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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황당한 사고

admin 기자 입력 2026.06.18 16:01 수정 2026.06.18 04:01

↑↑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변했을까. 직업 없이 빈둥거리며 살아도 잘사는 사람,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며 사는 사람, 일 하기 싫어 가만히 앉아서 먹고 노는 사람 등 세상을 살아 가는 처세술이 천차만별이다.

내 직업도 극한직업이라고 하고 싶은데 어색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극한직업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머쓱한 느낌이 든다.

숨이 턱턱 막히는 한 여름 파리떼가 우글 걸리고 소돼지 똥이 질버거리는 마구간에서 치료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땀향기 풍기는 여름 이면 생각난다. 까딱 잘못했으면 큰 사고라도 날 뻔했던 아찔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30도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어느 여름 전화가 걸려온다. 왕진가방을 챙겨 들고 바쁘게 달린다.

좁은 골목길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간다. 때마침 점심시간이었다. 도로에서 작업하던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마당가에 서 있는 큰 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갈 때 길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 하나도 없었다. 일을 마치고 담 모퉁이를 천천히 돌아 나오는데 햇빛에 눈이 부셔 앞을 보기가 매우 힘들었다.

거기에 담 모퉁이 안쪽에서 자라고 있는 감나무 그늘이 길게 늘어져 어두운 길목을 더욱 어둑어둑하게 했다. 운전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조심스럽게 모퉁이 길목을 돌아 빠져 왔는데 뒷바퀴에서 무엇이 닿는 듯한 느낌에 곧바로 차를 멈추고 내려가 보았다.

사람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쿵덕방아를 마구 찍는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한 사람이 발목을 주무르며 앉아 있다.

황급히 다가가서 발을 만져 보았다. 뒷바퀴에 발등이 약간 스쳐 지나간 것 같아 긴장했던 마음이 약간 누그러졌다. 다친 사람은 괜찮다 하면서 볼일 보러 가라고 손짓한다.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이러한 위험한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짙은 나무그늘 아래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 좁은 길 모퉁이에서 사람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는 건 있을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었다.

담벼락에서 조금 떨어져 운전했기에 다행이지, 담벼락 따라 가까이 운전했더라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생각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휴대전화를 꺼낸다. 쪼그리고 앉아 있던 그 사람이 나를 쳐다 보고 깜짝 놀라며 황급히 일어난다. 경미한 사고인데 경찰까지 불러 시끄럽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못하게 한다.

겁에 질려 당황한 나는 어찌할 수 없어 그 사람이 말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내가 못 본 척하고 그냥 지나갔더라면 뺑소니 차라고 신고하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의무는 당연히 해야했다. 잘못하면 일이 더 번거롭게 커질 것 같은 생각에 피해자를 병원으로 빨리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았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그 사람은 나직한 음성으로 아픈 데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보다 더 큰 사고도 당했던 적도 있었다고 말한다. 황당한 나머지 그 사람이 말한 것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나를 안심시켜 주려고 하는 말인 것 같아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지만 더 물어보지 않았다.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한 뒤 뼈에는 이상이 없다. 가벼운 찰과상이라고 한다. 긴장했던 마음이 눈 녹듯 한다. 노랗던 하늘이 파랗게 보였다.

병원에서 자동차 보험 처리하는 동안 이 사람은 밖에서 연신 담배를 피우면서 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서성거린다.

보험 처리가 끝나자 그 사람 얼굴에는 화색이 돌아왔다.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빨리 변할 수 있을까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천신만고 끝에 사건을 마무리 짓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빽빽한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길에 차를 멈추고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보았다.

경황이 없어 그 사람이 공사장에서 작업하는 사람인지 물어보지 못했다.
그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텐데 왜 혼자서 떨어져 위험한 담 모퉁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지 물어보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고 씁쓸한 마음이 나를 괴롭게 했다.

요즘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자동차 보험금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혹시 그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만약 그 사람이 꾸며낸 연극에 걸려 들었든 것 같으면 주위에서 바보처럼 그런 사람한테 피싱을 당하냐 손가락 질 받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속앓이 하면서 허전한 마음 달랠 길 밖에 없었다.

경찰에 연락 안 한 내 잘못도 있지만, 당황한 나머지 내 마음에는 사건을 빨리 처리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경미한 교통사고를 내고 가해자와 합의해서 돈을 챙겨 가는 것을 교통사고 피싱이라고 했던가, 자칭 똑똑하다고 자부했는데 허망한 세상이 내 자존심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버렸다.

지난날 황당한 사고를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조여든다. 도둑맞으려니 개도 짖지 않았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며 산다는 옛말이 아스라이 기억난다.

대구가축병원 원장 권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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