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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색다른 점심

admin 기자 입력 2024.04.03 10:14 수정 2024.04.03 10:14

↑↑ 류미옥 군위군 문화관광해설사
ⓒ N군위신문
2024년 3월10일 일요일 국보 제109호가 있는 팔공산 삼존석굴 주차장 해설사대기소에 출근하니 주말이라 이른 아침부터 동산2리 (신리)에 살고 있는 난전장사 경력37년차 신원아지매는 과수원을 하는지라 주 품목인 사과와 청국장 흑미와 파, 등을 전시해 놓았고, 아래쪽 고암아지매도 겨우내 땅 속에 숨어 있다가 물기 오른 자태로 모습을 나타낸 냉이와 달래가 소쿠리에 풍성하게 진열해 놓았다.

똑똑 소리에 창문을 여니 해설사요 오늘 2월 초하루여서 찰밥을 넉넉히 담아 왔으니 함께 먹자고 한다.

이런 횡재가 있나 점심은 시골밥상 식당에서 비빔밥이나 순두부를 먹었는데 평소 좋아하던 찰밥이라 구미가 당겨 감사하다고 얼른 답을 한 후 분침,시침을 보며 12시 점심시간을 기다렸다.

신원아지매요? 지금 12시가 되었고 좀 조용할 때 점심을 먹읍시다 하니 그러시더 하면서 챙겨온 보따리를 풀어 놓으시며 고암띠요 얼른 올라오소 점심 먹거러요 하며 목청껏 부르시는 소리에 손을 흔들며 도로를 건너 오시는 84살의 고암아지매 걸음은 제비같이 날렵하게 날으시는 것 같았다.

74살의 신원아지매는 산골 시골에서 농사거리도 없고 남의 농사 붙여도 원주인과 나누고 나면 아들 둘 공부시킬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을 판단하여 일찌감치 장사 길로 나섰고, 평생에 걸쳐 하나의 일에 매진한 사람을 우린 전문가라 부르는데 직접 지은 농산물을 노전에서 관광객에게 파는 요즘말로 로컬푸드의 직매장이다.

두 분을 보면 생각이 나는 또 한분이 계셨다 고운 얼굴에 마음도 자상하시어 봄철 나물 한줌씩 챙겨가라 하시던 남산아지매는 영원한 소풍을 떠나신지 몇 해가 지났다. 오늘 살아계셨더라면 함께 점심을 했을 텐데 하는 빈자리가 크다.

아지매요? 이월 초하루도 찰밥을 해먹습니까?
정월 보름에도 먹지만 이월초하루도 중요한 날이므로 찰밥을 해먹지요 그리고 아주 중요한 풍습도 있다며 이월초하루에는 남의 집에 여자가 먼저 오면 닭이 새끼 (병아리)도 못 까고 병이 들어 죽는다고 절대 여자가 아침에 남의 집에 먼저 가면 재수 없다고 난리가 나요. 촌에는 닭이 재산이잖아요 계란도 놓고요, 해설사라도 이런 이야기는 다 모르제요 하며 눈을 찡긋 거리신다.

얘기를 나누는 사이 신원아지매 밥도 세 등분하고 나물은 해설사 특상으로 따로 비닐 위에 담아내어 주시며 오늘 고사리나물은 해 놓고 안 가져 왔어요 파란배추나물과, 도라지나물, 무우장아찌, 그외 나물 하나가 낯설다 이게 무슨 나물이에요? 하니 이른 봄 새순 때 따기 때문에 보드라운 나물이라고도 하고 절춘잎 이라고도 하는데 내가요 23살 때 시집을 오니 우리 시어머니가 따와서 말렸다가 쌀하고 바꾸어 먹기도 했어요.

우리 동네에는 제삿밥을 나누어 먹는데 절춘잎 나물이 없으면 그 집 제사에 먹을 게 없더라고 할 정도로 제사상에 필수로 올려야 할 절춘잎의 예찬론에 나도 호기심 발동하여 생김새도 살펴보고 식감도 느껴보았다

왜 절춘잎이 귀하나 하면 저기 저 둥댕이(둔덕 )위로 또 도꼴을 넘어 14개 거렁을 건너 지피실 안으로 들어가면 서너 나무나 다섯 나무가 무리지어 군데군데 있어요. 가지를 잡고 죽죽 훑터서 데레끼에 담아요.

점심은요 삼베보자기에 밥 한덩어리 담고 그 위에 된장이나 고추장 한숟가락 덮고 장아찌 얻어서 가는데 밥과 반찬을 따로 담으면 부피가 크니까 한 덩어리로 가져가는데 막상 먹을려고 삼베보를 풀면 밥과 반찬은 뒤섞여도 꿀맛 같은 밥이었어요.

따온 절춘잎을 멍석에 널어놓고 다듬어 말려 일 년 먹을 준비를 합니다 산에는 아무나 못갑니다.

시어머니쯤 되시는 어른들이 산으로 절춘잎 뜯어러 가지 마을 젊은 부인들은 산으로 내보내면 상놈이라며 절대로 못 가게 합니다.

나도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산에 댕겼어요. 신원아지매 말씀이 내가 힘이 장사 라요. 꼬라지는 이래 생겨도 산타는 거는 전문가라요 씨름카만 군위군에서도 맨날 내가 뽑혀 댕겼어요.

