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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일보 배철한 국장 |
| ⓒ N군위신문 |
“공청회요? 주민 설명회요? 그딴 건 없었지요. 위에서 결정하면 우리는 그냥 따르는 거예요”
군위 한 마을 주민의 씁쓸한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수백억, 수천억을 들여 만든다는 사업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지만, 정작 그 자리에 사는 주민들의 삶은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멀쩡하던 동네가 찢기고 흩어졌다. 더는 참지 못한 주민들은 입을 열었고, 이제야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 이야기다.
삼국유사테마파크. 이름만 보면 거창하다. 그러나 삼국유사의 산실인 인각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산속에 지어진 테마파크다.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평일이면 텅 빈 주차장과 썰렁한 전시관이 실상을 보여준다. 삼국유사와 무슨 연관이 있냐는 주민들의 질문엔 누구도 속 시원히 답하지 못한다.
이쯤 되면 ‘삼국유사’ 이름만 빌린 관광용 간판이 아니었나 싶다.
효령면 간동 수변공원도 마찬가지다. “물가에 공원 있으면 좋지 않냐”고 했겠지만, 정작 쓸 일 없는 공원에 수백억 원이 쏟아졌다 운동도 안 되고, 문화 행사도 못하고, 주민에게 돌아온 건 “예산 날렸다”는 허탈함뿐이다.
종합운동장도 있다. 활용도는 낮고, 관리비만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어놓으면 쓰겠지’라는 낡은 발상이 빚은 참사다. 군위군의 공원 및 시설 관리비만 연간 50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
가장 분노를 사는 건 삼국유사면사무소 이전 건 이다. 군위댐 건설로 구 고로면이 수몰되면서 면소재지를 옮겨야 했지만, 주민들이 원하던 화수리는 외면당했다.
이유가 뭘까? 지역 주민들의 표심이 상대 후보에게 갔기 때문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그 결과, 주민 불편은 외면한 채 ‘표 적은 마을에 벌’을 준 셈이 됐다.
지금 면사무소는 ‘댐 관광안내소’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 파출소, 농협출장소까지 따라 올라가니 주민들은 실질적인 행정 서비스를 받기 위해 산을 넘는다. 이런 ‘표정치 행정’이 과연 정당한가?
지금 군위에 남은 것은 화려한 간판과 조용한 시설, 그리고 소외된 주민들뿐이다. 대규모 사업을 한다면서 공청회 한 번 없이 밀어붙인 단체장들의 독단은 이제 ‘지방자치의 탈을 쓴 중앙집권형 군정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예산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군민이 낸 혈세고, 삶을 나아지게 하라고 쓰라고 맡긴 공적 자산이다.
이제라도 주민 중심 행정, 공감형 행정으로 바꿔야 한다. 주민 목소리를 듣지 않는 자치가 무슨 자치인가. “왜 우리가 몰랐냐”고 되묻기 전에, 행정은 “왜 안 물었냐”는 자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는 주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군민이 빠진 개발은 껍데기일 뿐이다.
대구일보 배철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