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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잊혀가는 세시풍속

admin 기자 입력 2025.04.04 10:30 수정 2025.04.04 10:30

↑↑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구촌은 매일 같이 축제 분위기다. 분쟁으로 가슴 아픈 일도 많지만, 나라마다 대대로 내려오는 생활 풍속과 문화를 가지고 풍요로움을 즐긴다.

우리나라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설날, 정월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등 5대 명절이 있다.
이날은 전국이 축제 분위기다.

설날이면 먼 데 있는 자식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 지내고 웃어른께 세배하고 떡국 먹고 윷놀이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내며 한 해 가족의 평화와 화목을 기원한다.

정월 대보름은 설 다음으로 큰 명절이다. 이날에는 다양한 놀이를 하였다. 귀밝이술, 쥐불놀이, 풍물놀이, 달집태우기, 부럼 깨기, 오곡밥 먹기 등 묵은 나물을 먹으며 한해의 건강과 소원을 빈다. 귀신을 쫓고 풍년을 기원하는 마당 밟기 등은 소중한 풍속으로 이어져 왔다.

어느 날 세상이 바뀌고 사람이 384,400km 떨어진 멀고 먼 이태백이 놀던 달나라를 들락날락하더니 어느새 이러한 세시 풍속들이 하나둘씩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다. 한 번 잃어버린 세시 풍속을 되찾는다는 것은 문화적인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어려운 일이라 치부하고 싶다.
지나간 추억을 더듬어 보면서 사라져 가는 기억을 되살려 보고 싶다.

농경시대 때 논밭은 우리에게 소중하고 귀중한 생명과 같았다. 허기진 배 움켜잡고 먹을 것 없어 산과 들로 다니면서 풀뿌리 캐 먹었던 시절 손바닥만 한 밭뙈기라도 있으면 부자였다.
등골이 휘어가며 뼈 빠지게 지은 농사 쥐한테 한 톨이라도 뺏길까 봐 쥐를 쫓으려 논두렁에 불을 놓아 태우기도 했다. 들녘은 온통 시커먼 숯덩이로 변했다.

대보름이면 끼리끼리 삼삼오오 모여 달 보러 가자며 뒷동산에 올랐다. 솟아오르는 달 보면서 올해는 풍년 되어 배부르게 해주이소! 하며 천진하게 빌고 했다.

어린것들이 무슨 죄가 있냐 어린 것들이 얼마나 배고팠으면 달님에게 그런 소원을 빌었을까? 깡통에 불을 피워 빙빙 돌리며 쥐불놀이하며 뛰놀았던 기억들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피난 갔다 돌아온 지 몇 해 되었다. 집은 불에 타 없어지고 살길이 막막해 모두가 생활고로 힘들게 살았다. 그럼에도 풍속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했다.

보름이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 금구 새끼를 왼쪽으로 꽈서 손 한 뼘씩마다 흰 문종이를 꽂고 한 가닥은 동구나무에 매고 다른 한 가닥은 맞은편에 맨다.

그러고 나서 길바닥에 황토를 두 걸음마다 한 삽씩 길 양편에 떠 놓고 했다. 일주일 동안 외부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아마도 이는 동네에 액운이 들어와서 한 해 농사를 망칠까 봐 약밥을 했던 것으로 추정해 본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였을 때와 같이 사람들이 왕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네마다 풍년을 기원하며 풍요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우리 모두가 똑같았을 것이다.
누군가 이걸 보고 미신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실용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일주일 동안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풍물놀이가 계속된다.
풍물놀이 재비들은 동네 자체에서 10여 명으로 구성된다.

농업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쓴 농악놀이 만장기를 앞세우고 그 뒤를 태평소가 따라가면서 고요한 동네를 불러일으킨다.
제일 먼저 반갑게 뛰어나간 환영객은 바로 콧물 찔찔 흐르는 꼬맹이 녀석들이다.

태평소 뒤따라 꽹과리를 든 상쇠가 10여 명 재비들을 지휘하며 동네를 한 바퀴 돈다.
그러고 나서 집집이 들어가 지신을 밟아주고 복을 빌어주는 농촌의 민속놀이 행사가 진행된다.

이날 어머니는 남모르게 분주하다. 2백여 호 넘는 동네에서 재비들이 제일 먼저 찾아주기를 갈망하면서 삽작(사립문) 밖에 나와 기다리고 한다.

혹시나 다른 집에 먼저 다녀오면 손사래 치며 아예 못 들어오게 한다. 당시 지신 밟을 때 쌀 한 그릇 떠 놓고 빌고 했던 것이 보통이었다.

어린 눈으로 봐도 어머니는 엄청 많은 쌀을 떠 놓고 빌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정월 대보름이면 재비들이 제일 먼저 우리 집을 찾아오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어머님의 마음은 한없이 넓고 생각이 깊다. 상쇠가 앞소리 먹여가면서 넓적한 마당을 한 바퀴 돌 때 땀을 뻘뻘 흐르는 재비들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쌀로 빚은 막걸리 한 버지기 담아 마당으로 들고나온다.

형수님이 뜨끈뜨끈하게 구운 찌 찜이랑 과일과 과 등을 커다란 판에 가득 담아 뒤따라 들고나온다.

상쇠가 멈추라는 신호를 한다. 재비들은 빙 둘러앉아 헐쭉한 배에 목이 컬컬했던지 시원한 막걸리를 숨도 쉬지 않고 한 참에 한 대접씩 꿀꺽꿀꺽 들이마신다.

동네 사람들도 한자리에 앉아 한 대접씩 마신다. 얼큰해진 재비들과 동네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얼씨구나 좋다 한바탕 놀아 보세 하며 풍물 소리에 맞춰 둥실둥실 춤추며 즐거운 한때를 가졌다.

상쇠는 기분이 만족한 듯 한창 맛있게 먹고 있는 재비들을 불러일으킨다. 꽹과리로 자리를 정리한 다음 재비들이 가지고 있는 장기자랑을 보인다.

동네 사람들은 빙 둘러서서 재비들의 장기자랑을 보고 와∼와∼ 감탄 소리 지르며 동네가 시끌시끌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나온 열두 발 상모놀이에 동네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며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수를 받고 상쇠는 큰방, 작은방, 광, 마구간, 우물 등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지신을 밟아주고 다 같이 허리 굽혀 정중히 인사하고 집을 나선다.

어머니는 이슬 맺힌 눈으로 감사하다며 손 흔들어 답례한다.
이러한 농촌의 민속놀이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가끔 볼 수 있었는데 이제 와서 볼 수 없게 되어 문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애석하고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풍속과 문화를 자랑하는 우리는 지금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이는 처음으로 리틀에인절스가 세계를 순회하면서 한국의 풍속과 문화를 세계로 알렸던 것이 첫 신호가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뒤이어 싸이 춤과 케이 팝 등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의 눈은 우리의 풍속과 문화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마음 모아 잊혀가는 우리의 모든 풍속과 문화를 꼼꼼히 챙겨 하나라도 허투루게 버려서는 안 될 것이 라고 다짐해야 할 때가 왔던 것으로 믿고 싶다.

초근목피로 근근이 살아온 우리에게 간식거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 시절 길거리에서 팔고 있던 솜사탕과 쪼그리고 앉아 달고나 만들기는 대인기였다.

이것마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을 보면 믿을 수 없었다.
마당밟기 풍물놀이는 한 시대의 귀중한 자료로 길이길이 남았으면 좋겠다. 없어질까 걱정스럽다. 잊혀가는 세시풍속을 바라보면서 한숨만 깊어간다.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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