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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아직 마르지 않는 눈물

admin 기자 입력 2022.07.03 22:11 수정 2022.07.03 10:11

↑↑ 황성창 작가
ⓒ N군위신문
오늘은 6·25전쟁 72주년을 맞는 날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김일성 집단은 선전포고 없이 기습으로 시작한 전쟁으로 국군과 경찰 63만명, 유엔군 15만명이 죽거나 다쳤다.

민간인 희생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우리 민족이 겪은 수많은 전란 가운데에서도 가장 처참한 비극이었다.

같은 민족끼리 죽기 살기로 총부리를 겨눠 인명을 살상하고 재산을 방화 파괴하여 전 국토를 잿더미로 황폐화시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해마다 6월이 오면 전쟁에 대한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전쟁이 일어난 달이고, 국가 유공자를 추모하는 현충일도 6월 6일이다. 옛날 국민학교(초등학교로 개칭)를 다닐 때는 6월 초부터 근 한 달간 ‘호국보훈의 달’ 추모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녔다.

엊그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호국영령비를 깨끗이 닦는 모습이 보였고, 한스런 유족들은 망연히 앉아 묘비를 쓰디듬으며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고 있어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6·25전쟁 당시 8만명 내외의 국군포로가 북한에 억류돼 귀환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군 포로 문제를 총괄하는 범정부 국군포로대책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에서 단 한 차례만 개최했다.

대북 이벤트에만 메달려 국군포로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흘러 백발 성성해진 국군포로가 구사일생으로 탈북한 사례가 80명 있을 뿐이다.

북한에 남아 있는 구순이 넘은 미귀환 국군포로들의 안위마져 알 길 없어 남은 가족들은 속이 까맣게 타버렸다.

일본은 달랐다. 2002년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총리는 김정일과 담판을 벌인 끝에 북한이 과거 일본인을 납치한 사실을 시인하는 외교적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그때 생존해있던 5명을 일본으로 데려왔다. 왜 우리가 일본 국민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자국민이 북한땅 지옥에 있는데 구출해내겠다는 국가적 의지가 없는 나라를 과연 나라라 할 수 있나?

그 아슬아슬했던 역사의 갈림길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며 오늘 6·25전쟁 72주년을 맞이하는 소회는 어떨까. 전혀 몰랐던 나라,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국은 5만4000명의 아까운 목숨을 한국전쟁에서 잃었다.

피끓은 미국 젊은이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는 죽음에서 살아났고, 덤으로 세계 경제 대국이란 번영까지 누리게 된 대한민국이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의리없이 ‘미국은 물러가라’며 소리치는 시위대가 서울 한복판 미대사관저 담을 넘어도 경찰이 막지를 않았던 사실을 언론을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6·25전쟁 때 유엔군의 일원으로 우리를 도와줬던 63개 참가국이 이런 시위 사실을 보았을 때 그들이 뭐라할까. 걱정스럽다. 혹 배은망덕한 나라라 여기지 않을까 많은 우려도 생긴다.

문재인 정권에서 일본에 대해서는‘식민지 때 역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히스테리적인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 진즉 6·25전쟁 책임의 소재나 기억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말하기도 싫어한다.

심지어 6·25전쟁의 영웅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공공연하게 테러의 표적을 삼기도 한다. 누구든 북한의 전쟁 만행을 규탄하면 진보세력들은 하나같이 입에 거품을 물고 반통일 세력으로 몰아 반격하기 일수다.

1950년 8월 낙동강 다부동 전투에서 백선엽 장군이 최후 방어선을 지켜내지 못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 없다. 백선엽 장군은 후퇴하려는 국군을 가로막고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다. 미군은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이럴 순 없다.

내가 앞장설 테니 나를 따르라.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도 좋다”며 장병들을 독려했다. 결국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패퇴 직전에 전세를 뒤집었다. 제1사단 병력 8000명으로 북한군 20,000여 명의 총공세를 한 달 이상 기적적으로 막아낸 6·25전쟁의 영웅이다.

백선엽 장군이 2020년 7월 100세로 별세했을 때 청와대와 민주당은 애도의 논평을 한 줄도 내지 않았다. 국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조문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백 장군이 일제강점기 20대 나이에 일본군에서 복무한 기록만 부각하며 그를 독립군 토벌 친일파로 폄훼 매도하였다.

특히 2020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전 광복회 김원웅 회장은 백선엽 장군을 ’사형감‘이니 친일 파묘(破墓)론을 주장하며 현충원 안장을 가로막기도 했다. 오히려 미 백악관과 국무부, 전 주한미군 사령관 8명은 백선엽 장군의 별세에 깊은 애도 성명을 냈다. ’한국의 조지 워싱턴‘이니 ’위대한 군사지도자‘라는 최고의 헌사를 바쳤다.

마땅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말을 미국 고위 관리들이 대신하는 기막힌 일이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지난달에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6·25전쟁 72주년을 즈음하여 국군, 유엔군 참전용사와 후손을 초청 만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을 바쳐 공산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주셨다”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번영은 국군과 유엔군 참전용사의 피와 땀, 희생과 헌신 위에 이룩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이 자리에서 유엔군 참전용사 5명에게 ’평화의 사도‘메달을 목에 걸어주면서 영어로 “감사하다. 잊지 않겠다”고 말하며 깍듯이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하는 모습에서 ’쇼‘로 볼 수 없는 대통령의 진심이 담겨져 보였다. 문재인 정권에선 가히 상상 못 할 상전벽해다.

6.25전쟁 용사들을 기리기 위한 노래 비목(碑木)을 작사한 한명희 전 국립국악원장은 “온고(溫故)를 해야 지신(知新)도 할 수 있다. 전쟁 영웅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2010년 6·25전쟁 60주년 진혼제에서 채화한 ’호국의 향불‘을 꺼뜨리지 않고 보존하면서, 매일 아침 묵염하는 그는 “나는 애국자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냥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국민”이라며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묵념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라를 지킨 영웅들의 정성을 후세에 교훈으로 남겨야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한 원장은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충일 추모사에서 “더 이상 영웅들의 희생이 남겨진 가족의 눈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을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진정한 애국심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과 가족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예우하는 데서 나온다. 그래야 나라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다. 호국영웅과 유족의 가슴에 쌓인 피멍이 이제라도 조금씩 풀어지길 바란다.

황성창 시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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