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야생 멧돼지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입니다.”
군위 인근 산간지역 대다수 농민들은 옥수수, 고구마 등 밭작물을 추수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울상이다.
올해 늦은 봄까지 추웠던 탓에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데다, 최근 야생 멧돼지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농가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적이 없는 야생 멧돼지의 개체수가 매년 빠르게 늘어나자 피해를 막기 위해 자치단체에서는 수렵을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총기를 관리하고 있는 경찰이 안전상의 이유로 총기를 쉽게 내주지 않고 있어 농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소보면 일원 옥수수밭은 밭 주인보다 야생 멧돼지들이 먼저 수확하면서 이미 쑥대밭으로 변해 버렸다.
일부 옥수수밭은 마치 태풍이 지나간 듯 멧돼지들이 모두 파헤쳐 쭉정이만 남은 옥수수 줄기가 이리저리 쓰러져 있다.
무리 지어 다니는 멧돼지들의 농작물 습격은 옥수수뿐만이 아니다.
파, 고추, 산약, 양파, 콩, 고구마, 사과, 자두, 벼 등 가리는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다.
효령면 성2동 성지산과 병수리 박타산 기슭의 고구마밭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지난달 말 멧돼지들로부터 고구마가 채 여물기도 전에 이미 한차례 ‘습격’ 피해를 입은 농민은 훈련된 개 두 마리를 밭 양 끝에 배치하고 시간마다 꽹가리를 두드리며 교대 근무를 서고 있다.
이제 고구마 농사가 멧돼지와의 전쟁이 된 것이다.
특히 2년 전 멧돼지가 애써 지은 벼농사를 모조리 망쳐 놓는 바람에 일부 농민들은 벼 재배를 포기, 고구마와 호박 등의 대체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군위읍 하곡리 김모씨는 “본격적으로 열매가 여물기 시작하는 이달부터 멧돼지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며 “지난달 피해를 입었을 때 당국에서 조사를 하고 갔지만 이후 대책이 내놓지 않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멧돼지 등의 야생조수에 의한 피해는 농가에 그치지 않는다.
군위군 환경산림과에 따르면 지난해 군위지역에서 멧돼지, 고라니 등의 야생 조수로부터 신고 된 피해 농가 수만 100여 농가에 피해면적은 무려 3만 여 ㎡에 달한다. 이 가운데 멧돼지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