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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경칩

admin 기자 입력 2024.03.21 10:52 수정 2024.03.21 10:52

↑↑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자연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꽁꽁 언 땅속에서 깊은 겨울잠에 빠진 개구리들이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고 입이 째지라 하품하며 기지개 켠다.

비시시 일어난 개구리가 두툼한 흙 지붕을 뚫고 왕방울 같은 두 눈을 껌벅거리며 바깥세상을 두리번거린다.

뛰어나올까 말까 망설이다 젖 먹은 힘 다해 양 뒷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 펄쩍 뛰어나온다. 소리에 놀란 노란 얼음새꽃(복수초)·풍년화가 허겁지겁 뒤따라 나올 채비를 서두른다. 나뭇가지에 꽃망울 터지는 소리, 새싹 움트는 소리, 시냇가 수양버들 물오르는 소리가 화음을 맞춰 경칩이 찾아온 것을 환영한다.

경칩(驚蟄)은 기원전 중국 주나라 때 만들어진 24절기 중 입춘, 우수 다음 세 번째 절기다.
이날 농촌에는 전해오는 한두 가지 풍습이 있다.

팥죽을 먹으면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다며 팥죽을 끓여 먹었다. 무서운 천둥 번개를 피하고 잡귀를 물리친다며 땅콩 같은 견과류를 볶아 먹었다.

흙을 만지면 그해는 탈이 없다고 하면서 붉은 흙을 벽에 바르고 담을 쌓기도 하였다고 하며 제석(家神)을 지냈다고 한다. 죽음에 대하여 본능적으로 두려워할 인간의 나약함을 볼 수 있다.

경칩에 대한 이야기는 구전으로 계속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우리는 경칩 하면 으레 개구리를 연상하며 개구리를 경칩의 상징화로 하고 있다.

그도 그런 것이 농경시대 때 양지쪽 작은 연못에 개구리가 한두 마리씩 보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봄이 찾아온 것을 알고 구석에 처박아 놓은 후치, 쟁기, 써레 등 농기구를 꺼네 손질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어서다.

겨우내 쉬었던 농촌에는 경칩이 오면 쉬엄쉬엄 시간 날 적마다 논밭 갈고 종자와 묘판 준비하고, 씨 뿌리고 파종할 준비를 서서히 한다. 복숭아, 사과, 자두 등 과원을 가지고 있는 집에서는 겨우내 웃자란 나뭇가지를 잘라내고 나무껍질에 붙어있는 벌레를 잡느라 방제하고 거름 넣고 비료 뿌리고 풍년 농사 준비에 바빠지기 시작한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높아지면 본격적이 봄이 시작된다.
자연의 법칙과 그 속에서 깨어나는 새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경칩. 썰렁하든 대지가 봄의 기운을 받아 새싹들의 움트는 소리에 시끌벅적거린다.

앙상하든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흔적도 없어 보이던 온갖 잡동사니 생명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긴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쏙 내밀어낸다.

한 뼘 넘는 두꺼운 얼음이 녹고 깊은 물 속에서 송사리 떼가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신나게 유영한다.

몸이 근질근질한 녀석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물 위에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며 낚시꾼들과 숨바꼭질한다. 빨강 노랑 파랑 색색 꽃들이 저마다 짙은 화장으로 봄맞이 상춘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경칩이 업고 온 봄은 참으로 신기하고 신비롭다. 쥐 죽은 듯 조용하던 설산이 경칩이 온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흥분한다. 눈바람 휘몰아치는 엄동설한에 꽁꽁 얼어붙은 땅이 따뜻한 봄기운을 받아 덮고 있던 하얀 솜이불을 걷어차고 거무스레한 속살을 드러낸다.

추위에 꼼짝도 하기 싫어하던 설산이 새 생명의 봄기운에 숨죽여 있는 산천을 활기 넘치는 검푸른 산으로 만들 것이다. 하며 우렁찬 소리로 천지를 뒤흔든다.

하얀 설산에 경칩이 찾아온다. 따뜻한 온기를 받은 깊은 산골 양지쪽에 복수초 풍년화가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낸다.

꼬부랑 할머니 꽃도 얼굴을 내민다. 잇달아 생강나무(동백나무)꽃 산수유꽃 갯버들도 서서히 자태를 뽐내며 산천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이름도 성도 없는 벌 떼가 산수유꽃 찾아 먼 길을 헐떡이며 찾아와 겨우내 보지 못했던 아쉬움 달래며 깊은 사랑을 나누며 부지런히 꿀을 퍼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경칩이 되면 아버지의 마음은 늘 바쁘시다.

