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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창 시인 |
ⓒ N군위신문 |
요즘 윤석열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며칠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했을 때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매사에 더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는 데 국민께 걱정을 끼치게 한 것은 무조건 잘못”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우일신하여 “초심으로 돌아가 쇄신에 쇄신을 거듭하겠다”라고 국민께 약속을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도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대통령은 과거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라는 당찬 말에 대중이 열광했다.
그땐 듣는 이로 하여금 격동시키는 무언가 있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서자 많은 국민이 윤석열이가 대통령이 되면 세상은 ‘공정과 상식, 통합의 가치를 앞세울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런 기대감에 국민은 쌍수를 들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새해 인사말에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인간만이 세상의 위대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저부터 바꾸겠다. 함께 바꿉시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는 걸 가슴에 새기고 있다. 국정 운영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 둘째도 국민의 뜻이다.
국민의 숨소리를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살피겠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기대가 컸던 윤 대통령의 최근 여론조사가 심상치 않아 실망이다.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져 영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직무를 잘못 수행하는 게 원인이라는데, 이럴 땐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충격요법이 필요할 성싶다. 집권 초기부터 김 여사의 학위논문 표절 의혹, 어느 매체 기자와 나눈 미주알고주알 대화 녹취록이 불거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여사는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라고 말한 약속을 지켜준다면 국민 눈높이 감정에 맞아 오죽이나 좋아들 하겠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 백 수수 등을 불기소 무혐의 처리로 불공정에 특혜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뿐인가. 비선 의혹에 공천 개입, 정치 브로커와 주고받은 부적절한 언행, 돈 봉투 수수 의혹 등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이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내용이 나오고 있다.
영부인의 잘못 뱉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에 다들 혀를 차고 있다. 말이 빚어낸 현상과 그 결과는 오롯이 말한 자의 몫이다.
영부인의 말 말 때문에 남편 내조는커녕 어쩌다가 대통령과 정권이 노도와 같은 격랑에 휩쓸려 떠내려갈 위기에 처해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개인을 초월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란 ‘다른 사람에겐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대하고, 자기 자신에겐 가을 서리처럼 차갑고 엄격해야 한다’라는 말이다.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면, 아내에게도 매몰찬 남편이란 소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 있듯이 집안부터 다스린 후에라야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윤 대통령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나라와 아내 중 붕망(朋亡)의 길을 양단간 선택함이 옳다고 감히 주창한다.
취임 후 한미동맹 복원과 한일관계 정상화, 확고한 대북 정책, 방산 수출 급증 등 외교 안보에 큰 성과들이 있었음에도 여러 우려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이 난국의 타개책으론 국정 기조의 획기적인 변화와 인적 쇄신만이 유일한 방도가 아닐는지.
대통령의 결단으로 결자해지하지 않으면 여론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국민 보기에 대통령이 쇄신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걸 봤을 때 국민은 ‘미워도 다시 한번’ 처음처럼 지지할 것이다. ‘무신불입(無信不立)’이란 고사처럼 신뢰가 없으면 존립이 없다는 명언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기원전 노나라의 대부(大夫)였던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바름’이라고 답하면서 “대부께서 바름으로 백성을 이끄신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임금의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일이 행해지고 자기 몸이 바르지 않으면 설사 명령을 내려도 신하들이 따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께서도 항간에 떠도는 친 윤이니 한남동 라인이니 하는 비선 다 물리치고 대통령실에서 충직하게 ‘직간(直諫)하고, 풍간(諷諫)도 하는 간관(諫官)들의 충심 어린 직언’에 격노함이 없이 귀를 기울인다면 순풍에 돛단 듯 국정은 순탄하지 않겠나 싶다.
지금은 누구든 허심탄회로 소통하며 협치하려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발상의 대전환이 절실할 때라 생각한다.
옛말에 ‘순천자존 역천자망(順天者存 逆天者亡)’ 즉,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자는 살아남지만, 거스르는 자는 망하느니라’고 했다.
정치란 마술 같아서 국민이나 대중은 순진한 관객들인데 마술사(정치지도자)가 연거푸 실수하면 관객들이 서투른 꼴 보고만 있겠나.
아우성을 지르다 다들 떠날 건 불 보듯 뻔하지 않나. 정치가 마술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도 국민의 삶을 잘 보살피고 애환을 함께해야 국민의 계속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윤석열 대통령께서 임기 중에 좋은 정치지도자상을 국민에게 심어주길 간곡히 바란다.
황성창 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