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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군위 텃밭 농산물이 대구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admin 기자 입력 2025.08.20 11:13 수정 2025.08.20 11:13

↑↑ 대구일보 배철한 국장
ⓒ N군위신문
“요즘은 우리가 제안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도리어 제안해 오고 있습니다”
군위군 관계자의 이 말에서 낯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간 대구의 공공기관을 찾아가 입점을 설득하던 군위군. 이제는 오히려 도시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온다 한다.

대구교통공사, 공공시설관리공단 같은 기관들이 군위 로컬푸드 매장을 자사 시설에 들여달라며 ‘역제안’을 보내고 있다.

지역 소농이 키운 채소가 도심 한복판에서 먼저 불려나가는 현상. 그 이면엔 단순한 로컬푸드 성공 그 이상의 변화가 숨어 있다.

올해 6월, 대구 북구 유니버시아드 레포츠센터에 문을 연 군위 로컬푸드 직매장 ‘장봐군위’는 개장 한 달 만에 일평균 15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숫자도 숫자지만, 고객 반응이 심상치 않다. “채소가 살아있다”, “이름이 적혀 있으니 믿고 사게 된다”는 반응은 이 매장의 정체성을 정확히 보여준다. 투명한 유통, 실명제, 당일 배송. 상품이 아니라 신뢰를 판다는 군위군의 전략은 도시 소비자에게 통했다.

그런데 이 매장을 보고 ‘장사가 잘되나 보다’ 하고 넘기면 오산이다. 군위군이 추진하는 건 단순한 농산물 판매 사업이 아니다.

이름하여 푸드플랜(Food Plan). 생산에서 가공, 유통, 소비, 폐기까지 먹거리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이다. “농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는 군위군수의 말처럼, 이 계획은 사실상 하나의 지역 농정(農政) 정책에 가깝다.

2024년 말 수립된 제1기 군위 푸드플랜에는 총 26개 과제가 담겼고, 내년도 예산은 15억 원. 유통뿐 아니라 기획생산, 공공급식 연계, 먹거리 안전성 강화 등 ‘먹거리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다. 단순히 로컬푸드를 파는 게 아니라, 먹거리를 지역 사회 안에서 어떻게 공공재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어 있다.

더 눈에 띄는 건 유통 구조의 실험이다. 무인 매장 도입으로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어르신 도우미’를 매장에 배치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배려이자, 노인 일자리 정책의 새로운 해석이다. 혁신과 복지를 한 묶음으로 끌어안은 시도다.

여기에 자가 소비용 텃밭 농사를 매장 판매로 연결하면서, 소농·고령농의 소일거리가 ‘브랜드’가 되고 있다. “작물이 자식처럼 느껴진다”는 농민의 말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제 농민들도 생산자의 이름을 걸고 시장과 직접 만난다. ‘내가 키운 채소가 대구 시내에서 팔린다’는 경험이 농민의 자존감을 키운다. 수익보다 중요한 변화일지 모른다.

군위군은 내년 하반기 ‘먹거리사업단’ 출범을 예고했다.
조례 제정도 이미 마쳤다. 이 조직은 유통뿐 아니라 기획생산, 가공, 공공급식 등을 통합 관리할 중간지원조직이 될 예정이다. 지금은 공무원들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실전 감각을 익히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을 관통하는 건 ‘먹거리 자존감’이라는 말일 것이다. 농민은 자신의 노동에 자부심을, 소비자는 구매 행위에 신뢰를 담는다.

행정은 이 신뢰의 연결을 제도로 설계한다. 도시와 농촌이 단순히 먹거리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로 연결되는 구조.

그렇다. 이제 “군위에서 채소를 샀다”는 말은 단순한 쇼핑 경험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믿는 생산자, 내가 존중하는 지역, 내가 지지하는 시스템을 선택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도시 소비자만이 아니라, 군위군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먹거리. 작지만 가장 확실한 변화의 시작점이다.

대구일보 배철한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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