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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선거판이 막말의 난장판 같다

admin 기자 입력 2024.04.03 10:36 수정 2024.04.03 10:36

↑↑ 황성창 작가
ⓒ N군위신문
정치가 막말을 쏘아대는 전쟁인 것 같다. 정치의 품격이 국격이라는 말도 있다.
정치인의 막말은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서로에 대한 혐오만이 남을 뿐이다.

국격의 핵심은 국민의 윤리적 사고와 규범을 준수하는 행동수준을 말한다. 나라가 나라다워야 국격이 서는 법이다. 사람도 사람다워야 인격을 존중받듯이 옳은 대접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망언이 남발하는 계절임을 실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가 오십보백보로 누가 더 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깻잎 한 장 차이라고나 할까.

쏟아붓는 저질 막말에 대한 보도를 눈만 뜨면 듣고 보고 들으니 역겹다. 가당찮은 거짓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쓰는 게 소위 여의도 문법인가. 세간에 입방아 거리의 평가가 과장된 말은 아닌 듯하다.

거짓말에도 색깔이 있다. 말 많은 세상 살다 보면 하얀 거짓말처럼 웃어넘길 수도 있는 거짓말이 있고, 순진한 아이들 숨바꼭질처럼 장난으로 하는 노란 거짓말도 있다.

가장 경악할 일은 정치인이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천연덕스럽게 히히거리며 시부렁대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선거철인 요즘엔 입만 열면 거짓말을 거침없이 해대는 낯 두껍고, 뻔뻔하고 음흉한 정치인들이 잘 난 척 히죽대는 꼴을 보기 싫어 뉴스 채널을 얼른 돌리든지 아예 꺼버리기도 한다.

미국의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정직은 가장 확실한 자본이다”. “마음이 맑고 깨끗한 사람은 온 세계가 맑고 깨끗하게 보이고, 마음이 잡된 사람은 온 세계가 또한 잡되고 더럽게 보인다” 고 말했다.

누구라 밝힐 순 없지만, 우선 지도자는 엉큼하지 않고 정직해야 한다. 정직은 말이 아니고 실천이다.

도산 안창호는 “지도자들은 죽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제1야당 대표 이재명처럼 일여덟 건의 죄목으로 제집 드나들 듯이 매주 법정으로 출입하는 야당 지도자를 예전엔 본 적이 없다.

이 대표처럼 형수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상스러운 욕설을 퍼붓는 육성을 들은 것도 난생처음이다. 옛말에 ‘술 먹은 개’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술에 취한 졸장부라도 술집 접대부에게 무례한 상욕은 하지 않는다. 술 핑계 대고 허튼수작 부리다간 살아남기가 난망이다.

이 대표는 공적 업무에서도 입만 열면 거짓말 시비로 송사가 뒤따르니 옳은 지도자라면 국민 앞에 솔직하고 정직함을 실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은 삶의 인과법칙이다. 옛 선조들이 꼽은 삼단(三端)은 유교 사회에서 문사(文士)의 붓끝, 무사의 칼끝, 변사(辯士)의 혀끝이라 했다.

즉 말이란 자신에게 하는 예언과 같은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보면 사람은 자기가 한 말에 올가미가 씌워진다.

여·야 막론하고 작금에 어렵게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장을 거머쥐고도 박탈당하는 나쁜 후보를 숱하게 보지 않았던가. 덮고 지울 수도 없는 인과응보인데 그 업보를 누구보고 탓할 일인가.
최근 정당별로 벌어진 공천을 둘러싼 이전투구가 꼴사납다. 그것은 모든 국회의원을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정당 보수들의 졸개로 보일 뿐이다.

그런 걸 보노라면 국가 동량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는 고사하고 서글픈 마음이 든다. 정당 보스를 섬기느라 여념이 없는 그들의 비굴한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짠하다.

괴태가 쓴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의 대사 한 구절을 보면 “인간 세상에 내려가 보니 나보다 더 나쁜 놈들이 많아서 졸지에 실업자가 될 판”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요즘 정치 상황을 보면 딱 그런 세상이다.

죄지은 놈들이 큰소리치고 억울하다며 악다구니를 부리지 않던가. 250년 전 메피스토텔레스가 한 말처럼 지금도 상황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국민이 공천과정에서 눈살 찌푸릴 잡음을 보고 참느라 마음고생 이만저만 아니다. 난장판 같은 정치판을 보는 것마저도 짜증이 쌓인다.

정치는 애국심과 국가관이 뚜렷하고 소명의식이 분명한 사람이 해야 나라가 번영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온갖 거짓을 늘어놓아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인은 나라를 그릇되게 이끌 위험성이 있다.

이런 정치인들은 반성할 줄도 모르고 독선과 오만에 가득 차 자기주장만 고집한다. 정치는 혀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

이번 4·10 총선을 통해 품성 좋은 정치인들이 많이 뽑혀 품격을 갖춘 국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총선의 결과는 국민의 몫, 유권자의 몫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하고 미래세대를 위하는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과 올바른 선택을 기대한다. 우리가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4년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황성창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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