옛날에 예천에서 경북여성 씨름대회에 나가서 내가 장사를 했구마, 박영언 군수님 시절에 공무원하고 다 왔는데 내가 이겨서 좋다고 난리가 났구마, 씨름을 하면서 내 무릎에 고장이 나긴 났어요. 하며 웃으시는데 세월도 물처럼 흘렀지만 씨름 여장사의 시절이 행복했구나 생각했다.

난전장사는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37살 정도부터 했어요.

어르신들은 무조건 연도가 생각나지 않으면 옛날이다. 먼 옛날도 있고 가까운 옛날도 있다. 북부정류장에서 시외버스가 하루 한 두 번씩 비포장 한티재를 넘어 오는데 석굴암 부처님 보러도 오고, 한밤마을 대율사에 미륵불이 있는데 자식 귀한 집에서 공들이면 자식 본다고 많이도 왔어요

처음에는 무슨 장사 하셨어요?
신리는 양반 동네라고 어른들이 장사를 못하게 했지만 먹고 살고 자식 공부 시킬려면 안 할 수 없지요.

옛날 농촌지도소에서 옥수수를 심어 보라 했어요. 요즘 말로 하면 보조사업이라요 논에다 옥수수를 심어서 여름 되면 따가지고 집에서 불 때서 삶으면 우리집 영감이 양은 다라이에 옥수수를 담고 삼베 보자기 덮어서 지게에 져다주면 석굴암 솔밭에서 팔았어요.

솔밭에는 커피 파는 한밤마을 사람도 있었어요.
아지매요 그때 이미 야외카페가 있었네요 하고는 모두 웃었다.

솔밭 옥수수 장사 치우고는요 저기 저 803카페 자리 있지요? 옹벽이 있고 그 위 밭둑에 죽 앉아서 밭에서 나는 채소 산에 나는 산나물 가죽 나물 등을 펴 놓고 장사를 했어요.

사과농사는 언제부터 지어셨나요?
동산리는 천수답이 많아 벼농사가 안 되자 박정희대통령이 지시를 내려서 1950~60년대 무상으로 과수원을 불하 받아 사과묘목을 심었어요.

우리 동네 3집이 원래 과수원을 했고요. 옛날에는 사과나무 몇 그루로 자식들 공부 시켰어요.
박대통령이 참으로 고맙지요 하시며 팔공산 사과가 맛있는게 벼농사는 안 되어도 사과농사는 물이 잘빠지고 햇볕이 잘 들어 산지 사과라 달고 맛있어요.

넉넉한 인심은 관광객들에게 맛보고 사라며 오는 이 가는 이 무조건 공짜로 맛을 보게 하신다. 남은 절춘잎 나물을 한점 쥐고 바라보며 모르면 잡초요 알면 귀한 식용 산나물의 가치를 배웠다.

조상님들의 지혜는 대단하다.
마을을 이룰 때 꼭 식용나무와 식약나무가 있다 팔공산에는 산나물과 들나물 사람을 치유하는 나무들이 상생의 조화를 이루며 대대로 이어져 왔다 대구에서 시집온 신원아지매는 버스로 한티재를 넘어 신리 동네로 왔다고 한다

한티는 높고 큰 고개라는 뜻이다.
1991년 한티재가 지금처럼 확 포장되어 대구와 일일 생활권이 되기 이전에는 폐쇄성이 강한 오지 중의 오지였다

이 고간 사람들은, 작물성장에 불리한 고지의 열악한 환경인데다 특산품 등 산물도 부족하여 생계유지에 애써왔다

한티재는 지역을 탐방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건설한 고개로서 팔공산 경치를 살리고 관광도로로서 기능을 높이기 위하여 자연 친화적으로 건설하였다.

팔공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굽이굽이 휘감아 도는 도로의 굴곡이 아름다워서 건설교통부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었다 길은 사람이 만들고 그 길 위에 사람들은 찾아온다.

호황을 누렸을 때 주말이면 자가용으로 오는 관광객들이 인산인해였다며, 그때를 회상한다. 한티재에서 내려다 보이는 한밤마을은 2017년 11월 30일 한티재를 대체하는 칠곡과 군위 팔공산 터널 개통으로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점차 사라져 가고 관광객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고암아지매가 나의 손을 잡고서 조기 있는 절춘잎 나무 가르켜 줄께 가자고 하신다.
고암아지매와 손을 꼭 쥐고 모녀간처럼 절춘잎 나무로 갔다 절춘잎 나무는 다른 종류의 나무와 함께 어우려져 있으며 새순은 4월 중순이 되어야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문득 민속 문화는 어느 순간에 갑자기 나타날 수 없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 민중의 삶속에 탄생한 생활양식이구나, 평생 잊지 못할 색다른 점심 초대에 오른 절춘잎 나물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많은 종류의 나무와 꽃을 배우고자 하지만 고암아지매와 신원아지매가 아니였으면 평생 절춘잎 나물은 몰랐을 것이다.

시대적 삶이 녹아있는 절춘잎 이야기는 식물학자가 들려주는 자연 시 같았다 한여름의 무더위 보다 더 열정적이고 치열했던 팔공산 아지매들의 삶의 이야기 그 속에 담긴 지혜와 함께 절춘잎 나물의 의미를 다시금 되세겨본다.


류미옥
군위군 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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