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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절

admin 기자 입력 2024.04.03 10:37 수정 2024.04.03 10:37

↑↑ 권춘수 대구가축병원 원장
ⓒ N군위신문
우리 집은 더없는 행복한 잔치 날이다. 명절은 말만 들어도 절로 즐겁고 신이 난다.

이른 봄 밭 갈고 씨앗 뿌리고 일 년 먹을 양식 준비에 사람들은 일에 찌들어 골병이 든다. ‘병 중에 골병은 약도 없다’ ‘쉬는 것이 명약이다.’라고 하면서 선인들은 4대 명절이란 명약을 만들어 놓고 그날을 성대히 지내고 한다.

그중 단오절을 제일로 꼽는다.
음력 5월 초닷새는 단오절이다. 이날은 일 년 중 기운이 가장 세기 때문에 모내기 철이 끝나고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를 올리고 한다.

제를 올리면서 창포물에 머리 감기, 수리취떡 먹기, 그네뛰기, 씨름, 부채 선물하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즐기면서 찌든 골병을 치유하는 한 가지의 방법으로 했다고 전한다.
단오절은 수릿날이라고도 한다.

유례는 춘추 전국시대 초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굴원이다.
초나라 회왕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굴원은 간신들의 시기 질투 모함으로 유배되었다.

유배된 후 초나라가 멸망하자 슬픔에 멱라강(汨罗江)에 몸을 던졌다. 이날이 음력 5월 초닷새이다.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해마다 이날이 되면 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제사를 지내고 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단오절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단오절이 가까워져 오면 어머니는 마음이 바쁘시다. 창포는 단오절의 대표적인 약초로 알려져 있다.

창포가 흔하지 않아 단오절이 되면 사람들은 창포를 가지려 야단법석이다. 어머니는 창포가 있는 곳이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누가 베어갈까 봐 애가 탄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며 머릿결도 좋아지고 머리에 부스럼도 없어지고 액운도 물리친다는 효험이 있다는 구전에 단오절이 다가오면 어머니는 단옷날 하루 전날부터 부산을 떠신다.

자식 사랑 없는 어머님들 없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남 못잖게 자식 사랑이 많으시다.
누나가 둘 있어서 그랬던지 더 한 것 같았다. 어머니는 단옷날 하루 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낫과 두 팔정도 되는 새끼줄을 가지고 창포 있는 먼 길을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신다. 어둠이 들 무렵 창포를 한 아름 안고 들어오신다.

커다란 버지기(자배기)에 물을 가득 붓고 창포를 버지기에 담근다. 어머니는 그 이튿날 새벽 일찍 일어나 누나 둘을 깨운다.

큰누나는 얼른 일어나지만, 철없는 작은누나는 일어나지 않으려고 떼를 쓴다.
어머니는 누나에게 어젯밤에 밤새도록 우려낸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라고 한다. 작은누나는 찡찡거리며 일어나 마지못해 머리를 감는다. 어머니는 참 빗으로 곱게 빗질하고 댕기 머리를 땋아준다.

그리고 머리에 향긋한 궁기를 꼽아준다. 단옷날 아침이면 우리 집은 누나 둘 때문에 조용하던 아침이 늘 시끌시끌하다.
단옷날 오후가 되면 우리 집은 난리를 치른다. 큰누나 작은누나 둘 친구들이 벌 떼같이 모여든다.

어머니는 누나 친구들이 놀러 오는 것을 보고 그저 신이 난다. 밭둑에 있는 쑥을 뜯어 만든 쑥떡을 솥뚜껑만 한 접시에 수북이 담아서 가지고 온다.

누나 친구들은 맛있다며 맞바람에 게 눈 감춘 듯 금방 사라져 버린다. 어머니는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맛있어? 하며 또 한 접시 가지고 온다. 철없는 나는 누나 친구들이 쑥떡을 다 먹고 갈까 봐 골이 난다. 누나들 보고 우리 집에 오지 마하며 심술부린다.

누나 한 친구가 우리 여기서 재잘거리며 놀 것이 아니라 뒷산에 올라가서 그네 타려 가자고 제의한다. 모두 좋겠다며 쑥떡을 먹다 말다 모두 일어나 우르르 뒷산으로 올라간다.

동생들도 따라 올라간다. 누나들의 기다란 댕기 머리가 엉덩이까지 내려와 댕기가 신나는 듯 누나가 한 발짝 뛸 때마다 흔들흔들 박자를 맞춘다. 기다랗게 땋은 댕기 머리가 무겁고 걸거치지(거치적거리다의 방언) 않는지 짧게 끊었으며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네를 타려고 우르르 달려든다. 동생들이 먼저 타려고 그넷줄을 덥석 잡는다.
그러면서 누가 더 높이 올라가나 하자며 시합하자고 한다. 언니들이 턱없다고 해도 기어코 달려든다.

언니들은 같잖기도 해서 그럼 언니들부터 먼저 타 볼 게 하며 굵은 그넷줄을 힘 있게 잡고 마치 새들이 창공을 나는 듯 사뿐사뿐 날아오른다.

그네가 앞으로 갈 때는 치맛자락이 바람에 흔들려 푸르럭 소리를 낸다. 누나는 그네가 앞으로 오를 때 양팔로 그넷줄을 힘껏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누운 자세로 양다리를 쭉 뻗어 하늘로 힘차게 오른다.

순식간에 누나는 비행사가 되어 아슬아슬하게 하늘 높이 오른다. 동생들은 아무리 땀을 뻘뻘 흘려도 턱없다. 그만 기가 죽어 풀이 죽었다.
그럼에도 동생들은 언니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이 더 재밌고 신이 난다. 그네를 타고 나니 배가 허 지근해진다.

어머니는 그네 타러 간다고 나간 딸들이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시며 그네 타는 곳으로 올라가신다. 자매들이 웃고 떠들고 수다 떨며 노는 모습을 보면서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모두 집으로 데려와 푸짐한 저녁 대접을 하시면서 내년에도 놀러 오너라, 더 맛있는 쑥떡을 해 주겠다고 하시며 함박웃음 짓는다. 어머니에게 단오절은 더없는 행복한 잔치 날이다.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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