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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포럼

admin 기자 입력 2023.12.04 23:43 수정 2023.12.04 11:43

↑↑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지금 우리는 자기만의 특유한 재능을 가지고 문학, 예술,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의 멋과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즐겁게 살아간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잊혀가는 선인들의 멋과 소리 예술 등과 같은 옛 문화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 발표회 등 각종 포럼을 갖는다.

지난 2023년 11월 5일 사) 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가 주관하는 제5회 경북도민 향가문학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군위 문화원(원장 박승근), 군위 문인협회(회장 이전호) 회원 40여 명과 같이 아침 일찍 출발한다.

버스는 시간에 맞게 회의장 입구에 도착한다. 2층 높다란 기와집 꼭대기에 Place C(플레이스 씨)라는 간판이 압도한다.

한국문인협회 조광식 경주지부장의 안내로 1층에 있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미술품이 전시된 전시장을 둘러본다. 때마침 로즈와일러의 작품이 열리고 있다.

작품을 보면서 약간은 알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들이었다.

야릇한 생각을 남기고 2층에 있는 회의장으로 올라간다. 회의장 분위기는 아늑했다. 정면에는 제5회 경북도민 향가 문학 포럼이란 쓴 현수막이 한눈에 들어온다.

의자며 모든 것이 가지런히 잘 정돈 되어있어 집행부의 애쓴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제1부를 마치고 제2부 동국대학교 웹문예학과 김억조 교수의 《삼국유사》 향가 14수 장소성에 대하여 특강이 있다. 향가(鄕歌)는 신라 중기부터 고려 초기까지 유행되었던 시가(詩歌)의 양식으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향가는 25수가 전해 지고 있다. 삼국유사에 14수, 균여제에 11수라고 한다. 향가는 향가 작품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설화가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향가 작품과 설화를 통해 향가의 장소성을 특정할 수 있다. 장소성(場所性) 단어가 낯설다.

장소는 공간적 실체의 결합이라면, 장소성은 한 장소에 고유(固有)하면서 다른 장소와는 차별적 특성을 일컫는 것이라고 한다.

삼국유사 향가 14수 중 서동요(薯童謠)」 「제망매가(祭亡妹歌)」 「헌화가(獻花歌)」 등은 인상적이고 흥미로웠다.

「서동요(薯童謠)」는 백제 무왕(서동薯童)이 소년 시절에 신라의 진평왕 딸 선화공주가 미모의 공주라는 소문을 듣고 신라의 수도로 몰래 들어가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 주며 환심을 사는 한편, 선화공주가 자신과 은밀히 접촉하고 있다는 내용의 동요를 지어 아이들에게 부르게 하였다.

선화공주는 부왕의 노여움을 사서 왕궁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제망매가(祭亡妹歌)」는 죽은 누이를 위해 제(齋)를 올리며 이 노래를 지어 불렀더니 홀연히 바람이 불어 지전을 서쪽으로 날렸다고 한다.

인간의 목숨을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에 비유하여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으로 표현하였고 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슬픔과 그로 인한 인생의 허무함을 형상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다.

「헌화가(獻花歌)」는 신라 성덕왕 때 소를 몰고 지나가던 노인이 부른 사구체 향가이다. 내용은 『삼국유사』 권 2 ‘수로부인조(水路夫人條)’에 실려 있다.

수록 문헌에 의하면 성덕왕대 순정공(純貞公)이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다가 해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 곁에는 높이 천 길이나 되는 돌산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바다에 닿아 있는데, 그 위에 철쭉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그 꽃을 보고 좌우의 종자들에게 그 꽃을 꺾어 바칠 자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으므로 불가능하다고 대답하였다. 마침 그 곁으로 암소를 끌고 가던 노옹이 수로의 말을 듣고, 그 꽃을 꺾고 또 가사(歌詞)를 지어 바쳤다고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노옹이 누구인지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한다.

삼국유사 향가 14수의 장소성에 대한 특강을 듣고 향가 25수를 새겨놓은 곳을 찾았다.
구구절절 애환이 서려 있다. 향가의 진수를 마음껏 느끼고 가는 길 따라 걸어간다. 노란 은행 이파리가 도로를 따뜻이 덮고 있다. 발바닥에 닿는 폭신한 느낌에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한다.

돌아오면서 우리 문화원에서도 향가 포럼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박승근 원장에 물어보았다. 경주 문인협회와 군위 문인협회가 정기적으로 돌아가면서 개최한다고 한다. 코로나 발생으로 3년간 개최하지 못했는데 포럼은 몇 해 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향가포럼을 통해 향가 25수 중 우리 고장에 「서동요(薯童謠)」, 「제망매가(祭亡妹歌)」, 「헌화가(獻花歌)」 등 삼국유사 향가 14수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향가 연구에 대한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향가가 국민의 관심 속으로 퍼져나갈 것으로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우쭐해진다. 뜻깊은 향가포럼이었다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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