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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어떤 회의

admin 기자 입력 2024.04.03 10:27 수정 2024.04.03 10:27

↑↑ 사공경현 작가
ⓒ N군위신문
성원이 되었으므로 회의를 시작하겠다.
오늘의 안건은 우리의 숙원인 메이저 리그 진입을 위한 현실 진단과 전략 모색이다.

자 그럼 물귀신부터 현안 보고 하시오. 예 실적이 좀 저조합니다. 바다에서 세 건, 강에서 두 건, 저수지에서 두 건, 산 중턱 폭포수 웅덩이에서 한 건이 전부입니다 거 전략 부재 아니오? 면목없습니다. 혁신해야지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접근하니 먹히겠나, 호기심을 자극해서 유인해 보도록 하시오 다음, 처녀귀신 발언하시오.

요즘 처녀들은 약아빠져서 잘 안 넘어갑니다.
각종 보이스피싱 탓에 면역이 너무 잘된 거 같습니다. 끌고 온 건 없고 혼을 빼서 횡설수설 상태로 만든 세 건이 전부입니다.

쯧쯧 그래서야 어디 입에 풀칠이라도 하겠나 분발하시오.
다음, 달걀귀신은 혼비백산에 빠뜨린 인간들 숫자를 말해보시오.

요즘 인간들은 집값 폭등이니 주식 폭락이니 코로나와 전쟁 공포 등 하도 놀랄 일이 많다.
보니 간땡이가 커져서 웬만해선 놀라지 않습니다. 게다가 야산 산책로에도 죄다 전등을 달아놔서 근무 환경이 열악해졌습니다.

혼절 두 명에 기절초풍 다섯이 고작입니다.
거 이해는 되지만 실적이 너무 저조하구먼 시장 다변화를 모색해 보시오. 거기 몽달귀신 사업은 어때요? 뭐 나름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라 제가 개입 안 해도 이미 총각으로 늙어가는 중년들이 많아서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아니 이런 발칙하게도 감히 인간을 두둔하다니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몽달에게 정직 삼 개월의 징계를 명한다.

마지막으로 정체가 모호한 도깨비 귀신 당신은 어때요? 뭐 저야 사람들을 놀리기도 하지만 혹을 붙였다 뗐다 장난도 쳐주었는데 요새는 제 존재 자체를 잊어버린 듯합니다.
아마도 요즘 아이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 탓에 조부모와의 대화 단절로 저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듯하여 씁쓸합니다.

거참 우리 조직에 유일한 옵서버로서 감초 노릇 잘해왔는데 암튼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 보시오.

이거 팀타율이 1할 5푼도 안 되니 이래서야 되겠나 각자 분골쇄신하시오. 우리의 지상목표가 뭐였지요? 마이너 리그에서 메이저 리그 진입입니다.

잘 알고 있군 그럼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 예 우리에게 악착같이 달라붙어 있는 ‘귀’를 떼어 내는 일입니다.

좋아 그럼 다 같이 우리의 신조를 복창하면서 회의를 마치겠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한다!”


사공경현/군위군 효령면 출생/수필집 ‘무임하차’(2017)/2022년 [애지] 신인문학상 등단/시집 ‘마지막 행에는’(2022)/v40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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