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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람들

금수저와 흙수저 그리고 상속세

admin 기자 입력 2024.08.19 23:07 수정 2024.08.19 11:07

↑↑ 박상근 대표
ⓒ N군위신문
오늘날 청년세대의 최대 화두는 부모 재산에 따라 자녀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이른바 금은동(金銀銅)·흙수저의 ‘수저 계급론’이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970∼2013년 ‘한국에서의 부(富)와 상속’을 조사한 결과 한국 가계의 자산 형성에서 상속과 증여가 기여한 비중이 1980년대 연평균 27.0%에서 2000년대에는 42.0%로 급증했다.

한해 자산이 1,000만원 증가했다면 1980년대에는 730만원을 스스로의 저축으로 불렸지만 2000년대에는 580만원만 저축이고 나머지 420만원은 부모에게 물려받았다는 뜻이다.

한국은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자수성가할 기회가 줄어들고 상속과 증여 없이는 부자 되기가 힘들어진 정체사회로 바뀌었다.

한국 청년세대는 ‘부모가 최고의 자산’이라며 ‘세습 자본주의’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뜻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영어 표현을 확대 해석한 수저 계급론이 유행처럼 나돈다.

이는 부모의 재력이 좋아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잘살 수 있는 사람을 ‘금수저’,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나 평생 고생해도 신분 상승이 어려운 사람을 ‘흙수저’에 비유하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맨손과 희망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냈다.

제3공화국 시절 민족의 정신·경제개발 운동인 새마을운동으로 경제기반을 닦았다.
IMF 외환위기 때는 온 국민이 금 모으기에 나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요즘 ‘흙수저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자포자기에 빠져 있다. 인생의 기본인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같은 희망 없는 청년들이 많은 국가는 미래가 없다.

한국은 부유층 상위 10%의 평균 소득이 하위의 10.1배(2013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9.6배보다 높을 정도로 소득 불평등도가 심각하다. 부동산 등 자산 소유의 편중은 소득보다 더 심각하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불평등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좋은 면도 있지만 지나치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각자의 재능과 노력에 따라 생기는 ‘결과의 불평등’은 수긍할 수 있고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청년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흙수저’를 벗어날 수 없는 ‘원초적 불평등’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계층이동 사다리’가 끊겼다.
취업·결혼·출산 등 꿈을 포기하는 ‘3포 청년세대’와 수저 계급론도 이와 맞닿아 있다. 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는 근본적 수단은 지속적 경제성장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3% 성장도 어렵다. 2~3%대의 저성장으로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기는 어렵다.

이제 남은 대안은 ‘기부’와 ‘세금’뿐이다. ‘금수저’를 대물림하지 않는 기부문화 확산과 함께 세금, 특히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높이고 상속세로 부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간극을 좁히는 일, 아직도 정부와 가진 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병은 곪아 터지기 전에 치료해야 하고 기회는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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