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
| ⓒ N군위신문 |
2025년 9월 21일(일요일) 맑음. 오늘은 칠곡향교 달구벌 시조창연구회 주최·주관으로 제1회 대구 북구 전국시조 경창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삼국유사 시우회에서도 참가 의사를 밝혔다.
시우회는 2023년 5월 15일 창립 후 2여 년 짧은 기간 동안 영천, 경산 등 큰 대회에 두 번 출전했던 적 있다. ‘하면 된다.’ 선생님의 좌우명 인지 알 수 없지만, 지도하신 지 일 년 조금 지났을까, 큰 무대에 출전해 봐야 실력이 늘었는지 제자리걸음인지 알 수 있다고 하면서 2024년 10월 27일(일요일) 영천에서 열리는 전국 시조 경연 대회에 출전해 보라며 관심을 표명하신다. 말씀만 들어도 설레고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벌써 무대 위에 설 수 있다는 실력이 된다는 말인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용기를 가지고 갓 태어난 실력으로 세계 무대가 얼마나 크고 넓은지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으로 출전해 보았다.
출발하면서 은근히 이왕 간 김에 작은 상이라도 하나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영천 대회장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우리도 의상으로 갈아입고 연습하면서 옆에서 연습하고 있는 팀에게 창립 몇 년 되었느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7~8년 되었다고 말하면서 어깨를 으쓱인다.
회원 수는 그 팀에 비해 열세지만, 실력은 월등한 것처럼 보였다. 위풍당당하게 입장하였다.
우리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단체들이 모여든 큰 대회에서 처음으로 출전하여 개인 장려상과 단체 장려상을 받아 쾌거를 이뤘다.
여세를 몰아 전국에서 제일가는 시우회를 만들어 보자며 열기가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세계의 벽이 높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우리는 두 번째 대회에서도 바라던 상을 받지 못하고 허탈함과 아쉬움만 남겼다.
의욕이 떨어지고 실력이 더 나아야 할 텐데 걱정이 든다. 걱정한다고 달라질 건 하나도 없는데 걱정도 팔자! 창립 일여 년 된 짧은 기간 동안 걸음마 실력으로 큰 대회에 출전하여 장려상 받았다는 것은 세상이 깜짝 놀란 일이다.
피나는 노력의 대가도 있지만 장한 일을 했다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를 뿐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 고집스럽게 쓸데없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한다는 건 지나친 과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대회 때 부진했던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구슬땀 흘리며 쉼 없이 달여 왔다. 이제 어디에서도 우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실력을 쌓았다고 자부하면서 이번 대회에 자신만만하게 참가하였다.
개인전이 시작되었다. 번호표 순서대로 한 사람씩 무대 위에 오른다. 한 사람 두 사람 창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진다. 가슴 설레며 기다리던 우리 회원이 할 차례다.
우리 회에서 제일 가는 회원이 의젓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오른다. 침착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만고상청’을 완창하였다.
일제히 환호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앞서 25여 명 회원도 잘했지만, 우리 회원에 비하면 더 잘했다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장원으로 탄생할 것으로 은근히 기대했다.
집행부에서 참가 회원이 많아서 시간 관계로 초장 중장까지만 부르면 된다고 한다.
우리 회에서 두 번째 회원이 무대 위에 오른다. 연습보다 실전에 강했던 그는 초장은 강당을 압도한 듯 우렁찬 목소리로 멋지게 불렀다. 중장에 들어서면서 어이없는 실수로 고배를 마셨다. 생각지도 못할 광경에 대회장이 잠시 술렁거렸다.
평시조에는 여러 가사가 있다. 대부분 회원은 시조창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퇴계 이황 시(詩) ‘만고상청’을 불렀다.
세 번째로 등장한 우리 회원은 이태백 시 ‘천지는 만물지 역려요’를 특유한 음성으로 멋지게 완창했다. 우수상의 대상자로 보였다네 번째로 내 차례가 되었다. 무대 울렁증 있는 나는 아니나 다를까, 감기까지 덮쳐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 정신마저 흐릿해 가사도 생각나질 않는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부단히 애를 썼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시작을 알리는 장구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자신감이 점점 떨어진다.
처음, 음정은 부드럽게 그리고 낮게 해서 점진적으로 음을 높여 가면서 불러 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대로 되지 않았다.
초장부터 떨리기 시작한다. 가슴이 쿵덕 방아 찧고 숨이 차 목청이 터져라. 젖 먹은 힘 다해 까짓것 불러 젖혔다.
그럼에도 기어들어 가는 소리는 어디로 갔던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노랫소리가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보다 작았다. 난데없는 힘이 어디에서 났던지 겨우 중창까지 완창했다. 내려오면서 이렇게 못 할 봐에 차라리 안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무대 울렁증을 이겨낼 수 없었다. 초라해진 내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다행히 우리 회에서 개인 장려상과 단체 장려상을 받았다는 희소식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우리 회는 시조창 불모지에서 짧은 기간 동안 세 번 출전으로 개인 단체 장려상을 받았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칠곡 향교에서 하는 경창 대회 때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출전했던 것이 오히려 나를 슬프게 했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아흔을 바라보는 세월에 무슨 영광. 비 내리는 오후 우산 받쳐 들고 창 소리를 벗 삼아 만고상청 읊조리면서 시조보를 옆구리에 끼고 낮은 동산 위에 있는 문화원으로 터벅터벅 걸어 올라간다.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