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Ⅱ. 시민사회의 영역

↑↑ 박두익 회장
ⓒ 군위신문

1. 시민사회의 영역과 관련하여 먼저 시민사회 고유의 특성과 제1섹터인 국가와 제2섹터인 시장 즉 경제관계에서 고찰하여 한다.

● 시민사회의 특성

여기서 시민사회란 단순히 개인적인 물리적 생존만을 전제한 자연상태의 개념이나 자연적 인간관계 즉 공적인 영역을 전제로 하지 않고 사적영역만을 전제로 하는 개념과 구별된다.
즉 자연적 인간관계(또는 자연상태)→시민사회→국가의 발전단계를 통해 개인의 자유가 실현된다.

개인적 자유실현의 확대는 불가피하게 타인의 자유실현과 관련을 가질 수 밖에 없게된다. 자유란 기본적으로 개인적 영역의 문제이지만 이의 실현은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서 시민사회내의 사적영역의 확대로 발생하는 문제를 공적인 영역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한다면 여기에 공적영역의존재이유가 성립된다.

문제는 사적이익의 극대화가 공공이익의 극대화로 연결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시민사회에서 생활하는 개인의 측면에서 본다면 사적이익 극대화 논리에 입각하여 행동하는 것이 단기적 차원에서보다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공적이성에 의존하는 공공이익의 달성은 시민사회의 개인에게는 자유의 제한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의 지불로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이러한 자유의 제한과 비용의 지불로 받는 대가 또는 서비스는 간접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한편 공공이익은 시민사회 전체의 공동참여를 통하여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공동참여에 참가하지 않아도 일단 공동이익 또는 공동선이 달성되게 되면 이를 누릴 수 있다. 즉 무임승차(free-rider)가 가능하게 된다.

즉 개인적 합리성의 논리에 따른다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구태여 공공이익을 위한 공동참여에 응할 필요가 없게 되어 시민사회의 자율성에 입각한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예컨대, 『남을 배려합시다.』『남을 배려하는 작은 관심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합시다.』『기초질서를 확립합시다.』 등 핵심적인 공공서비스 제공 캠페인의 경우(이신행외『시민사회운동』-이론적 배경과 국제적 사례-법문사, 199pp46∼47).

● 시민사회와 국가와의 관계

국가나 정부의 본질적 특성은 강제력 또는 권위를 들 수 있는 반면, 시민사회는 공공성의 문제를 자율성에 입각하여 해결하려 한다.
전통적으로 시민사회의 발전은 이와 같은 정치권력의 강제성으로부터 자율적 영역의 확보로 특징 지어질 수 있다.

한국 민주정치의 발전과정에 국가로부터 시민사회의 자율성의 단계와 시민사회 분화의 단계에 대한 구분은 1987년 6·29 선언을 분기점으로 들 수 있다.
즉 6·29 선언 이전의 한국 시민사회의 발전의 특징은 국가로부터의 자율성 확보와 국가를 상대로 한 사민사회의 민주화 투쟁단계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6·39 선언 이후는 시민사회 자체의 분화나 다원화로 인해 시민사회내의 여러 집단의 자체상호간의 갈등관계가 표면화되는 것을 그 특징으로 들 수 있다.

● 시민사회와 시장과의 관계

인간의 경제행위를 중심으로 시작 즉 경제관계는 시민사회의 자율적 활동영역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으나 시민사회 전부를 대변할 수 없다. 시민사회는 경제관계외의 사적영역과 사회윤리적 관계 및 공공이익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려는 공적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지하철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나 자본의 이익추구 활동 등 사적이성에 입각한 이익극대화 논리는 결국 일반시민의공공요금 인상이나 환경파괴 등 공공이익의 창출 및 유지와 마찰관계에 서게 된다. 이러한 경제관계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공공이익 문제해결은 국가나 시민사회가 해결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깨끗한 물·국방·소방 등 성격상 나누어 가질 수 없고, 무임승차자를 허용하기 때문에 시장동기에 의해 공급되기 어려운 공공재는 국가의 경제영역에의 개입은 불가피하게 하여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침범할 수도 있게 되어 공공재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적담론이 필요하다.

● 바람직한 시민사회의 방향

첫째, 시민사회 자체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민사회운동과 자치단체의 활성화 등 공공영역에서는 토론과 합의의 장소 및 방법의 개발이 있어야겠다.
둘째, 시민사회 자체의 분쟁과 갈등에 대한 해결은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관계에 의한 정서적 해결에서 합리적 해결의 과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한다.

섯째, 특정대형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을 경우에는 시민사회의 비판과 분노가 표현되는데,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정책결정과정에 시민사회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2. 나아가서 시민사회 영역을 생활공간적인 측면과 역학적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하려 한다.
존 로크를 비롯한 17·18세기 서구 계몽시대의 사회계약론자들이 지녔던 부르조아혁명사상과 민주주의론의 핵심사상은 국가권력을 시민사회에 종속시켜 시민사회의 자유와 안전 등 시민적 권리를 보호하는데 복무해야 하는 기구이며, 국가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시민들은 그 대리인을 비판하고 교체할 권리를 지닌다는 것이다.

근래에 와서 시민사회의 형성이나 성장·활성화를 논할 때에는 「생활공간」이라는 측면과, 물리적 강제력과는 다른 여론이나 정신적인 신념이 발휘하는 것과 같은 「힘」이라는 역할적 측변을 분리해서 사고할 필요가 있다.(유필무·김호기「시민사회와 시민운동」, 한울, 1999 pp371∼388)

시민사회의 공산적 측면은 자본주의 경제발전과 함수관계를 맺고 성장 축소되는 것이며, 힘의 측면은 주로 국가권력과의 관계속에서 성장 혹은 억압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시민사회적 공간이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전체적인 사회생활의과정에서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이다. 특히 87년 6월 항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은 이 시기까지 누적된 자본주의적 고도성장의 효과를 혁명적으로 분출하게 만들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