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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
ⓒ N군위신문 |
옛날 같은 날 아침저녁으로 6시가 되면 성당에서 땡그랑땡그랑 종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진다. 캄캄한 온 세상을 불 밝히며 사랑과 평화, 기쁨과 희망을 나누는 약속의 시간이다.
해가 뉘엿뉘엿해지면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공연히 기다려진다. 광활한 들녘에도 종소리가 가득해지면 감사 기도를 드리고 하루를 마감할 준비를 한다. 오랜 세월 우리 곁에서 정겹게 들려주던 종소리 이제 들을 수 없다. 아쉽고 쓸쓸한 마음이 가슴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도 때로는 더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성당이 낮은 산꼭대기에 자리를 잡고 있어 눈보라 휘몰아치는 겨울이면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는다.
매서운 칼바람 부는 겨울 새벽 종소리에, 잠에서 깨어 일어난다. 터질듯한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종 치는 수녀님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종각 밑에 바람막이 부스라도 설치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힘이 필요하다. 수녀님을 위해 종각 밑에 부스라도 설치해 주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어도 답이 없었다. 세례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내 말이 힘없어 보이는 것 같아 기가 죽었다. 수녀님! 조금만 기다려주시오. 손을 불끈 움켜쥐고 부스를 반드시 설치해 주겠습니다.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이 용두사미 될까 봐 두려웠다.
신앙생활을 원만히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일이면 성당에 가야 하는데, 일상에서 모임과 여행 등 각종 행사 때문에, 성당에 갈 수 없을 때가 많다. 거기다 품행에도 여러 가지 많은 제약을 받고 있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이 일상에서 허다하게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까? 갈림길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은 잘했어도 행동을 올바르게 하지 못한 것이 현대 생활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 주인의 원망 소리, 죽은 소를 붙들고 통곡하는 주인의 모습, 어미 잃은 송아지의 울음소리 등을 생각해 보았다. 이런 생각에 도저히 성당에 갈 수 없었다. 어렵사리 결론을 지었다.
올바른 선택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선택해야 할소 주인의 원망의 소리, 죽은 소를 붙들고 통곡하는 주인의 모습, 어미 잃은 송아지의 울음소리 등을 생각해 보았다. 이런 생각에 도저히 성당에 갈 수 없었다. 어럽사리 결론을 지었다. 올바른 선택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선택해야 할 필연적인 숙명을 피할 수 없었다.
생명을 구하는 것이 나의 본분이다. 어렵게 고민한 끝에 주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복잡한 생각을 하며 소 주인집을 향해 부지런히 달린다. 소 주인은 나를 보고 감사하다며 친절히 맞아 준다. 고민에 빠졌던 생각이 한꺼번에 날려가 버렸다. 그런데도 그날 하루는 종일 마음이 찜찜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늘은 거룩한 주일이다. 설레는 가슴 안고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고 성당으로 간다. 미사드릴 준비를 하며 의자에 앉았다. 시각이 다 되었다. 신부님이 복사 두 사람을 앞세워 들어오신다. 전례에 따라 신부님이 열심히 강론하신다. 갑자기 아랫배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위장이 약한 나는 신경이 곤두선다.
배 속에서 꾸르륵 소리가 연신 들린다. 평시에도 설사를 자주 함으로 설사가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만 앞이 희미하게 보이고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들리지 않는다. 성체 시간이 다 되었다. 배가 점점 더 아파지는 데 도저히 성체를 모실 수 없어 땀을 뻘뻘 흘리며 비틀걸음으로 성당을 빠져나왔다.
차를 타고 급히 집으로 돌아오는 데 도저히 더 올 수 없었다. 낯선 통시를 발견하고 정신없이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쏟아 질듯 위급한 상황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문이 잠겨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배는 더 아파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끙끙 앓고 있었다. 배가 약간 가라앉는 것 같아 몇 발짝 걸어 차에 올라타는데 뒤에서 뭔가 흐르는 것 같았다. 긴장한 나머지 헛생각이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달렸다.
얼굴을 노랗게 해서 허겁지겁 들어오는 나를 본 아내는 기겁하고 어찌할 줄 모른다.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겨우 화장실에 들어갔다. 허리띠를 풀자, 갇혔던 폭포가 쏟아진다. 파란 하늘이 보이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도 들린다.
녹초가 되어 버렸다. 아침을 맛있게 먹은 것밖에 없는데 갑자기 설사가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런 것이 하필이면 영성체하는 그 시각에 그런 엄청난 일이 왜 일어났는지 궁금했다. 예수님께서 나의 심신을 알아보려고 시험해 보시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난다. 일요일이 다가오면 괜스레 신경이 쓰인다.
대구가축병원 원장 권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