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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21년 전 태어난 네쌍둥이 지금은?

admin 기자 입력 2018.05.01 15:52 수정 2018.05.01 03:52

↑↑ 김종오 부총재
ⓒ N군위신문
21년 전 강원도 삼척의 가난한 광부 가정에 태어난 네쌍둥이를 기억하시나요?
네쌍둥이 자매가 한날한시에 자신들이 태어난 병원의 간호사가 됐습니다.

인천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 본관 12층 대강당에서 최근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이 병원에서 첫 근무하게 된 42명을 대표해 단상에 오른 황 슬·설·솔·밀 자매 가운데 맏이 슬이가 가천 길재단 이길여 회장 앞에서 신고식을 겸해 감사 편지를 읽었습니다.

황설·밀·솔·슬 자매는 이곳 길병원에서 첫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21년 후에 자신들이 태어난 병원에서 간호사로 나란히 사회 첫 걸음을 걷게 됐습니다.

네쌍둥이와 길병원의 인연은 21년 전으로 거슬러갑니다.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 황영천(56)씨와 동갑내기 부인 이봉심씨는 결혼 5년째인 1988년 말, 둘째가 임신된 것 같아 병원을 찾았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70만분의 1 확률이라는 네쌍둥이.

월세 2만원 방 한 칸에서 살던 부부에게 병원은 “하나만 낳고 나머지는 포기하라”고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모두 낳기로 하고 이씨의 친정이 있는 인천의 한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출산 예정일 전에 양수가 터졌습니다. 당황한 병원에서는 인큐베이터가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고, 이씨는 길병원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출산 2시간여 전인 오전 7시쯤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곳 의료진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인천에서는 처음인 네쌍둥이, 게다가 아무런 진료 기록도 없이 산모만 급하게 실려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사실 걱정스러웠어요. 우리 병원에서도 네쌍둥이는 처음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진료 기록도 없고, 아기는 당장 나오게 생겼고….”

이 이사장은 고심 끝에 제왕절개 출산을 결정했습니다. 오전 9시 14분 첫째 슬이가 세상에 나왔고 20여분 만에 나머지 셋이 뒤를 이었습니다. 한동안 산모의 출혈이 멈추지 않아 의료진 모두가 긴장했지만 재수술을 거치며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이사장은 출산 다음날 입원실로 찾아와 산모를 위로하고 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는 네쌍둥이를 둘러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조르르 누워있는 걸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인천에서는 처음 나온 네 쌍둥이였는데 어쩌면 저렇게들 올망졸망하게 생겼나 싶고… 그런데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산모의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렵더라고요.”

이에 이 이사장은 산모와 아이들이 퇴원할 때 수술비와 인큐베이터 사용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강보에 싸인 채 나란히 누워있는 네 아이와 기념사진을 찍고,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산모에게 네 아이가 대학교에 가면 장학금을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 이 이사장은 바쁜 생활 속에 이들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2006년 사진첩을 정리하던 중 네쌍둥이가 퇴원 때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그때 약속이 떠올라 이들 가족을 수소문했습니다.

황씨 가족은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었습니다. 황씨는 광부를 그만둔 뒤 장사와 노동일 등을 하고 있었고, 집안은 생활 보호대상자로 지정될 만큼 어려웠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쌍둥이 자매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아 하고 학교 성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4명 모두 각종 태권도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갖췄다.

어린 시절의 꿈은 다양했지만 4명 모두 ’백의의 천사’라는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간호학과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합격, 4명 모두 간호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넷 모두 간호학과에 간 것은 길병원 퇴원 때 이 이사장이 농담처럼 “간호사가 돼 고마움을 사회에 갚게 하시라”고 했던 말을 부부가 가슴에 새겨두었다가 가족회의를 거쳐 결정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합격은 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고민하던 이들에게 다시 행운이 날아들었습니다.
2007년 이들의 생일을 하루 앞둔 1월 10일 이 이사장은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해 18년 전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 자리에서 학비를 계속 대주기로 한 이 이사장은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아주겠다”고 두 번째 약속을 했습니다.

네 자매는 올해 1월 치러진(2016년 1월) 제 50회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어머니 이씨는 “4명 중 하나라도 떨어질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해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네쌍둥이가 간호사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하자 이 이사장은 약속대로 이들을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채용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네쌍둥이를 건강하게 키워낸 엄마가 훌륭하다”며 길병원에서 태어나 간호사로 되돌아온 네쌍둥이들이 나이팅게일 선서의 가르침대로 훌륭한 간호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네쌍둥이가 우리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한 사람이 홍길동처럼 여기저기 병동을 다니면서 환자를 보는 줄 알 거야”라는 이 이사장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네쌍둥이의 맏이인 황슬 씨는 “이길여 이사장님께서 저희와의 약속을 지켰듯이 네 자매들도 이사장님께 약속 드렸던 대로 가난하고 아픈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열심히 섬기는 가슴 따뜻한 간호사가 되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지금은 네쌍둥이 모두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사회정의실현시민연합상임고문
(사)충·효·예실천운동본부
부총재 김종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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