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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의 지역문화 인식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9.09.21 14:50 수정 2009.09.21 02:50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의 지역문화 인식

↑↑ 임재해(안동대학교 민속학과 교수)
ⓒ 군위신문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마다 자기 지역을 홍보하기 위하여 일정한 구호를 표방한다. ‘하이 서울’은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가벼워서 격이 떨어진다. ‘컬러풀 대구’는 선정적일 뿐 알맹이가 없고, ‘다이내믹 부산’은 목표의식이 불분명하다. 모두 영어인 것도 세종의 한글창제 뜻을 거스르고 있다. 부제를 덧붙여서 서울은 ‘세계 일류도시’, 대구는 ‘희망의 도시’, 부산은 ‘미래도시’를 내걸었다.

‘일류, 희망, 미래’는 한결같이 상투적이고 진부한 구호다. 더 큰 문제는 도시의 구체적 실상이나 문화적 정체성과 전혀 맞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 일류도시’하면 서울이 떠오르는가. ‘희망의 도시’가 대구라 생각되는가. ‘미래의 도시’는 부산이 맞는가. 도시의 실상과 관계없는 빈 말일 뿐이다.

이와 달리, 아름다운 우리말로 자기 고장의 자연과 문화의 실상을 개성 있게 드러낸 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강릉시의 ‘솔향 강릉’, 구례군의 ‘자연으로 가는 길’, 고흥군의 ‘지붕 없는 미술관’,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 등이 좋은 보기이다. ‘세계 최고’나 ‘세계 일류’, ‘무슨 수도(首都)’와 같이 과장된 겉치레를 지양하며, 소박한 우리말로 자기 고장의 개성을 정직하고 알뜰하게 나타냈다. 그 속에 자기 고장의 정확한 이해와 독창적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가운데도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가 단연 으뜸이다. 한 마디로 삼국유사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소중하게 여기는 군위의 지역의식이 놀랍다. 일연선사가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각사가 군위에 있어 군위는 삼국유사를 생산한 산실로서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표방할 만하다. 나는 삼국유사가 없었으면 고조선도 없다고 보기 때문에 삼국유사를 민족사의 가장 소중한 고전이라고 여기며, 우리 시대의 삼국유사를 남기려고 애쓴다.

군위군(군수 박영언)은 삼국유사 축제와 학술대회, 발굴작업, 복원사업 등을 꾸준히 해왔다. 최근 정호완 교수를 중심으로 ‘삼국유사 가온누리’ 연구를 수행해 경북도의 3대문화권 조성사업 최우수상을 받고 정부의 관련 정책 기본계획 사업에도 포함되었다.

군위군청도 직제를 개편해 삼국유사 담당 직원을 새로 두었으며 학술·종교·문화·언론 등 각계 전문가들로 삼국유사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삼국유사 박물관을 비롯하여 신화체험마을, 향가문예마을, 민속문화체험마을, 삼국유사 이야기학교, 삼국유사학회, 삼국유사연구원 설립 등 그 추진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갓 겉치레에 그치지 않고 실속 있는 구상이 뒷받침되고 있다.

인구 2만 5,000명의 군위가 삼국유사를 근거로 민족문화의 중심지를 넘어서 세계를 겨냥한 문화콘텐츠 개발을 꿈꾸는 데에는 그만한 연구와 오랜 노력이 뒤따른 결과이다.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처럼 구호는 소박하되 내용은 알차야 한다. 한갓 눈가림으로 자기 지역 자랑을 과대포장하는 거창한 구호는 구두선일 뿐이다. 우선 눈에 띄는 볼거리 사업의 전시행정에 치중하느라, 자기 고장의 진정한 문화정체성을 찾아내고 장기적으로 연구하는 실천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지역에 문화적 보배가 있는 줄 모르고 바깥세상만 넘겨본다. 그러므로 나는 문화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우물 안을 잘 아는 개구리’가 되자고 주장한다. 우물 안을 잘 알아야 바깥 세계도 잘 알 수 있다. 군위는 우물 안인 자기 지역문화를 제대로 포착했다. 우물 바깥을 아무리 잘 알아도 자기가 사는 우물 안을 알지 못하면 결국 자기 세계를 잃어버리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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