이른 새벽 소를 앞세우고 쟁기를 짊어지고 들로 나가신다.
아버지는 평소 부지런하시다.

남들이 들에 나오기 전에 제일 먼저 들에 나가셔야 마음이 편하다고 하신다.
경칩이라 하지만 날씨는 아직도 겨울 못잖게 차갑고 쌀쌀하다. 아버지의 턱수염에 입김이 서려 좁쌀만 한 얼음덩어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소쿠리에 거름을 가득 담아 보리밭 골 따라 고루고루 뿌린다. 아버지는 이른 아침에 하는 일이 낮에 하는 것보다 두 배나 더 한다고 말씀하신다. 다른 집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전에 새벽같이 일어나셔 소죽 끓여 먹인다.

새 달력이 나오면 나는 경칩이 언제일까? 달력을 넘긴다. 경칩일 되면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 풍습이 생각이 난다.

목욕재계하시고 가족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면서 신줏단지 앞에 꿇어앉으셔 절하는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

경칩 일 되면 우리집 소와 돼지, 그리고 개 닭들은 살판이 난다. 맛있는 먹을거리를 주며 정성을 다한다. 이를 지켜보고 살아온 우리들은 모름지기 몸에 뱄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선물 경칩이면 아버지 생각이 떠오른다.

날아다니는 짐승드로 봄이 오자 자손들의 손이 끊어질라 걱정하며 밤새껏 눈을 부리뜨고 날갯짓하며 소리지르며 날아다닌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로 한심스럽다. 얼마를 가져야 만족하려는지 어디 까지 올라가야 멈출련는지 욕심이 뚝뚝뜻는 얼굴을 보면서 무서움이 든다. 자연은 순리대로 살아간다.

나뭇가지 하나라로 다치지않고 다들 같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욕심없이 살아가는 것 같아 따라 살고 싶다 그럼에도 그것이 싶지가 않다.

나무보다 영리해서 일까 아니면 나무보다 못해서 일까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와 같다라는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죽은 줄로 알고 있던 개구리는 오동통 살져 부활하여 일어난다. 바로 우리는 이날을 경칩이라 부른다. 좀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내일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천지도 모르고 숨만 헐떡이고 있다.

개구리는 내일을 준비할 줄아는데 좀비는 아무것도 모른다. 살아있는 육체다.
개구리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세상밖으로 뛰어나오지만 사람들은 시쿵둥 하다.

너사 살아돌아 왔던지 죽었던 지간 아무 상관없다. 그러면서 때로는 보약한다 잡아가지나 않나 심지어 농약같은 독한 약을 뿌려대며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천연덕스러운 개구리는 양분있는 고긴 줄 알고 덥썩 받아 먹다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양심의 가책은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내년을 기약하고 또 먼 여행길 떠난 이렇게 개미 채바퀴돌 듯 해도 또 찾아온다.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아날 기력이 없다. 부활은 꿈도 꿀 수 없다. 사면서 그렇게 혹독한 짓 해 놓고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 여기까지 살아 온것만도 다행이다.

나는 너 보다 몇 배나 더 살고 부자다. 어슬렁거리며 팔자걸음 으로 걷는 모습 별로다.
나무보다 개구리보다 못한 좀비들의 세상에 살고 있는 내모습이 어떻게 보여질지 거울앞에 서서 나를 비추어 본다.

봄은 오지 말라고 손사래 쳐도 들은 척 하지않는다. 봄이 오지않으면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없다. 인간세상 만사 죽음의 계곡으로 빠져 든다.

캄캄한 세상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칩이 와도 봄이 와도 그저 즐겁고 반갑고 희닥닥거릴 줄 알아도 봄의 진정성을 한 번쯤 되돌아보면서 고마워할 줄 아는 내가 되었으며 좋겠다

아버지는 정월 대보름 동제를 올릴 때면 늘 제사장이 되어 제를 올리고 하신다.
제사장은 건강하고 동네에서 존경받을 만한 인품이 있어야 한다. 정월은 깊은 겨울이 지났지만, 날씨는 여전히 쌀쌀하다.

아버지는 추운 날씨에도 목욕재계하시고 제를 올리시고 한다. 우리에게 보여주신 아버지의 참모습을 보고 자라온 우리는 늘 그렇게 살아왔다.

아버지는 대청마루 선반 위에 모셔놓은 신줏단지 앞에 꿇어앉아 팥죽, 볶은 검정콩, 해와 반달 모양으로 만든 적토를 식탁에 차려놓고 가족의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며 제석(家神)을 지내고 하신다. 그러시고 풍습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신다.


권춘수원장
대구가축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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