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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2023년, 계묘년을 돌아보면서

admin 기자 입력 2023.12.19 23:50 수정 2023.12.19 11:50

↑↑ 황성창 작가
ⓒ N군위신문
2023년 12월 마지막 달이다.
묵은 한 해가 저물 때쯤엔 사람들은 덕담을 주고받는데, 나는 올 한해 뭘 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올 정초에 촘촘하게 작심했던 창작계획이 겨우 이 정도였나 하는 자책감에 쌓인다.
애초 세웠던 계획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목마름에 너무 아쉽고 또 씁쓸하다. 내 마음 따위는 아랑곳없는 듯 주마등 같은 세월은 발가벗은 미루나무의 잔가지들을 찬바람 속으로 내몰며 으스스 떨구게 하고 있다.

내 집 앞 이른 새벽녘 어스름한 양산 천성산千聖山 아래 웅크린 듯 그 품에 보듬긴 산자락은 인적 하나 없이 깊은 적막에 묻혀 있다.

일 년 열두 달 바쁜 나날은 쉼 없이 흘러 세월의 강을 이루어 흐른다. 그 무심한 물결을 타고 사람들은 유심한 2023년 한해를 벅차게 생존 경쟁을 벌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며칠만 지나면 우리가 타고 온 계묘년 새벽 열차도 만감이 교차하는 12월 종착점에 도착할 것이다.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고전적인 말 중에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최근에 와선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로 인용되곤 한다.

인생의 삶에 정답을 찾긴 힘들다. 다만 주어진 매 순간 ‘집중과 선택’이 있었을 뿐이다.
분명한 건 쉽게 포기하고 떠나는 사람보다 끝까지 남아서 버티는, 끝장을 내고 마는 근성을 삶에 가치를 무게 있게 여긴다는 것이다.

아인 슈타인은 “안정감을 잃어가며 성공을 쫒기 보다 조용하고 겸손한 삶을 사는 것이 더 큰 행복이다” 또 “성공한 사람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돼라”라고 말했다.

누구나 화려한 성공을 꿈꾸지만, 기적은 나팔꽃이 장미로 피어나는 게 아니다.
삶의 기적은 꽃봉오리가 터져 나팔꽃이 활짝 피어나는 것이다.

품위가 없고 용렬해도 그 안에서 버티며 자기 색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더 존중한다는 말이다. 버틴다는 것은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아내는 것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진정한 삶의 승자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최소한 성취하면서 내공을 다지고 어떤 경지에 이른 사람을 말한다.

삶이란 자기 자신이 버티고 견디는 일이다. 각자가 처해 진 환경에서 2023년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들이야말로 자기 삶을 오롯이 개척한 진정한 1등이지 않겠냐.

계묘년 종착지까지 오는 과정에서 소정의 목표를 달성한 모든 분께 결기와 인내에 무한한 찬사를 드린다.

우리 인간들만이 유독 생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동물이나 식물의 세계에서도 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경쟁은 동족과 동종 간에, 다른 족과 다른 종 간에 전개된다.

식물들이 무슨 생존 경쟁이냐고 할지 모르나 활엽수 속에서 침엽수는 햇빛을 못 받아 결국 고사하고 만다.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같은 속성수 속에서는 보통 나무들은 그늘에 치여 다 죽고 만다.

식물들은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하게 동족을 번식시키며 무리를 이룬다. 인간 사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런 현상을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내 삶도 주위에 부치어 때론 힘들었고, 때론 부산지역 문단 선후배의 후덕으로 행복했던 일도 많았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껏 살아서 좋았다. 새벽 코끝에 닿는 찡한 차가운 공기며 한낮 바람이며 해 질 녘 노을빛은 어느 하루도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다.

비록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
채우지 못한 후회만 가득한 지난날과 불안할 것만 같은 미래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지금을 망치게 하고 싶진 않다.

오늘은 오늘대로 최선을 다하며 사는 거다. 앞만 보고 열정을 쏟아 살아왔지 않았던가. 우린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다른 동물들은 모두 고개 숙이고 땅을 바라보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만큼은 얼굴을 들고 별을 바라보라고 신께서 명하였다.”라고 전했다.
비록 인생의 행로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별이 존재하는 한 길을 잃을 위험은 앞으로도 없을 성싶다.

지금 내가 할 일은 하늘에 뜬 별을 바라보며 며칠 남지 않은 날에도 뭔가를 성찰하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 친한 벗들과 묵묵히 걸어가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아듀, 2023년.

황성창 시인·수필가
재부의흥면향우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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