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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향우소식

20년 맞은 송혜수 미술상, 영광은 ‘소나무 작가’ 구명본

admin 기자 입력 2024.04.18 17:31 수정 2024.04.18 05:31

운영위 구성 후 2달간 준비
심사위원 선정 과정도 엄격
치열한 심사 끝 구명본 수상(효령면 성1리 출신)
문인화에 영감 받은 새 화풍

ⓒ N군위신문

↑↑ 구명본 작가
ⓒ N군위신문
부산의 1세대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교육자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고 송혜수 화백은 평소 인색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절약이 심했다고 한다. 송 화백에게 커피 한 잔 얻어먹기가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던 송 화백은 죽음을 앞두고 부산 미술계가 깜짝 놀랄 발표를 한다. 자신의 전 재산이던 집을 기증하니 지역 작가를 격려하는 상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이었다. 송혜수 미술상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송혜수 미술상이 올해로 어느덧 20년을 맞았다. 최근 부산미술협회는 제20회 송혜수 미술상 수상자로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구명본 화백을 선정했다.

구명본 작가는 오래된 사물에 깃든 한국적인 정서와 정체성을 전통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상반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한 작업을 하고 있다. 주로 강건하고 토속적이며 자신의 삶을 투영한 소나무를 그리고 있다.

문인화에 영감을 받아 캔버스 위에 오합장지를 배접하여 유화물감을 입히는 방식으로 새로운 화풍을 완성하였다. 풍경이 배제된 여백은 시공을 넘나드는 사유의 공간으로 전환해 정신성과 상징성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부산 미술의 구상 회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이번 심사에서 점수를 받았다.

부산미술협회는 20년을 맞은 올해 송혜수 미술상을 준비하기 위해 어느 해보다 더 빨리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두 달 전인 2월 초 이미 운영위원회를 꾸렸고 후보 공모를 받았다. 2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해 왔고 공모일 기준 만 60세 이상의 작가가 대상이며 기존 만 50세 이상에서 60세로 자격 조건을 좀 더 강화했다.

이달초 부산예술회관에서 열린 심사 현장 또한 굉장히 엄격하고 진지했다.
공정성 시비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심사위원 선정부터가 수상자 선정 못지 않게 치열하고 엄격했다. 3배수로 선정된 심사위원 리스트 중 운영위를 거쳐 최종 심사위원을 결정했고, 심사위원들에게도 심사 전날 저녁에야 통보했다. 심사위원 명단은 수상자 발표 전까지 비밀이며 당일 심사 현장에서 심사위원은 비밀 유지 서약서를 쓰게 했다.

심사 과정은 영상으로 녹화하며 심사과정에서 대화나 토론은 금지시켰다. 주장이 강한 한두 명의 심사위원이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점수 집계를 할 때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 정한 규칙이라고 안내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사장은 마치 수능시험을 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심사는 전시 관련 점수를 합산한 정량적 평가에 심사위원의 정성 평가를 더했다.

심사위원은 작가들의 전시 도록부터 전시 비평, 추천서, 소개서 등을 보며 예술성과 문화예술 영향력 미술계 기여도, 송혜수 미술상 목적 부합 여부 등 각 항목에 점수를 써넣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제20회 송혜수 미술상은 구명본 서양화가가 최종 결정됐다.

제20회 송혜수 미술상 이동순 심사위원장은 “근소한 점수 차이로 수상자가 결정되었다. 그만큼 좋은 작가들이 공모했다는 뜻이다. 지역 작가의 창작 의욕을 더하게 하기 위해 기꺼이 전 재산을 내놓은 송혜수 화백의 애정이 부산 미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동순 심사위원장은 송혜수 화백의 직계 제자이기도 하다.

수상 소식을 들은 구명본 작가는 “긴 백발의 머리와 빨강 양말을 신고 광안리 바닷가를 걷던 송혜수 선생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청년 시절, 한국현대미술 대표 작가 100인전 화집을 보며 화가의 꿈을 키웠고 선생님을 통해 전업 작가로의 삶을 배웠다. 열정을 갖고 작업에 매진하겠다”며 수상 기쁨을 전했다.

송혜수 미술상 수상자에게는 시상금 1000만 원(수상 기념전 지원금 500만 원 포함)이 수여되며 6개월 이내 금련산갤러리에서 수상 기념 개인전을 개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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