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아들을 그리워하며 살았습니다.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던 아들의 이름으로 장학금이 마련돼 더는 바랄 것이 없습니다”

26년 전 순직한 소방관 아들을 기리며 평생 모아온 돈을 기부한 80대 아버지의 사연이 숭고함을 전했다.

소방청은지난 12일 오전 대구 강북소방서에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 기탁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기탁식에는 회색 베레모를 단정하게 쓴 83세 김경수 씨가 참석했다.
김씨는 26년 전 자랑스러운 소방관이었던 외아들을 잃었다.

故 김기범 소방교는 폭우가 쏟아졌던 1998년 10월 1일, 대구 금호강에서 여중생 3명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강 인근을 수색하던 도중 그만 급류에 휩쓸렸고, 같이 출동했던 故 김현철 소방교, 故 이국희 소방위와 함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씨는 늘 부모에게 살갑게 굴던 아들이 소방관 시험에 합격했던 날이 여전히 생생하다.
김씨는 한 통의 편지를 통해 “평생 검소하게 살며 5억원을 모았다”며 “아들의 이름으로 국가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씨가 전달한 기금은 매년 순직 소방공무원 자녀와 군위군대한전몰군경유족회 후손들에게 ‘故 김기범 소방관 장학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날 기탁식에는 故 김기범 소방교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 故 이국희 소방위의 아들 이기웅 소방령이 함께해 김씨의 고귀한 뜻을 나눴다.

김씨는 “한평생을 그리워하며 산, 자랑스러운 아들의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다”며 “이렇게 장학금이 마련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소감을 전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김씨를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했다.
김조일 소방청 차장은 “아픔에서 그치지 않고, 같은 아픔을 겪은 순직 소방공무원들의 유자녀들이 함께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내주신 아버님의 숭고한 뜻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