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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제69회 「문장」 권춘수 신인작가 당선작

admin 기자 입력 2024.09.23 17:26 수정 2024.09.23 05:26

호걸 시위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잘 먹는다 나무껍질도 뿌리도 어린 나뭇가지도 나무에 달린 열매도 산천에 흩어져 있는 겨울 양식은 모두 나의 것인데

겨우내 먹을 양식 사람들이 왜 다 가져가냐고, 상수리나무 밑에 떨어진 도토리 하나까지도 왜 너희가 가져가냐고, 먹을 거 없어 어린새끼 데리고 시내 한복판까지 내려올 수밖에 나는, 어미

고구마밭 자두나무 사과나무 모두 쑥대밭으로 만들든 말든,
가지 갈기갈기 찢어 놓든 말든 너희들이 뭔 상관?

아우성치는 멧돼지는 울컥, 붉게 찢어진 눈으로 허공을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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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무더운 여름
구슬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무를 무대 삼아
목청 높여, 노래를 들려준다

노래 불러 줬다고 돈 한 번
받아 본 적도
노래 잘 불렀다고 밥 한 그릇
얻어먹어 본 적도
없는, 나에게

게으른 놈이라 핀잔주며
시끄럽다고 벌컥벌컥 화내는지
가을 오면 수확할 거 많지만
소출 없어 걱정뿐인

나는, 진정한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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