 번 만나본 사람도 있어 낯설지 않았다.

시조(여창) 지정 김인숙 선생님과 첫 대면으로 낯 가리 심한 나는 약간 어색했다. 선생님의 서글서글하고 소탈하신 성격과 자상한 성품을 보면서 마음이 놓였다.

선생님의 따뜻한 말씀이 나에게 용기를 주셨다. 노래 못하신 분, 언어에 불편하신 분,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하신 분 등 이러하신 분들은 시조창으로 고칠 수 있다고 자신 있듯 말씀하신다.
나도 폐활량은 남 못잖게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면서 시조창 반에 잘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 N군위신문

선생님은 길쭉하고 두꺼운 시조보(時調譜) 한 권을 주면서 이 책으로 수업한다고 한다.
처음 책을 펴는 순간 ‘흰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자’라고 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몰라 앞이 캄캄했다. 음악, 예술, 문학 등 모든 것은 수학적으로 풀 수 없다.

특히나 시조창은 더 하다. 고군분투해야 풀 수 있는 음악이다.
첫날 강의를 받고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리둥절했다.

평시조(平時調) 속에는 만고상청(萬古常靑 ) 외 수십 곡이 수록되어있다. 우리가 배우고 있는 평시조는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하는 퇴계 이황 작사 만고상청이었다.

약 한 달 전부터 수업하신 분들은 잘하신다. 나름대로 뒤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만고상청 가사를 복사해서 호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고 했다.

어떤 때는 남들이 노래하는 거를 보고 “늙은 것이 뭐 하려고 저렇게 목청을 까짓것 돋아가며 노래를 부르는지”하는 소리를 할까 봐 두리번거리며 운동장 한쪽 구석에 양반다리 해서 노래를 불러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담력을 키워보려고 여럿이 보는 앞에서 창을 불러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조용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운동장 한쪽 구석을 택했습니다.

내 뒤에 세 사람이 더 가입한다. 이분들도 처음엔 나처럼 어려웠을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잘한다. 한 번은 강사님께서 경상북도와 경산시가 공동 주최하는 전국 시조창 경연대회가 10월 22일 경산 가톨릭대학교 효음아트홀(D17)에서 열린다고 한다.

그리고 영천문화원 주최로 2023년 11월 12일 제13회 포은 정몽주 선생 송축 전국 시조 경연대회가 영천시 평생학습관에서 열린다고 한다. 네댓 달 열심히 배운 결과 우리가 모두 하나같이 창을 잘해 보이는 거 같아 슬며시 욕심이 난다.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라고 하듯 주제도 모르고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으로 회원님들에게 한번 도전해 보자고 권유해 보았다. 모두 찬성하는 거 같아 대회에 출전해 보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그 후 우리는 처음으로 출전하지만 같은 값이면 꼴찌는 면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열정을 쏟아부었다.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 땀이 비 오듯 등줄기 타고 줄줄 흘러내리고, 얼굴은 빨간 홍당무가 되고, 이마에는 땀이 뒤범벅되었다.

이른 새벽 남몰래 위천 둑 가장자리에 앉아 예닐곱 번씩 창을 했다. 없던 자신감이 조금씩 붙기 시작한다. 회원 모두는 각기 자기 나름대로 열성을 다한 것 같았다.

어느 한 날, 강사님에게 실제로 연주하는 모습을 해보자고 제의했다. 생각 외로 호흡이 맞고 잘해 보였던지 강사님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가득해 보인다.

드디어 다음 주 전국 시조 경연대회가 열린다. 오늘 수업이 마지막이라며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펴 보자며 실전 못지않게 해 보았다.

당일 승합차를 타고 가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연습해 온 것을 복습하면서 경산에 있는 경연장에 도착했다.

서울·부산 등 전국에서 모여든 출연자들은 7~8년, 심지어 10여 년 넘게 했다며 소리 높인다. 배운 지 5~6개월밖에 안 된 새내기 우리는 한참 동안 멍했다.

촌닭 읍내 장에 나온 것과 똑같았다. 그렇다고 기(氣)죽어서 안 된다. “전쟁은 이기려고 하지 지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북적대는 이 마당에서 샛별같이 나타나 돌풍을 일으키자, 그리고 우리의 멋을 마음껏 펼치자고 하면서 비장한 각오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기다린다.
출전 추첨 결과 여섯 번째다.

첫 번째 두 번째 하는 출연자들의 실력을 보고서 약간의 자신감이 붙는다. 다섯 번째 하고 5분간 휴식을 취한다. 휴식 후 시간에 맞춰 공연장 안으로 입장한다. 입장하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파이팅을 외쳤다.

긴장된 마음으로 줄 맞춰 앉는다. 드디어 시작종이 울린다. 대금의 시작으로 지정 김인숙 선생님의 장구가 시작을 알린다.

박영식 회장님의 선창으로 노랫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관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죽여 노랫소리를 듣는다. 우렁찬 목소리에 화음 박자 모두 잘 맞은 것 같아 보였다. 혼자 신이 난다.

비록 촌닭 같지만 나름대로 꼴찌는 면할 것 같아 마음이 즐거웠다. 퇴장하고 회원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해 보인다. 5~6개월 땀 흘려가며 맹연습해서 이 많은 관중 앞에서 떨지 않고 의젓하게 불렀다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욕심은 사람의 본능이다.

처음 꼴찌만 면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장려상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다른 회원들의 실력이 우리 팀보다 훨씬 더 잘해 보이는 팀이 별로 없어 보여서다.

새내기 우리는 용감했다.
오늘 입상하지 못해도 조금도 섭섭해할 것 없다. 다음 잘하면 될 것이다. 서로의 위로를 하며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는 것에 만족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어둠이 짙게 내리는 초 저녁 유헌(遊軒) 박승근 원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80여 개 넘는 단체에서 장려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다.

마음이 들떠 어찌할 줄 몰랐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강의실에서 5~6개월 남짓 배운 실력으로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는 것에 세상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기적이다. 기적이 아니고선 이른 엄청난 상을 받을 수 없다.

만세! 우리는 해 냈다. 군위문화원의 영광이며 군위의 영광이다. 기적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우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다시 일어나 다가오는 영천 전국 시조 경연대회 출전에 만전을 다하자고 손을 잡았다. 떠오르는 시조창의 샛별이 군위문화원이라는 것을 전국에 알리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오늘의 이 기쁨은 우리들이 애쓴 보람이라기보다 군민 모든 분의 아낌없는 성원으로 「장려상」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진심을 담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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