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차려주시던 소박한 밥상. 손으로 쭉 짖어 얹어주시던 김치 한 조각, 보글보글 진한 맛이 일품인 된장찌개, 투박하지만 깊은 맛을 내는 나물무침. 그 밥상이 무척이나 그리운 날, 농가맛집 ‘두향’을 찾았다.
■ 정갈하고 단아한 자연식
두향(豆鄕)은 ‘콩의 고향’이라는 뜻이다. 두향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장영숙 대표는 늘 건강식으로 차려진 밥상을 꿈꿔왔다.
그래서 두향 문을 연 후 MSG를 전혀 쓰지 않고, 군위에서 나는 재료를 최대한 이용해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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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한번 삶아 고추장 양념을 발라 불맛을 낸 닭갈비, 홍고추와 미나리, 무, 오이 등 몸에 좋은 재료들만 넣어 싼 백김치 말이. 이렇게 요리 하나를 만드는 데만 수십 번의 손길이 간다.
그리고 이곳의 대표요리인 청국장찌개는 시간과 인내가 만들어낸 음식이다.
정성과 맛, 그리고 건강을 어떻게 한 상에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한 주인장의 노력을 느낄 수 있는 밥상이다.
장영숙 대표는 “양념은 최소한 사용하고 신토불이 우리 먹거리를 이용해 대접받는 마음이 들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은 두향에선 통하지 않는다. 20여 가지가 넘는 반찬은 몸에 좋은 재료들만 써서 배불리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팔공산에서 채취한 머위, 뽕잎, 절춘잎을 담백하게 간을 한 삼색나물, 토마토와 마, 청국장, 새싹을 층층이 쌓아올린 카나페, 달지 않고 담백한 물김치 등은 잃었던 입맛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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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나오는 솔차는 은은한 맛이 일품이다. 솔차는 이른 봄 솔순을 따서 만든 것으로, 솔순을 밀가루에 치대서 송진을 제거한 후 설탕에 부어 2년간 숙성시킨다.
눈으로 유심히 보며 천천히 음미하며 먹을 수 있는 두향의 밥상은 살점 없는 고기에 양념만 가득 발린 화려한 양념치킨이 아니라서 속을 든든하고 편안하게 해준다.
■ 엄마의 손으로 빚은 명품 장
두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장독대가 눈에 들어온다.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인 항아리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농가맛집 두향이 문을 연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장영숙 대표가 장을 담그기 시작한 것은 벌써 수십 년 전부터다.
장영숙 대표는 유기농 장을 만드는 ‘참농부식품’의 안주인이다.
남편인 홍태근 씨가 대표로 있는 참농부식품에서는 유기농 된장을 비롯 고추장, 청국장 등을 만들고 있다.
참농부식품의 장은 유기농 콩과 깨끗한 물, 천일염, 정성으로 만들어져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편을 도와 장을 빚어온 장영숙 대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장을 담근다.
여기에 타고난 손맛과 맑은 자연환경이 더해져 그녀의 장은 감칠맛이 일품이다.
두향에서 사용하는 장 역시 그녀가 담근 것을 사용하는데, 된장은 2년 이상, 그리고 간장은 그보다 오래 묵은 것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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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품격을 높이는 ‘장맛’
‘신데렐라 작물’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 흔히 ‘콩밥 먹는다’ 식으로 흰 쌀밥에 못 미친다는 의미로 하찮게 대접받던 콩을 가리키는 말이다.
항암작용, 노화방지, 성인병 예방 등 여러 가지 효능이 알려지면서 웰빙 시대의 ‘슈퍼 푸드’가 됐다. 신데렐라 작물이란 재투성이 아가씨에서 일약 왕자비가 된 신데렐라에 빗대어 붙여진 콩의 별명이다.
그만큼 콩에 대한 대접도 달라지고 있다. 한식에서 콩을 섭취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 된장, 청국장을 환으로 만들어 먹는다.
특히 ‘저염식=건강식’이라는 분위기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국장은 콩의 단백질 성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염분이 거의 없어 더욱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청국장을 먹고 싶지만 특유의 장 냄새를 싫어해서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맛을 포기하고 먹는 즐거움도 포기하고 보약이나 영양제처럼 챙겨 먹는다.
그런데 두향의 청국장찌개는 특유의 불쾌한 잡내를 제거하여 청국장을 꺼려했던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곳의 청국장찌개 맛은 진한 맛이 좀 덜하다. 주인장의 말에 따르면 거북한 냄새를 줄여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쌀뜨물에 청국장과 각종 채소, 두부 등을 넣고 끓인 청국장찌개가 뚝배기에 담겨 상 위에서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내며 ‘아!’하고 탄성이 쏟아진다. 고소한 청국장찌개를 한 숟가락 떠서 밥에 비벼먹다 보면 어느새 밥 한 그릇 뚝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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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향의 음식 중에는 잔치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잡채가 나온다.
식당에서 나오는 잡채는 한 젓가락 하는 순간 ‘아, 식당맛이네’하는데 이곳의 잡채에서는 ‘엄마맛’이 난다.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독특한 잡채는 면발이 퍼지지 않고 탱글탱들해서 식감이 좋다. 여기에 두향의 간장을 섞어 달콤하고 짭조름하게 버무려 기름지지 않고 산뜻한 맛이 난다.
쫀득쫀득 식감의 장떡 역시 별미다. 두향에서 직접 담근 된장과 고추장에 팔공산에 채취한 산나물이 어우러진 장떡은 시골 외가에서 먹던 옛맛 그대로다.
장떡을 한 입 베어물면 고향의 맛, 엄마의 손맛이 어려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 두향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로 들어가기 직전에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군위 1호 농가맛집 ‘두향’이 있다.
두향의 밥상은 유기농 장류를 기본으로 한 친환경 한식 상차림이다. 모든 요리에는 최적의 환경에서 담근 장과 효소를 사용하여 천연 감미료로 맛을 낸다.
장영숙 대표는 “특별한 맛을 보여준다기보다 편하게 먹고 쉬어가는 음식점이었으면 좋겠어요. 입맛도 연령대별로 달라지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전통적이고 향토적인 맛을 즐기게 되잖아요. 되도록 옛날 맛이 나도록 신경을 써서 음식을 만듭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두향은 정식은 1만5천원, 낮밥은 1만원이다.
문의: ☎054-382-0045.
■ 농가맛집이란
농가맛집은 농촌진흥청이 향토음식 전승과 농(農)외 소득 증대를 위해 2007년부터 육성하는 농촌식당이다. 식재료 대부분을 농가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인근에서 조달 하는 등 로컬 푸드 사업 활성화를 통해 지역 문화와 향토음식을 느낄 수 있는 외식 공간이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정성으로 차린 건강한 밥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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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맛집은 농가에서 친환경으로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이용하고 있어 지역 농산물 소비촉진에도 한 몫하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농업인의 진정성과 이야기를 ‘슬로푸드’로 제공하는 신개념의 농촌 식당인 ‘농가맛집’은 내림솜씨의 착한 음식, 농촌생활과 문화체험,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몸과 마음의 치유공간’으로 도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