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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알아야 면장 하지

admin 기자 입력 2022.10.04 22:48 수정 2022.10.04 10:48

↑↑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오늘은 수필과지성 문학회 제33기 수강생 환영식 하는 날이다. 나에게도 문학회 회장직을 수락한 뜻깊은 날이기도 하다.

우리는 손을 서로 맞잡고 좋은 인연으로 글을 쓰고 읽고 배우면서 훌륭한 작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며 결의했다.

글은 마음의 표현이다. 이것을 글로 쓰고 싶어도 제대로 쓸 수 없어 바르게 쓰고 싶은 생각을 늘 해왔다. 사느라 옆을 돌아볼 새 없어 마음뿐이었다. 늦게서야 글을 배우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알아보았다.

대구에 이름난 수필과 지성 문학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았다.
문학의 문자도 모르면서 ‘하면 된다’는 의욕만 가지고 등록했다. 40km 넘는 거리를 밤늦게까지 정신없이 다녔다. 강의를 들을 때는 알 것 같았는데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고 했다. 글쓰기가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어서 어떻게 할까? 망설였다. 시작이 반이다. 여기까지 버티고 온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실에서 내어주는 글제에 맞춰 글을 써야 했다. 응당 해야 할 과제이면서도 글제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떨리고 불안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눈앞에 바윗돌을 대 놓은 것 같았다. 처음엔 글제가 너무 어려워 밤을 새우는 건 예사였다. 자연학에서 인문학으로 넘어왔으니 어련히 그럴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서툰 글일망정 글제에 맞춰 쓰느라 밤이 새는 줄 모른다.
거울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찌든 얼굴에 눈은 쑥 들어가고 영락없는 나그네다. 한 주가 지나며 또 한 주가 시작된다. 쉴 사이 없이 시간은 흘러가는데 글은 제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다급한 나머지 되지도 않은 실력을 가지고 얼마나 늘었는지 다른 사람 것과 비교해 본다. 턱없이 부족했다. 실력의 한계를 느끼며 문학에 대한 소질과 재능이 없어서일까?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작가는 문학에 대한 재능을 타고난다고 한다는데 그 말이 맞은 것 같았다.

불현듯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이 스친다. 내 앞에 놓여있는 가시밭길을 끝없이 걸어야 한다. 이 고비를 넘기면 반듯이 꽃길이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백여 리 넘는 길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녔다.

한 학기를 마치면서 처음으로 개근상을 받았다. 상품은 김종환 저서 『문장과 화법의 이해』이다. 따끔한 질책, 따뜻한 칭찬, 따뜻한 위로 중에 칭찬이 제일이었다.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지가 수년이 지났다. 실력은 아직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어찌할 줄 몰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런 와중에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나에게 교수님께서 문학회를 위하여 중책을 맡아 달라는 전화가 왔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의아해했다.

여태 까지 배운 실력으로 능히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교수님 보기가 면목이 없었다. 그래도 교수님께서 이해하시고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시려고 중책을 맡으라고 하시는 것 같아 감사히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아 망설였다. 기회는 평생에 세 번밖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두 번이나 왔으나 허망하게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용기를 내어 문학회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첫 시험대에 올랐다. 며칠 후 후학기 수강생 환영식을 한다고 한다. 집행부에서 환영 인사를 해야 하고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걱정이 된다. 누가 말하길 정치인은 말로 먹고산다고 한다. 나는 메모를 해서 시간에 맞춰 인사를 하곤 했다. 오늘과 같은 뜻깊은 날에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

수필과 지성 문학회는 훌륭한 작가를 배출한다는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수강생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은 거로 생각했다. 언뜻 듣기론 수강생 중에는 학교, 기업, 회사 등 다양한 직장에서 근무하시다가 정년으로 퇴임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나름대로 인정받고 싶었다. 인사말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아 신경이 쓰인다. 인사말은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짧아도, 길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이것만큼은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이야기가 좀 길 것 같아 양해를 구했다. 여러분들 중에 이야기를 들으시다 싫으시면 안 들어도 좋습니다.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모두 괜찮다고 하시며 박수로 답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 ‘알아야 면장 하지’라는 말이 있다. 공자의 말씀이다. 일반적으로 면장을 동장, 읍장 등 행정기관장으로 알고 있다. 면장을 한글로 쓰면 같아도 한자로 쓰면 다르다. 행정의 면장은 면장(面長)을 가리키고, 공자 말씀의 면장은 면장(免牆)을 가리킨다.

면장(免牆)이란 담장(牆)을 정면(正面)으로 마주하고 있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벽을 면(免)한다고 하여 면장(免牆)이라고 한다. ‘알아야 면장 하지’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면 그것에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는 척한다. 와 같은 말이다.

성경에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 제일이라는 구절이 있다. 문학에도 글을 체계 있게 쓰는 방식 즉 기승전결이 있다. 이 중에 결(結)이 제일이다.

글의 마지막 결에는 언제나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기 때문이다. 인사말 하는 동안 오늘만큼 떨리고 긴장되기는 처음이다. 행사에 대한 견식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알아야 면장 하지’라고 하신 공자님의 말씀을 새겨본다.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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