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경실련 시정·의정·기업 모니터링과 대안 성명서 보도>
지난 9월30일 행정안전부는 18개 지역의 46개 지방자치단체가 통합건의서를 제출했으며 통합건의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주민, 지방의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에서 주민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곧바로 해당 지방의회 의견을 수렴하고, 지방의회가 모두 통합에 찬성하면 주민투표는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방식으로 주민투표가 아닌 법적 근거가 없고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
시·군 통합은 지역간의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어 지역발전과 주민의 생활편의 등 통합이 가져오는 이해득실에 대해 지역주민들 사이의 충분한 토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다.
또한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원 등 일방적인 홍보만 있을 뿐 지역 주민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논의의 절차나 과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고 진지한 논의 과정을 거칠 시간도 갖지 않고 1천여명의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이를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 과연 얼마나 많은 지역주민들이 통합 건의가 이루어진지 한달도 채 되 지 않은 기간 내에 통합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장단점들을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통합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는 법률적인 근거가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 등 행정구역개편에 관해서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법에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주민여론조사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더구나 여론조사는 질문의 작성 방식이나 대상자 선정 등 조사기관의 의도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올 수 있다. 시·군 통합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있어 신뢰할 수 없는 주민여론조사의 결과만으로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지방의회 의결만으로 시·군 통합을 서둘러 결정하려는 행정안전부의 저의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
시·군 통합 등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의 의견이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 토론과 담론을 통해 올바른 지역발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주민투표와 같은 절차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민투표마저 실시하지 않고 통합을 결정하는 것은 통합 논의에 있어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군 통합 논의는 지역주민 간의 진지한 논의는 사라지고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의 통합 찬반 주장으로 인한 갈등만 증폭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행정안전부는 통합 건의 대상 지역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 계획을 즉각 철회하는 시·군 통합 논의는 주민들의 진지한 토론과 논의 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단시간 내에 여론조사를 강행해 시·군 통합을 서둘러 결정한다면, 오히려 통합 과정에서 걷 잡을 수 없는 지역주민 간의 갈등과 반발을 초래하게 될 것이며 결국 그 책임은 정부에 돌아갈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편 경실련은 지난 8월29일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경실련 중앙위원회 결의 사항’을 통해 “주민 스스로의 자율의사가 배제된 채, 중앙정부의 물적 지원이나 자치단체 등의 일방적 추진방식에 의거, 추진되는 현재의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시·군·구 통합을 위한 지방행정체제개편은 반대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도시 간 경쟁력은 대구·경북 통합 등 광역 지자체간 통합으로 해결해야 한다. 선진국 추세도 마찬가지이다.
지난달 30일 군위군이 일방적으로 ‘군위구미 통합’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했고 대구경북의 유일한 통합신청 지역이 됨으로써 지역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것 역시 정부가 ‘돈 폭탄’으로 주민들을 현혹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써 군위군 스스로 철회해야 한다.
군위군은 1995년 ‘선산구미 통합’으로 선산읍의 상권 침체, 인구감소, 학생이탈 등 선산읍이 공동화되고, 주변화 된 사례를 진지하게 연구하기 바란다. 각종 선거에서 ‘구미군위 소지역주의’로 군위출신 인재 발굴도 불가능해진다. 특히 1만8천여 명으로서 경북도내에서 울릉군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영양군의 영양여고가 서울대학생 배출 등 명문고로 부상하고 있는데 선산고등학교는 그렇지 못한 사실의 원인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